[경향신문] 2002-12-26 <여적>낚시면허제
낚시터에 구전으로 내려오는 '네 잡이'란 꾼 이야기가 있다. 첫째가 틈나면 낚시터로 내빼는 무조건 가고잡이(경상도 사투리로 가고지비)고 두번째는 안먹고 오직 낚시만 열중하는 하고잡이(하고지비)다. 낚아 올리는 즉시 먹어 치우는 이유불문 먹고잡이(먹고지비)가 세번째며 낚시는 뒷전인 채 잠만 자다 오는 자고잡이(자고지비)가 마지막이다. 꾼들의 속성을 이처럼 잘 표현한 것이 없을 정도로 낚시는 국민레저가 된 지 오래다. 서양처럼 낚시면허제가 도입되면 낚시터 풍경도 크게 바뀌어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낚시꾼의 대명사격인 주나라 강태공(姜太公)은 웨이수이(渭水)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운 채 천하경륜을 탐구하며 야인시절 호연지기를 길렀다. 그는 곧은 낚시로 고기보다는 세월을 낚았다고 한다. 강태공은 문왕에 의해 등용돼 정치에 큰 족적을 남겨 오늘날 큰 인물이 될 사람을 위빈지기(渭賓之器)라 한다. 고구려 소수림왕은 압록강을 거닐며 고기잡이 배들을 멋진 시로 읊어 낚시의 풍류를 남겼다. 공자도 낚시를 조이불망(釣而不網), 즉 군자는 낚시를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는다 했다. 서양에서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베라스라는 용사가 최초로 낚시를 했다고 전해져 온다. 300여년전 아이작 월턴은 조어대전에서 '낚시는 명상하는 사람의 레크리에이션'이라 했다. 넬슨 제독과 비스마르크, 아이젠하워, 베토벤, 헤밍웨이 등도 역사상 유명한 낚시광들이었다.
1997년초 도입이 거론됐다 국민레저권 침해라며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던 낚시면허제가 내년부터 서울시를 시발로 도입될 모양이다. 한강에 황복이 돌아오는 등 생태계가 되살아나 보호차원에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젠 낚시도 맘대로 못하냐'는 5백만 낚시꾼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국민적 레저임을 감안, 각계의 풍부한 여론수렴과 함께 선진국 사례들도 잘 살펴 낚시도 즐기면서 강이나 바다의 환경생태계도 다같이 보존되는 친환경적인 면허제가 나왔으면 한다. 김용재 논설위원
sua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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