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민물고기 씨가 마른다
은어, 산천어, 꺽저기 등 토착어종의 보고(寶庫)인 강원도 영동지역 하천에서 물고기 씨가 마르고 있다.
지난해 엄청난 수해를 몰고온 태풍 ‘루사’의 영향과 무분별한 하천복구로 물고기의 서식 터전이 대부분 파괴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동지역의 하천 생태계가 복구되려면 앞으로 최소 5∼10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강원도와 영동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한달동안 은어포획을 불허하는 금어기로 지정됐다가 1일부터 해제된 양양군 남대천에서 은어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낚시꾼들은 하루 평균 10여마리밖에 낚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낚시꾼들이 1시간에 100여마리씩 은어를 거뜬히 낚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남대천에서 은어가 낚이지 않자 예년 하루 평균 100여명씩 몰리던 은어낚시꾼들도 최근 10여명 정도로 줄었다.
주민 권순규(45·속초시 노학동)씨는 “하루 종일 낚시를 해도 10마리를 낚는데 그쳤다”면서 “남대천이 은어낚시의 명소라는 말도 옛말이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 강릉 남대천, 삼척 오십천 등 영동지역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산천어, 꺽저기, 참종개, 종개, 미꾸리 등 토착 어종도 수해 이후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과 환경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물고기 감소 현상이 지난해 수해로 남대천이 엄청난 피해를 당한데다 최근 수해복구공사로 매일 수백대의 중장비가 하천에서 공사를 하면서 생태계가 대부분 파괴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 내수면개발시험장 관계자는 “수해로 서식처가 많이 떠내려 간데다 상류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서식지 생태계를 훼손하면서 물고기가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해안 하천에 서식하는 어종 중 산천어 등 일부 어종을 제외하고는 생산기술이 개발돼 있지 않아 하천 생태계 복원에 최소 5∼10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6월 4일 양양〓이시영기자 sylsyl@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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