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땅 (2006-04-28 17:50:26, Hit : 272, Vote : 0)
20년 전 그 자리엔 아직도 4짜가.
햇살이 너무 뜨겁다.
한 봉다리 반이나 갠 떡밥도 두세 톨 밖에 남지 않았다.
에이 떡밥을 또 말아야 하나 땡 쳐뿌리야 하나 소주병을 꺼내드는 순간,
미끼를 입안에 머금고 있는 듯 '우물 우물' 하는 대물 잉어 특유의 찌 건드림이다.
옳치 옳치! 한 마디만 한 마디만 하면서 살금 살금 자신도 모르게 병마개를 돌린다.
병 뚜껑 하나 여는데, 이렇게 길고 긴장되는 시간이 흐를수도 있는 것일까.
1mm 정도의 수평 찌맞춤이다.
스멀 스멀 아주 처언천이 찌가 두마디 정도 오를 때 챔질, 앙탈이 제법 심하다. 50정도는 됨직하다.
발 앞으로 3m 정도의 뗏장이 깔려있고, 대가 짧아 들어 뽕 수준으로 강제 집행을 해야 하는 포인트다.
대는 경조이고 줄은 3호다, 부러져라 장대를 곧추 세우고 안간힘 끝에 머리를 뗏장위로 올리는데 서엉공,
그런데 그런데 아아니 아니 이럴쑤가.
아무리 철사 처럼 빳빳하고 날카로운 뗏장이라 할지라도 잠간동안 실랑이를 하는 사이에
아 글씨 잉어 수염을 그렇게도 이뿌게 깡그리 면도 질 해 버릴 수가 있을수가 있는 것일까,
수염이 없다. 와이구야 수염이 안 뵌다.
뗏장 위에 드러누워 있는게 45는 돼 뵌다. 그러나 아무리 대를 들어올려도 꿈쩍을 않는다.
쌍바늘 한 쪽이 뗏장에 걸려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4m나 되는 낫을 미리 조립 해 둿지롱 4짜야 미안타 할배가 너무 얄미울 거다.
정신을 수습하고 둘러보니, 쇠주병은 뚜껑 따로 1m 나 떨어져 나둥굴고 있고
병 안의 단물은 두 모금 남짓 형용 키 어려운 마음을 추스리기에는 턱 없다.
오늘 이 자리는 20년 전 어린이 날에도 내 생애 두번째 4짜를 안겨준 곳이다 겉 핑계 속 핑계
'술 떨어 져어어 떡밥 떨어 져어으' 급하게 짐을 챙겨들고 큰길로 나와 지나는 택시에 올랐다.
줄자를 꺼내 든 양 손이 안정을 잃은 탓일까? 43 남짓이다.
하지만 내 낚시인생 oo년 '잉어 수염 깎는 연구'과제와 '소주 병은 옆구리에 차라'는 큰 교훈을 터득케 한 조행이었다고나 할까.
- 조행기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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