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혹자들은 그것에 꽤나 의미를 두기도 하더라만, 그래서 어떨 땐 멋있어 보이기도 하더라만...
감각이 무딘 나로서는 글쎄...
간혹 이렇게 고속도로를 달려 갈때면,
괜스레 나도 무언가 멋있는 한마디로 나의 여행길을 꾸며보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역시나 멋있는 놈은 못되나 보다. -,.-
기껏 한다는 생각이
'저 차는 어디로 갈까, 뭣하러...'
새벽길을 나선다는게 밤에서야 활발한 행태를 보이는 나로서는 불가능이라 할 만했다.
아침 여섯시가 한참을 넘겨서야 집을 나선다.
이런!
비가 오는구나.
비만 보면 흥분하는 나로서도 이 비는 흥이 나질 않는다.
가을, 여행이 아닌가 말이다!
대구를 지나니 간혹 햇살이 내려 쬐기도 한다.^^
기쁜 마음에 사진을 찍을까 하는데, 뒤에서 달려드는 운전자의 매너가 흥을 깬다.
확 브레이크를 밟아버리려다 두 인생이 가련해져서 그냥 봐 넘기기로 한다.
여행중이잖은가!
하긴 내 차로 그걸 받아 들이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하다.ㅎㅎㅎ
거창에 도착하면서 푸르지오선배님과 잠시 전화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읍내의 낚시점에 들러 합천댐에 대해 잠시 얘기를 나누고는 낚시자리를 소개 받아 들뜬 마음으로 달려가봤지만,
이런!
녹조가 심하다.
최상류에서 남불, 월평, 술곡 등등 여러 곳을 전전하느라 점점 기운이 빠진다. ㅜㅜ
합천호란게 낚시하기엔 정말 만만찮은 곳이라 어지간히 부지런하거나 체력이 받쳐지지 않고서는 으레 손사레 쳐지는 곳이다.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그 무거운 낚시, 캠핑 장비들을 이고져서 정글에서 전투라도 하듯이 물가에 내려서야 한다.
해서 낚시자리를 둘러 보는 것만해도 진땀을 빼는 일이다.
드뎌 멋진 곳을 찾아냈나 싶었지만, 여전한 녹조와 온통 바닥을 메운 멧돼지 발자국에 지레 뛰쳐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두 시간 여를 헤매다 결국 작년에 찾았던 곳에 유전권에서 자리를 잡았다. ㅡ,.ㅡ
그렇게 촌스럽던 파라솔이 그런대로 괜찮군.ㅎㅎㅎ
좌측 짧은 대의 떡밥낚시는 혹시나 하고 폈다.
그럼 다른 대에는?
눈물님과의 대화 중 자신에게 한 약속.
'합천호에 메주콩을 심고 오리라...'
그 약속을 지키려 드넓은 호반에 메주콩을 달아 선물받은 송애선배님, 만수선배님 또 눈물님의 찌를 세웠다.
하지만 합천호의 날랜 잡어들은 이마저도 용납치 않고...
매서운 합천호의 낯가림을 새삼 실감코는 이런 저런 생각들로 호반의 저녁을 맞는다.
미사일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해대는 녀석들의 성화에 완전히 항복하고 깊은 잠을 청한다.
밤새 이 억새들은 얼마나 내가 한심해 보였을까...
내가 생각해도 분명 한심한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물에 비친 제 모습인지도 모르는지 한참을 공격자세로 으르릉거리는 저 사마귀 녀석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ㅡ,.ㅡ
여태 합천호를 몇 번이나 찾았으면서도 한 번도 댐을 가보지 않았었다.
일부러 댐을 찾아가 몇 장 사진을 찍어두려 했는데 정작 댐 위에서는 촬영이 금지란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운무가 내려앉은 황매산이 보인다.
작년 휴가 중 올랐던 곳.
올해 휴가는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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