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글들

   (2006-01-05 12:32:25, Hit : 4291, Vote : 391)

http://www.gnfish.com

콩삼님의 글 "당신의 인생열차"

콩삼 (2006-01-03 04:21:53, Hit : 156, Vote : 3)   당신의 인생열차

아버지는 기차를 운전 하셨다.

참 웃기는 얘기지만 지금 내가 자동차를 운전하는것보다 우습게 시작을 했다는데...

그러면서도 왜 내가 운전면허증 시험칠때 아버지보다 책은 예전부터 그리 많아야했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부산진역에 들어올 시간에 맞춰 늘상 도시락을 기다리신다.

도시락은 어머니가 벌써 몇시간전부터 준비를 해둔다.

그리고 그건 어리지만 발빠른 내가 들고 나른다.

보라빛 보자기 안에 놓여있는 노오란 양철도시락.

그리고 그속에 들어있는 아내의 사랑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단지 따스한 기운과 고소한 밥내음만 맡았을뿐...

부산진역에 도착하면 말달구지가 나보다 도시락을 먼저 반긴다.

그것들을 헤치고 개찰구에서 아버지 이름을 대면 나는 그냥 통과다.

참 그때도 그게 흐뭇한지도 몰랐고 무조건 도시락이 기관실에 도착해야만 하는게 내 임무였다.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려본 기억치고 도시락 들고 기관사를 기다려본 기억은 남다르다.

표도 없고 어디를 갈데도 없는 갸냘픈 어린애가 도시락이 식기전에 전해야 한다는 마음...

그때의 내가본 기차역은 늘상 김이 서린 소음뿐인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찌그리 아버지가 운전해오는 기차를 잘도 발견하는지...

어린 나는 발을 동동 구른다.

기적소리가 그때처럼 행복하게 들릴때가 없었다.

칙칙~ 마지막 김을 내뿜으며 기차가 멈추어 서면 어린 내가 올라설수 있도록

기관조사님의 발걸음이 먼저 나를 반긴다.

기관실...

이제 아버지가 맛있는 식사를 하신다.

시간도 맞질않고 찬도 없지만 그렇게 배를 채우는 모습을 늘상 보아왔다.

근데...

어린 나에게는 그런것보단

임무완수후 보여지는 기차의 앞대가리 모습이 더더욱 신기하기만했다.

나를 기차 운전이라도 가르쳐 주듯이 얘길한다.

'발로 밟아봐라'

기적 소리가 난다...

'뒷칸에 손님들 많이 탓데이~'

기관실에서 작은고갤 내밀어 뒤를 보면 보따리 싸짊은 지금의 어머니들이 많이 내리신다.

그런 실랑이 이후 역무원의 신호가 떨어지면 나보고 기차를 몰아보란다.

지금도 그럴지 모르지만 그당시 디젤기관의 기차는 레버를 작동하면 움직였다.

좌에서 우로...

1번부터 10번까지 있던걸 나는 참 잘 기억한다.

딱 2번까지만 당겨본다.

칭칭칭칭....

기차가 뒤로도 움직이고 앞으로도 움직인다.

그때까지도 말 한마디 없이 아버지는 그냥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만 묵묵히 드시고 계신다.

석탄을 때어야 기차가 움직이던 그당시

해운대를 지나 동해남부선을 운행하던 당신은 항상 송정고개를 가기 싫어했다.

그 파란 바닷가가 보기 싫어서...

이마에 땀흘리며 석탄때는 삽질이 너무 힘들었기에...

그래서 디젤기관이 나왔을때 그다지 반가워했을까...

그래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는걸 누가 말릴건가...

저렇게라도 부산역에 서 계시면 맘속에 그당시 송정고개의 아픔이 잊혀질까...

지금은 결국 이렇게 될것을....

난 알고있다...

저렇게 누워계셔도 아직도 가끔 찾아오는 철도우편물에 행복해 하는 모습과,

책장에서 더듬거리며 찾아 헤메던 그 많던 기차운행 관련법들을....

하지만 제일 아쉬운건

이제는 그때의 도시락 막내가 지금 이런글을 쓰고 있을줄은 꿈에도 모를정도로

순진해져버린 지금의 아버지가 아쉽고 또 한편으로....참 그립다.

가까이 있어도 그립다....

행복일까....

이렇게 오늘도 기차는 달리는데....

(2006-01-05 12:33:17)

많이 분들이 보시고 눈물 적신 글.. 남기고 싶은 글에 선정해봅니다..
아버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찌한마디 (2006-01-06 11:19:21)

건강 하시길 기원합니다...

노을빛 (2006-01-06 17:51:05)

좋은 글 너무 짠하게 읽어습니다.
아버님 건강하시고, 콩삼님도 이 겨울을 녹일 따스한 마음있으니
모두 일에 행운을 기원합니다

지민아빠 (2006-02-05 16:15:30)

가슴이 찡하네요 잘읽었습니다

무학산 (2006-07-25 14:00:08)

아! 이 이야기는 전에 사랑방에 올라왔던 글인데......
너무도 감동적인 글입니다.



공지   이 코너에서는.. [8]    2005/08/20 3737 330

56 낚수님 이야기 중에서.. [9] 2007/05/29 8626 438

55 짐님의 뜀박질 이야기 [4] 2007/02/19 8241 453

54 차이장님의 회상 [5] 2007/02/19 8309 414

53 落花流水님의 아름다운 물가 이야기 [6] 2006/11/07 8288 455

52 만땅님의 새벽기차 태공들 이야기 [1] 2006/11/07 8483 462

51 천군님의 지혜 [6] 2006/08/29 8101 461

50 건새우님의 건강 이야기 [7] 2006/08/13 4503 400

49 휴가 [3] 2006/08/13 4186 399

48 詩가 있는 경붕사 [3] 2006/08/13 4253 411

47 아름다운 4짜 소감문 [9] 2006/05/08 4805 360

46 답글 중에서.. [4] 2006/05/06 4354 385

45 집으로 가는길.... [7] 콩삼 2006/04/09 4399 395

44 가정의 행복이란.. [8] 2006/03/11 4287 389

43 사랑과평화님의 미역국이야기 [6] 콩삼 2006/02/27 4125 465

42 사랑과평화님의 별을찍는 이야기중에서 [3] 콩삼 2006/02/27 3832 340

41 진짜 부끄러운 것.. [5] 2006/02/27 4364 428

40 백설공주님 답글.. [2] 2006/02/22 3963 342

39 한줄메모장에서.. [7] 2006/01/06 4423 378

38 느티골님의 답글중에서.. [4] 2006/01/05 4058 378

37 대물스토커님의 답글중에서.. [4] 2006/01/05 4093 369

36 느티골님의 초가지붕 이야기 [2] 2006/01/05 4297 391

콩삼님의 글 "당신의 인생열차" [5] 2006/01/05 4291 391

34 사랑님의 새해인사 [2] 2006/01/05 3672 301

33 콩삼님의 인터넷 이야기 중에서.. [3] 2005/12/21 4026 359

32 보고싶은 얼굴들.. [3] 2005/12/20 5102 312

1 [2][3]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