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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밤의 기억 ~
그 때 겨울은 엄청 추웠습니다
모든 것은 차라리 푸른빛이었습니다
한밤중에 내리는 함박 눈꽃은
마당이며
기왓장이며
닭장 위에도 소복이 쌓여가고
달빛에 비친 그 모습들은 푸르스럼하였습니다
바람도 파르스름 울부짖고
문풍지도 온몸을 파르르르 떨었습니다
상할머니는 쪽진머리로 늘 방안에 계시다가
창호지에 발라놓은 유리조각에 눈을 대고
때론 바지랑대 같이 긴 호통을
때론 가만히 바깥네들 거동을 살피시다가도
뒤돌아 앉은 눈빛은 언제나 인자하였지요 !
어느 날인가 푸른 겨울밤이 찾아오자
상할머니는 뻣뻣한 삼베 적삼을 꺼내 들었습니다
너무나 파란 빛이던 얼굴은
먼 길을 떠나가는 화장이었나 봅니다.
나는 조각이 끝나지않은 지게막대를 짚고
하얗게 변한 소나무 밑을 쫄래쫄래 나아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푹푹 빠지는 산허리를 따라
시린 눈발을 헤치며 어른들을 따라나섰습니다.
먼 발치 설탕같은 들판이 너울거리고
굽이친 강물도 하얗게 변해 있는데
곡소리가 먼저 능선을 타고 넘어가면
뒤따르는 상두꾼의 머리 위에는
푸르스름한 함박꽃이 피어나고 있었지요.
..
상할머니 : 나의 어머니의 시어머니의 시어머니.
바지랑대 : 마당에 빨래줄 받치는 장대
바깥네들 : 머슴 둘 남정네
뻣뻣한 삼베옷 : 수의
상두꾼 : 상여를 메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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