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붕사 칼럼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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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담 (2008-08-04 16:50:41, Hit : 3042, Vote : 333)

보리밥 (상)

누가
내 고향을 물어오면
그냥 합천이라 쿤다
그러면 흔히들 합천이란
물 많고 산세 좋고 해인사 가까운 ......
그런 다 좋은 고장으로 여기는데 !

사실 내 고향은
합천읍에서 조금 떨어진
적중이라는 조그마한 동네다

말 그대로
붉을 적(赤)자에 가운데 중(中)자이다보니
무지 덥거나
겨울에는 억-수로 추운 분지와도 같았다.
어쩌면 크레이터 생성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선견지명이란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는걸 느끼는게
합천이라는 말도
예전에는 계곡이 좁고 험하다는 뜻에서
원래는 陜川 (협천)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사람들이 다들 합천(陜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발음이 어려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말을 가만히 뜯어보면
합천(陜川)이란 말은
왠지 하천이 합해지다라는 뜻처럼 들리게 된다.

내 어릴적
아직 학교도 다니기 전에
아버지따라 대병이란 동네에서 잠시 살았었다.
지금은 수몰되어 합천댐 한가운데 붕어들이 노닐고 있는 물속이다.

그때만해도
그 곳에 거대한 댐이란게 생길줄은
정말로 꿈도 꾸지 않았던 그런 곳이었다.

그 곳에는 구기자 열매며
노루고기하며
온갖 종류의 물고기가 그득하였고,

개울가 구름다리밑
동네 아낙네 빨래터에서
물장구치면서
어린 시절에 잠시 놀았었다(?)

차갑고
이가 아리도록 시린 개울물에
수박 한통을 튜브삼아
놀기도 하고

아버지가 나서는 은어 낚시에
기여코 따라가겠다고 떼쓰고는
결국 개울가 바위틈에서 졸다가 ............
퐁당 !!!
빠져서 허우적 대기도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땐
밀집모자 하나에 달랑 낚시대 하나뿐이었다.
미끼는 삐꾸통이란 것도 없이
어떨땐 대바구니로 만든 조그마한 통에
두엄 뒤져 지렁이를 캐어 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돌 들치면 나오는
애벌레가 최고였다고 한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송어낚시나 피라미 낚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대병 마을에는
개울을 건너가는 구름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어린 눈에 굉장히 높아 보이고
출렁이는 폼이 너무 무서버

떠나오기 얼마 전에야 겨우 한번 올라가 볼수 있었다.
하지만 겨우 절반 밖에는 못 가볼 정도로
엄청 높고 무섭게 느껴졌었다.

그땐 출렁다리 너머가
무서운 포수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겨졌었고
꿈속에서 그들이 가끔 나타나곤 했던
미지의 세계이자
끝내 건너가 보지 못한 두려운 존재였었다.

동네 빨래터나 마찬가지인
개울가에서 올려다 보면
항상 일렁거리는 구름같은 다리 였었다.

어느날 한번은 아버지가
큰 맘 먹고 사다주신 자전거가
불과 한달을 못 넘기고 다 부서져 버렸다.

내 기억에는 사라져 버린
동네 큰 아이들이
번갈아 돌아가며 타 대는 통에
그만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그 시절 최고의 군것질 거리인 호박 엿장수에게
아주 두둑한 값으로 엿과 바꾸어 먹었다.

그때는 엿장수가 치는 가윗소리가
몇번인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을 때이기도 했었다.
다만 눈에 뵈는 고무신짝에나 눈독을 들였던
그런 철부지 였으니깐.........
그러다가 엿치기에서 지는 날에는
정지칸 헛간에도 기웃거리곤 하였다.

계속......

나무꾼 (2008-08-04 18:05:19)

한자로는 분명히 협천인데 와 합천으로 읽는지 인제는 이해가 됩니다.^^

새벽물안개 (2008-08-05 08:40:06)

출렁다리...
대병에도 있었군요...
봉산에도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지금의 봉산에서 대병 가는길의 중간의 (지명 기억안남)에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폐교된 분교?로 건너가는 곳에도 출렁다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되네요...

약발붕어 (2008-08-05 14:50:13)

보리밥 묵고 싶어 집니더...^^

송애 (2008-08-07 10:46:29)

고향이 합천 이군요...
내는 삼가 입니다.^^*

일소일소 (2008-10-24 10:21:38)

어릴 때 합천인지 협천인지는 몰랐어도 고향 대구에 있을 때는 어른들이 협천이라고도 말씀을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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