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동안 그토록 반겨주던 님이었건만
무심하게도 이제서야 겨우내 잊고 지낸 님을 만나기 위해 올해 첫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함께 가볼까요?
주중에 내린 비로 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지만
바람도 심하고 영하를 맴도는 추운 날이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시조회 소식들을 접하며
마음만 부풀리던 중 작은 모임이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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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만나기 위해 이것저것 짐을 꾸려 봅니다.
홀가분하게 갔다가 오고 싶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온걸 섭섭해 할까봐
소소하게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자꾸 짐만 늘려 나가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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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었느냐? 또 잘 지냈느냐?
작년보다 키도 훌쩍 자라고 많이 야위었구나.
님이 어디 붕순이만을 이르겠습니까?
밤새 함께 떠들어준 풀벌레도
함께 지샌 저수지의 달과별도
뒤에서 밤을 지켜주던 그 나무들도 ..
편안함을 주는 그 느낌까지도 제게는 그리운 님입니다.
해가 바뀌어 드디어 님과 재회를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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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찾지 않은 이기적인 낚시인이 미웠는지
투정이 섞인 심한 바람이 보금자리를 닦는 사이 계속 불어왔습니다.
텐트가 넘어질 듯 심한 바람에도 화를 내지 못하는 낚시인은
이 어려움 마저 허락해준 님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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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화백의 좌우명 중 한가지는
"많은 약속을 만들지 말자" 입니다. 약속에 구속되는 것도 싫었지만
수많은 약속 중 하나라도 지키지 못해 가볍고 헤픈 사람이 되기 싫었기 때문이라네요.
하지만 짐작할수도 없이 오랜 시간동안 '그 님'은..
같은 계절.. 같은 시간이 되면 그 약속을 어김없이 지켜주었습니다.
해가 뜨고 또 지고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나 싶으면 이내 꽃망울이 터지고 ..
한번도 그 약속을 어긴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님을 보기 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마운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 조행기를 빌어 함께 해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 꼭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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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불어오던 칼바람도 이내 잦아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밤새 울음만이 조용한 저수지에 울리고
달빛만이 무심한 낚시인을 비추네요.
시린손을 감싸주는 작은 손난로의 따뜻함이 겨우내 참 그리웠습니다.
오랫동안 .. 마치 다시 만나지 않을 것처럼 님을 저버리고 돌아섰지만
이렇게 좋을 것을 왜 그렇게 망설였는지 ..
아늑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치 그동안의 어려움을 위로 받는 느낌은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면 알만한 그 행복함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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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것이 높이떠서 만물을 다비추니
밤중의 光明(공명)이 너만하니 또있으랴
보고도 말없으니 내벗인가 하노라
(오우가)-윤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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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것 같았던 님도
그리고 이 멋진 저수지와 달빛도 ..
아침이 되면 모두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편하고 여유될때 찾는 이기적인 낚시인이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님에게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곤
왔다 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뿐입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고 남긴것도 없는 재회였지만
또다시 이 만남을 이어가리란 생각에 벌써 다음 만남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들뜨네요.
밤새 조용한 저수지를 울리던 조우들의 웃음소리와
잠시나마 단잠을 허락해준 물가의 편안함이 금새 그리워 지는것은
그저 붕어를 보겠다는 마음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시조회라는데 큰 의미는 두고 싶지 않지만 짧은 글로 시조 인사를 대신 하겠습니다.
올 한해 출조하시는 선배님들과 회원분들..
행복하고 사고 없는 조행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넙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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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배경음악은 럼블피쉬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 입니다.
몇일 후 점하나 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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