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담배 붕어낚시21 새해에는 금연에 도전하자 차태훈<포천 차태훈의원 원장>
낚시인의 흡연수칙 5단계
1. 금연에 도전한다.
2. 그래도 실패하면 다음 사항을 지키면서 다시 금연을 시도한다.
3.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4. 술을 마실때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5. 낚시터에서는 반드시 금연을 한다.
6. 그래도 담배를 피우게 되면 꽁초는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다.
수 년 전 절친했던 낚시 지인(知人)을 갑자기 잃은 일이 있었다.
내가 속한 낚시회의 고문으로 계시던 분으로, 나보다 10년 이상 연배 차이가 나는 분으로 거의 매주 나와 같이 출조를 하곤 했다. 마지막으로 함께한 출조지가 강원도 철원의 강포지 였는데, 밤새 낚시를 하고 아침에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는 나를 향해 그분이 한 말은 남은 담배는 모두 놓고 가라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협심증세가 있었는데, 쉽게 담배응 끊지 못하시고 낚시할 때마다 줄담배를 피우시고는 했다.
몇 개비 남지 않은 담배를 드리며 나는 "담배를 끊지 못하실 바에는 차라리 이걸 다 피우시고 죽어버리십시오."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날로부터 사흘 후 그분은 심근경색증으로 운명하셨다.
지금도 나에게는 이 일이 두고두고 가슴에 쌓이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왜 좀 더 강하게 금연을 권하지 않았던지….
낚시와 담배. 어쩌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일지 모른다.
잔잔한 수면 위로 피워오르는 물안개, 그리고 그 사이 어렴풋한 찌톱 한 마디를 바라보면서 내뿜는 한 모금의 담배연기에는 세상사에 물들었던 모든 찌꺼기가 빠져 나가고 있을 진데….
그래서 이번에는 피울 때 피우더라도, 도대체 담배가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해로운 것인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관계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43가지 발암물질을 가진 담배
역사적으로 볼 때 담배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된 듯 하지만 그 확실한 뿌리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국 인디언들이 담배를 경작하면서 기호품이나 의식용으로 사용하던 것이 콜럼버스로부터 유럽으로 전파 되었다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6세기 초 일본이나 베이징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담배를 '남초', 또는 '왜초'라 하였고, 중국에서 들어온 것은 '서초'로 언급돼 있다.
이후 약 300년 동안 이들이 재래종화 되면서 재배 되었으나 1906년 황색종(yellow tabacco)이 전파 되면서 전국적으로 재배가 되기 시작했고, 벌리종(burley tabacco)이 그 뒤를 이어 현재까지 재배 되고 있다.
주로 경상북도와 충청남도, 전라북도 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는 잎담배는 생육 기간은 170일 정도이며, 일조량이 많고 배수가 잘 되는 산성 토양에서 섭씨 26~27도의 기온을 보일 때 잘 자란다.
가공 되지 않은 잎담배에는 니코틴을 비롯해서 이와 연관된 알카로이드, 말산, 시트르산과 같은 유기산과 당분이 들어 있다. 잎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의 함량은 품종에 따라 다르고, 토양과 기후조건, 재배 및 건조방법은 물론, 잎이 붙어있던 위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렇게 생산된 잎담배는 담배공사에서 전량 수매하여 담배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수입된 몇 가지 원료와 잎담배를 배합하여 독특한 맛과 향을 내게 하는 아메리칸 타입으로 제조 된다.
이렇게 만들어 지는 담배가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직접 담배를 피움으로 해서 인체에 미치는 의학적 영향이다.
우리가 피우는 담배연기 속에는 약 4,000여 가지의 화학물질이 함유 되어 있는데, 이 중 43가지 이상의 물질이 발암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발암물질의 대부분은 담배연기 속 미립자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 발암물질들은 담배연기 속에 같이 포함된 촉진인자와 보조 발암불질, 그리고 석면, 알코올과 같은 유해환경 인자에 의해서 더욱 활성화 된다.
지금가지 확인된 담배에 의한 암은 다음과 같다.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방광암, 신장암, 췌장암,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 직장암, 각종 혈액암(백혈병 등) 등이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암 뿐만 아니라 신체 여러 장기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상승 시키고, 혈소판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여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또 심장 근육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키면서 작은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켜 협심증을 악화시켜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니코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현재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데, 주로 기분이 좋아지고, 각성 및 수행능력이 향상되며, 공복감의 감소로 식욕저하가 생기면서, 체중감소가 일어난다.
그러나 니코틴 부족현상이 생기면 감정이 예민해지고, 기운이 없어지며, 집중력 장애가 일어나 작업 수행 능력이 감소한다. 또 불안감과 수면장애가 생기고, 지속적인 공복감으로 인해 결국에는 식욕이 늘고 체중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니코틴 중독현상으로 이어진다.
흡연이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 주로 기관지에 염증이나 부종이 생기고, 모세혈관 파괴와 면역기능의 저하를 초래하여 결국은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이나 기관지 천식 등을 유발시킨다.
둘째, 본인이 흡입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다름 사람이 피우는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를 마실 때 생기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내뿜는 담배연기와 담배가 탈 때 나오는 연기 속에는 직접흡연과 마찬가지로 많은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를 마시는 것도 직접흡연으로 생길 수 있는 모든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간접흡연이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가 피우는 담배연기로 인해 주변에 있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다른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도덕적인 측면이다.
이런 간접흡연은 안구 자극 증상, 두통, 아레르기, 기침과 함께 불쾌함을 준다. 더욱이 간접흡연에 노출된 소아들은 기관지 질환 등에 걸리게 되며, 심한 경우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흡연, 타인에겐 범죄 행위 이렇듯 흡연은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백해무익한 행위다.
우리 낚시꾼들이 낚시터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자연 속에서 회복시키고,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사상으로 새롭게 무장하여 다시 새로운 하루를 힘차게 맞이하려 함이 아닌가?
그럼 한번 쯤은 낚시터에서 담배라는 친구를 빼버리면 어떨까?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
우선 흡연으로 인한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질 것이고, 고혈압, 동맥경화, 협심증 등이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목에서 항상 끓던 가래나 기침 등이 없어지겠으며, 피부노화가 억제될 것은 물론이고, 소화력과 정력이 강해진다. 특히 금연을 함으로써 본인 스스로 느끼게 되는 자신감과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떳떳해 질 수 있는 자긍심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얼마전 초등학교 4학년인 필자의 아들 준근이가 근처 하우스낚시터에 가자고 하도 보채길래 의무방어 하듯 데리고 갔던 적이 있었다.
그날은 마침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잠시 정신을 차리고(우리는 둘 다 안경을 썼기 때문에 안겨에 낀 수증기 때문에 앞이 보일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했다) 보니 거의 앉을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 쯤은 참을 수 있었지만 정작 참기 힘들었던 것은 실내에 꽉 들어찬 담배연기였다.
거기 있던 낚시꾼들이 모두 저마다 한 대식 피워대고 있었으니 그 때가지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다가 들어온 우리들에게는 고문 그 자체였다.
관리인이 안내해 주는 자리로 가면서 나는 아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의 눈빛이 '이건 아니다. 가자'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그날만큼은 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창피했다. 아직도 나는 낚시를 하면서 담배를 끊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한 번쯤 심각하게 고려를 해 보려고 한다. 담배를 끊음으로써 생기는 짧고 작은 고통을 이기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므로….
* 사랑과평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7-04 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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