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더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가 중 인구대비 교통사고 사망률이 1위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부끄러운 ‘1위’에서 탈피하자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 덕분인지 근년 들어서는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과 피해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크나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경찰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석달 동안 경남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모두 3039건이며 이들 사고 중 사망자 수는 145명, 부상자는 4077명이라고 한다. 경남도내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월 평균 48명, 하루 평균으로는 1.6명인 셈이다.
이와 같은 사망자 및 부상자 수는 결코 만족할 만큼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월등히 나아진 수치다. 올 1/4분기 중의 도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작년 1~3월에 비해 199건이 줄어들어 6.1%의 감소율을 보였다. 사망자도 12.7%인 21명, 부상 11.4%가 줄어들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일 뿐 아니라 이러한 추세라면 우리라고 선진국처럼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사망ㆍ부상자 수 또한 크게 낮추지 못하란 법이 없을 것 같다. 다만, 구호만으로는 교통사고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시민 모두의 교통문화 및 의식 선진화가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다.
교통사고와 사상자 발생 피해를 어떻게 하면 더욱 줄일 수 있을까. 우선 사고와 피해 유형 분석자료를 보면 거기에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의외로 쉽게 나와 있다. 1/4분기 중 사망자 사고의 51%가 보행자 사고라는 점, 그리고 이 중에서 또한 58%가 보행자 과실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보행자,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무단횡단 등 보행자 준수사항만 잘 지켜져도 사고는 훨씬 더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보여주는 수치다. 물론 보행자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걷는 사람을 존중하는’ 운전을 한다는, 양보적이고 여유로운 운전행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대별로 보더라도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 사이에 사망사고 59%가 발생했고, 운전경력 5년 미만의 사고가 전체의 55%에 달했다는 사실도 일반 시민들이 새겨둘 만한 수치다. 야간 졸음운전, 음주운전, 거기다가 경험이 미숙한 젊은이들의 운전 등이 얼마나 위험하고, 밤길 보행자에게 부담스런 것인가를 늘 인식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이 운전자, 보행자 모두에게 깊이 새겨져 있고 행동조심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여기서 더욱 더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여유롭고 조심하는 마음가짐의 실천이다.
경남일보 200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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