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만땅
'스포츠'에는 흔히 '핸디'나 급수, 승률 등 능력 평가 기준이 있다.
바둑이 그렇고 골프, 당구, 야구 등이 또한 같다.
더욱이 '프로'의 세계에선 객관적인 잣대에 의해 판정되는 보이지 않는 급수까지도 냉혹하게 매겨진다.
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급수는 '팬' 확보나 인기 관리, 연봉 등 몸값으로 구체화된다.
더러는 연봉 조정이 잘못 됐다며 이의 신청을 내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의 기량이나 저간의 성적에 따라 결정되는 급수는 야구의 타율이나 승률처럼 선수들의 꼬리표가 된다.
하기야 몇 백억 몸값을 받는 고액 연봉 선수가 꼭 골을 많이 넣고 '홈런'을 많이 때리거나
타율이 높고 승률이 앞선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더러는 생김새나 매너 등이 약간의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몸값이 비싼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팬들이 몸살을 앓고 구단들이 이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낚시에도 급수가 있고 유단자가 있다.
앉은 자세와 낚시하는 '폼'만 봐도 급수는 쉽게 판별이 된다.
아직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고 '프로'가 아니어서 아무런 대가성도 보장받지는 못한다.
옛 부터 낚시 잘하고 인품이 훌륭한 낚시인은 조성(釣聖)이니 조신(釣神)이니 하는 칭호로
많은 낚시인들의 존경을 받아 왔지만 통칭되지는 않는 터-.
그래도 차원 높은 낚시인은 어딘가가 뭔가가 남다른 데가 있다.
'포인트' 선정에서부터 앉은 자세, 던지는 품새하며 챔 질 '타이밍'과 방법,
낚은 고기의 뒤처리와 그 후의 이음 동작 등 여느 낚시인과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이 또한 조과 와 직결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십중팔구 다른 사람보다 많이 또 큰놈으로만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붕어 입질이 시원치 않아 여러 개의 낚시 대를 펴고 앉은 경우 급수 높은 낚시인 곁에서 구경만 하고 있어도
넘치는 세련미와 귀신같은 솜씨에 넋을 잃고 만다.
부채 살 모양이나 도,레,미,파 형태로 펼쳐 놓은 낚시 대들은 높낮이와 간격이 가지런하게 한결 같다.
초리대 끝은 한 뼘쯤 물에 살짝 잠겨 있고 뒤끝은 손을 내밀어 제일 쉽게 닿을 수 있도록 무릎 앞 짬에 고정돼 있다.
미끼통과 살림망은 왼쪽에 젖은 수건과 마른 수건이 뒷걸이 에 나란히 걸쳐져 있다.
다른 낚시인들은 딱딱한 떡밥도 쉽게 꿰지 못해 한참이나 뭉뚱그리고 있는 사이 비비기 조치 어려울 만큼
묽게 반죽한 떡밥을 손닿기가 바쁘게 찍어 바르듯 바늘에 매달아 떨어지지 않게 살짝 던져 넣는 솜씨.
옆 사람들은 짧은 낚시 대를 던져 넣는데도 씽씽 칼날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나고 봉돌이 풍덩풍덩 물장구를 친다.
하지만 고수는 엄청 긴 낚시 대를 던지는 데도 바람 소리, 물소리는 귀를 기울여도 들릴락 말락 이다.
찌가 벌렁 자빠질 만큼 치솟아도 헛챔질 하기 일쑤인 딴 사람과는 달리
눈에 보일락 말락 하게 솟는 미세한 찌 놀림도 놓치지 않고 걸어내는 귀신같은 재주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낚시 도구며 담배꽁초와 쓰레기들….
챔 질을 할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리고
헛챔질을 했을 때는 “에이 씨팔”을 연발하는 옆 자리 낚시인은 분명 10급 이하다.
밤 새워 낚시를 하면서도 불빛 한 자락 어른거리지 않고 자는 듯 조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안내는 조용한 낚시인.
그믐날 밤이라도 손전등조차 켜지 않고 한석봉 어머니 떡가래 썰 듯 주머니를 뒤져 줄을 매달고 낚시를 묶어
도래에 연결 해 내는 그 능숙함.
눈을 감고 던져도 바늘의 착수 점은 열 번 스무 번 그때 그 자리라면 이분은 필시 1급 지나 유단자임이 분명할 터-.
수많은 낚시인 들이 듣고 보고 깨닫고 본받아야 할 옛 부터 일컬어 왔다는
조선이나 조신의 경지에 다다른 모범 낚시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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