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종 쏘가리·메기·가물치 풀어 외래어종과 ‘水中 전면전’ 펼친다
수족관 실험 해보니 한입에 꿀꺽 먹어치워 /생태계 균형 찾게 토종 남획 자제하세요
블루길·배스의 天敵 납시오 [조선일보 주완중 기자 2006-06-17 03:06]
대한민국 대표 토종 어종(魚種)들이 외래 어종들에 대한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하천에 들어온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어종의 왕좌에 오른 블루길과 배스.
그 무자비한 외래 육식어종과 우리 토종 육식어종들 간의 한판의 혈투가 개봉박두다.
◆하천, 저수지 외래어종이 점령
경기도 청평 내수면생태연구소는 2005년 5월부터 10월까지 청평댐 내 일정지역 네 곳에서 어류 개체 수를 조사했다.
외래 육식어종인 블루길은 184마리, 배스는 93마리였다.
우리 육식어종인 토종 쏘가리는 한 마리에 불과했고, 가물치는 다섯 마리, 메기는 42마리뿐이었다.
블루길과 배스가 우리 토종물고기의 치어(稚魚)를 얼마나 무자비하게 잡아먹어 씨를 말리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안산시청 환경관리과 최종인씨 등 3명은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시 화랑저수지에서 블루길 퇴치를 위해 낚시를 해봤다.
한 시간이 지나자 어망이 터질 지경이었다. 블루길만 100마리가 넘게 잡혔다.
낚시에 잡혀 다시 놓아준 붕어는 세 마리에 불과했다.
최씨는 “작년에도 수십ｔ의 블루길을 잡아냈지만 여전히 저수지의 80% 이상이 블루길”이라며
“하루는 손으로 돌 틈 사이를 뒤져 350마리를 잡아낸 적도 있습니다.
블루길이 갓 부화된 토종붕어의 치어들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집니다”라고 했다.
◆토종 어종의 외래어종 반격실험
지난 11일 청평 내수면생태연구소의 수족관에는 우리 토종 육식어종인 쏘가리, 메기, 가물치와
외래 어종 블루길, 배스의 대결이 벌어졌다.
#장면1=15cm가량의 3년생 배스와 블루길을 쏘가리 수조에 넣자 30cm 크기의 쏘가리들이 경계태세를 갖춘다.
배스와 블루길은 겁을 먹은 듯 수면 근처를 맴돌며 방어준비를 한다.
갑자기 천연기념물 제190호인 황쏘가리 한 마리가 등지느러미의 가시를 세우더니 쏜살같이 침입자를 향해 돌진한다.
작게만 보이던 입이 순간 동굴처럼 커졌다. 순식간에 배스의 머리를 삼켜버린다.
바로 옆에 있던 쏘가리도 블루길의 배부분을 물어뜯었다.
1초도 걸리지 않아 배스와 블루길의 형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장면2=가물치가 있는 옆 수조에도 블루길을 넣었다. 80cm 크기의 가물치는 여유롭게 헤엄친다.
블루길의 크기와 헤엄 속도를 재는 듯했다.
가물치의 느린 유영에 안심한 탓인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집 구경을 하는 여유를 부린다.
가물치가 전속력으로 돌진해 블루길을 머리부터 삼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반항이나 저항은 없다.
◆“토종 물고기의 개체 수를 늘려라”
청평 내수면생태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우리 토종물고기의 개체 수를 늘려 외래어종의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을
내년 중에 피해가 극심한 경기도 안산의 화랑지 같은 지역에서 실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지역의 특성에 맞게 쏘가리, 메기, 가물치 등의 어종을 선택해 치어 1만 마리를 방류해 이들 치어들로
블루길과 배스의 치어들을 잡아먹게 하겠다는 것이다.
방류한 토종 어종의 치어 생존율이 50% 정도 되기 때문에 완벽한 퇴치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균형 있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생각이다.
이 박사는 “현재 우리 육식어종은 청평댐 조사를 보아도 외래어종에 비해서 개체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이것은 외래종의 공격도 공격이지만 사람들의 남획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우리 토종 물고기는 크기에 상관없이 잡아 음식이나 약으로 만들어 먹는 데 비해
외래어종은 잡히면 기분 나쁘다고 다시 놓아 준다”면서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 토종 어종들은 사람들과 외래 어종의 이중 공격에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