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글들

   (2005-11-12 09:14:31, Hit : 2433, Vote :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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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장님의 세월이야기, 붕어이야기

외출 준비 중 옷의 단추가 떨어졌다.
반지그릇에 바늘과 실은 덩그렇게 들어 있건만
정작, 바늘과 실은 무엇이 뒤틀렸나, 서로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들이 소원한 관계인 것은 분명하나, 난 그저 난감하기만 하다,

속편하게 다른 옷을 입고 나서면 좋으련만, 아내가 반지그릇을 열었을 때
애써 그 좁은 바늘구멍에 실을 밀어 넣는 모습이 맘에 걸려
식은땀을 흘리며 바늘귀에 실을 밀어 넣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바느질 하는 아내 모습을, 차 한잔을 들고,
찬찬히 바라보니 바늘귀에 실을 못 꿰 안절부절,
난 내 눈을 의심않고,선 듯 내가 꿰주마,
보일 듯 말 듯 좁은 구멍과 씨름하던,그 때가 다시 재현되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본능적으로 바늘을 묶고,
다람쥐 같은 민첩함이, 갯바위 낚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고향 사투리의 느리다 놀림도,  재빠른 행동으로  불식 시켰는데.
점점 쇠퇴해 지는 시력 때문일까, 동작도 손놀림도 예전만 못하고,
지금 이러듯 바늘허리 붙잡고,자고나니 가버렸네 세월만 탓하고 있다.

문득, 세월의 무상함을 허허로이 느끼듯, 더 비우고 더욱 희여 질 때,
그때도 물가에 다다를까 하는 조바심과,
갑자기 멈출 것 같은 나들이가 서글프듯 다가온다.
슬쩍 창밖을 바라보니, 담장에 기대어 있는 은행나무가,
허물 벗은 뱀처럼 훌훌 털어 버리고, 나이테 하나를 돌리고 서있다.
손에 잡힐 듯 보였던 낮은 하늘이, 오늘따라 참으로 깊어 보인다.

그래, 내가 세월 낚았지 붕어 낚았나.


                           -차이장-

꽁수 (2005-11-14 16:45:54)

선배님의 세월에 잠시 빠졌다가
퍼뜩 빠져 나옵니다..아직은 그 속에
있기엔 아직은 제 나이가 이르기에.ㅎㅎㅎ

그리운그곳 (2005-11-17 12:04:39)

참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감사히 듣고 ,보고,느끼고 갑니다.

옻고개 (2005-11-29 23:04:54)

어제 같았던 그날이

벌써 내곁에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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