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메라 '길위의 전쟁'…올 1200만대 적발 벌금 5천억
지방출장이 잦은 건강보조식품 영업사원 김모씨(39).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김씨와 단속카메라의 전쟁은 시작된다. 아내도 "운전 조심하라"는 말보다 "딱지(교통위반 스티커) 조심하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김씨는 "2박3일 지방출장 기간에 딱지 4장이 날아온 적도 있다"며 "한달에 서너번 꼴로 날아오는 딱지를 막으려 안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인카메라의 단속위치를 알려주는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보았으나 허탕이었다. 일정금을 내면 범칙금 요금을 대신 내준다는 보험에 들기도 했다. 결국은 사기로 드러났다. 성능이 좋다는 감지기와 아크릴판도 구입했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번호판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 별 효력이 없자 큰마음 먹고 100만원을 들여 위성으로 단속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준다는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기도 했다.
김씨는 "값은 좀 비싸지만 카메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네비게이션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운전자들과 단속카메라와의 전쟁은 97년 32대의 단속카메라 설치와 함께 시작됐다. 올 들어 단속카메라에 적발된 자동차는 약 1,200만대. 벌금 총액도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전국의 차량이 1,250만대이니 거의 모든 차량이 한번씩 적발된 셈다.
이처럼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무인 단속카메라의 증가 때문이다. 현재 1대당 2,800만원 하는 이동식 카메라 336대 등 모두 850여대의 단속카메라가 전국에 설치돼 있다. 내년에는 1월에 85대의 이동식 카메라가 추가되는 등 단속카메라 대수가 2,60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숫자는 2003년에 3,600대로 늘어난다. 그만큼 무인카메라와의 전쟁이 치열해진다는 얘기.
사정이 이렇자 무인 단속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온갖 꾀가 나온다. 150㎞ 이상의 초스피드로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가 하면 대형차량의 뒤에 바짝 붙어 운전, 아찔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물론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다. 또 전조등을 위로 올린 채 주행하고, 차량번호판을 반쯤 구부리고 달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예 번호판을 떼고 달리는 사람마저 출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인 단속카메라의 활약이 늘어나면서 운전자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다. "도로마다 기준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카메라를 동원해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갑작스레 나타난 카메라를 보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사고를 낼 위험이 크다" 등 불만을 토로하는 운전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단속카메라가 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5% 이상 줄었다"며 "선진 교통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무인카메라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02년 7월 >주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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