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외 지역 낚시다녀 온 이야기 적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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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2004-08-17 17:14:24, Hit : 3409, Vote : 215)

팔공산의 낚시 넋두리.

8/15
제일 혼란스러울 때입니다.
오늘같은 조건엔 과연 어디가 좋을까?
즐겨 찾던 절벽 뽀인트는 물속에 잠긴지 오랩니다.
오전부터 레이다를 총동원시켜 정보 수집에 바쁩니다.
호수 가장자리 한쪽 모퉁이를 점거하고있는 이곳 수상가옥은 물속 온갖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수 있읍니다.
그중에서도 중앙부로 가장 돌출된곳에 이동식 파라솔 벤취 설치해놓고
수시로 망원경까지 들여다보며 물밑 변화를 읽어내려 애씁니다.

가장 유력한곳부터 타진해볼 생각입니다.
먼저 새물 유입부.
이제 흙탕물은 사라지고 맑은 새물이 유입되곤있읍니다만 유량이 많이 줄었군요.
그리고 이곳은 수심이 찌깊이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오전엔 더러 큰넘들이 올라와 수면을 뒤집곤했읍니다만 늦은 오후 이 시간엔 다리긴 왜가리만
한가로이 절도 넘치는 고개질뿐입니다.
그래도 야간엔 모를일입니다.
이런곳은 의외로 떼고기가 터지는곳이기도 하니까요.

다음은 중류 새물 유입부입니다.
이곳은 유입량이 커진 않지만 늘 사람이 붐비는 꾸준한 조황을 보여주던 곳입니다.
오전부터 불루길 천지지만 새볔 2시경 맞은편 레스토랑 간판불이 꺼지면
붕어들이 따금 따금 손맛을 전해주던 곳입니다.
그러나 흙탕물 유입후 가장 변수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건너편 산밑과 오두막집 부근 뽀인트입니다.
이곳은 숙소에서 가장 먼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도 잘들어가지 않던곳이기도하죠.
그러나 유독 이곳만 파는 골수꾼들을 여럿 확보하고 있기도한 곳입니다.
특히 호수 유일의 초저녘 손맛을 볼수있는곳으로 알고있읍니다.
재미있게도 오늘 오전6시부터 대구경북 어디선가 주체하는 낚시대회가 정오까지
이 일대에서 치뤄졌읍니다.
오전에 27.5센티 잡으신분이 막판 2분 남겨놓고 31.5센티 걸어내신분께 일등을 양보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일단 이곳은 제외시켜 놓습니다.
모르니까요.  ㅡ,ㅡ;;
바닥을 모르면 낚시에 혼선이 많습니다.
이곳은 다음에 찬찬히 읽어볼 참입니다.

예의 주시해야할곳은 상류 물 유입부 앞으로 포진해있는 수상좌대입니다.
유입부에서 약 40미터 떨어져서 앞으로는 상류로부터 밀려온 모래가 샇여 언덕을 이루다
2~3미터의 급심을 이뤄 물골이 형성되는 곳입니다.
대체로 일렬로 나열되어있는 이곳 수상좌대는 좀체로 연안으로 접근을 허락치않는 대물들이
안심하고 새물 나들이를 즐기는
이론상으론 대물 확률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그러나 변수가 있는것이 낚시인의 행동거지입니다.
마치 행락객인양 수상좌대에서 행세를 한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수상좌대에까지
그 영향이 미쳐 형편없는 조과를 보인
그동안의 관찰기록이 말해줍니다.

오늘 수상좌대에 손님이 몰리지 않는다면 조용히 바람결에 스며들 참입니다.

후후~^^
모래사장이라 받침대 꽂기가 무척 수월합니다.
저녘거리 사냥차 나와있던 왜가리가 "왝~왝!"거리며 퍼득이는 날개짓으로 자릴 양보해줍니다.
일찍 상을 물리고 상류 모래톱에 앉았읍니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모래.
감촉이 좋습니다.
먼저 보유하고있는 가장 긴대를 펼쳐 물밑 주변 상황을 파악해봅니다.
수심은"어이쿠머니나~" 40센티를 넘지못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심입니다.
그러나 한시간만 할애하리라 맘먹었었더랬읍니다.
주변이 너무 고요합니다.
고기가 올라붙었으면 뭔가 조짐이 있어야 합니다.
찌를 바라보며 다음 후보지를 점찍어봅니다.
오늘은 저도 토끼입니다.^*^

'이~궁!'
수심이 4미터에 달합니다.
2칸반대가 바로 발앞에 찌를 세워줍니다.
2.5칸대 두대만 거치한후 몇번의 헛챔질로 밑밥을 준후 숨죽인채 기다려봅니다.
바닥경사가 급합니다.

"톡~톡!"
찌를 빤후 로켓인양 급하게 찌가 오릅니다.
화들짝 놀라 급한 챔질 들어갑니다만 까꿍입니다.
불루길입니다.
톡톡거리며 찌를 물속으로 이끌더니 불쑥! 찌가 솟아 하늘 똥구멍을 쑤시길 여러차례.
물속으로 잠수했던 파란찌불이 이번엔 점잖하게 찌길이가 짧다는듯 끝까지 올라옵니다.
'이거다!'
속으로 괘재를 부르며 받았읍니다.
역시 손맛은 붕어가 최곱니다.
9치.
회유성이 강해 우유빛을띤 잘생긴넘으로 개시해봅니다.

등뒤론 즐겨앉던 벼랑밑 포인트.
물에 잠겨 상륙친 못하고 철선에 올라탄채 그야말로 미동도 않은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걸어낸 개가입니다.
아둔한 머릴굴려 이동식 수상좌대가 탄생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기쁨은 무너지고 맙니다.
이후로 줄기차게 달려드는 불루길에 항복입니다.
아마도 척후병을 잡아내서인가요?
본진은 결코 들어오질 않았읍니다.

문제의 수상좌대, 오늘은 한가합니다.
당연히 다음 수순이겠죠.
옮겨타느라 조그만 소음이 있은후엔 소리없이 대가 "쭉~쭉"길어집니다.
3.0,3.3,3.7 세대가 진열됐읍니다.

설치된 수상좌대 중앙에서 노 젖기를 중단한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최종 선택받은 좌대입니다.
개중에 가장 호수 중심부로 들어와있는 이곳.

예감은 적중했읍니다.
3.0대 먼저 포신을 연후 차례로 입질이 들어옵니다.

대류현상으로 오늘은 아주 조금씩 찌가 밀립니다.
여기서 찌의 진가가 100% 발휘됩니다.
같은 여부력으로 0점 찌맞춤을 해놓았어도 3.7대 찌만큼은 입수과정부터 버티기까지
완벽 그 자체입니다.
찌 올림은 또 어떻습니까.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물을 밀어내며 한껏 찌톱을 자랑합니다.
그 과정이 길어 낚는 이로하여 여유로운 챔질을 유도케 해주는.
이 찌는 귀한 찌입니다.

평소 날렵한 유선형의 찌를 선호하던 습관에 저절로 손이갔던 다른찌.
그러나 님은 단호히 그 찌를 제 손에서 빼앗다시피 가져가시며 이 찌를 손에 쥐어주셨읍니다.
그리고 부언 설명이 있었읍니다만 새겨 듣지못한탓에 친구분의 수작품으로만 알고있읍니다.
그분은 다름아닌 차이장님이셨읍니다.

늦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던 지난 초봄.
미뤄오던 청소모임 막연히 가보고싶은 생각에
거제함대 여러분의 도움으로 언뜻 따라나서게 됐었읍니다.
거제 내려온지 얼마지않아 제대로 일에 적응치못하고
몸은 망신창이가되어 오로지 정신력으로만 버티고 있을때이지요.
날은 궃어 모임날 종일 비가내려 제대로 의복또한 착용치못한 저는
모임 내내 힘겨운 시간의 줄다리기였읍니다.
결국 정작 청소시간엔 차에서 골아 떨어져버려 제 의무를 다하지못한 죄책감에 휩싸이고 말았읍니다.
그런 제가 봉어 선배님의 장대와 차이장님의 찌를 선물로 받다니요.
가당치 않죠.
그러나 여러님의 권유로 부끄러운 손을 내밀었읍니다.

지금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저 찌가 또다시 활짝 웃으며 저를 반깁니다.
언제봐도 멋떨어지는 찌올림입니다.
할수만 있다면 저 찌가 새끼를 쳐, 모두 찌갈이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읍니다.
형태는 팽이형에, 길이가 두자에 가까우며, 밑으로 9푼의 봉돌을 소화해내는,
극도로 낮은 수심외엔 모든 수심층을 카바해내는 주야간 만능 찌입니다.

여기서 한동안 소식이 없으신 차이장님의 근황을 조심스럽게 여쭙니다.
차이장님의 소식 못내 궁금해 하면서도 쪽지한번 올리지못하고 이날까지 와버린 자신을 뭉텅거려 자책해봅니다.
차이장님 건강하십시오.

한참을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정적을 깨는 전화벨소리 울립니다.
반가운 용두산님입니다.
한사코 내려오라시는군요.
내일 아무래도 일단 보따리를 싸야할것같읍니다.

마지막날 일지모를 이번 낚시기행.
최선을 다해봅니다.
붕어들도 내맘을 아는지 끝없이 물고 늘어집니다.
아침 동녘이 밝을때까지 무수히 뜰채질이 이어졌읍니다.
그러나 결코 대물은 만나보질 못했읍니다.
아마도 다음의 조행기 올리라는 배려겠죠.

그동안 많은 격려와 도움주셨던 여러분과,
모든걸 떨쳐버리고 훌훌 날고싶은 유혹에도 꾹꾹 눌러 다지고있을 소중한 친우들에게
이글을 바칩니다.

대리만족 많이 되셨읍니까?

우리 가족님들 사랑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꾸~벅

* 사랑과평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24 16:25)
* 사랑과평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4 21:18)

즐거운낚시 (2004-08-17 17:29:11)

팔공산 선배님 "환경변화에 따른 붕어생태"에 관한 논문을
쓰셔도 되겠습니다...정말 박사수준입니다...화이팅입니다요..ㅎ

용두산 (2004-08-18 23:41:49)

그동안 팔공산님의 사무치는 조행기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한20년이전부터 동행출조 무수히한 죽마고우지만 당신의 아름다운 조행기보고는
마음이 숙연해지내요,,,
그동안 타지생활하실때 무척 보고도 싶었고 혼자 홀로 물가에 앉아있을때도
당신의 눈망울과 늘 웃는모습 제가부러워하는 털털하고 시원한 성격,,,
붕어 눈망울 볼때마다 선한 팔공산님을 생각안할수 없었죠,,,
당신때문에 경붕사의 찐한정과 사랑을 알았고 멋진 선후배님들을 뵐수가 있어서 더욱 감사했었습니다.
팔공산님 그동안 바쁜 직장생활때문에 못다한
장문의 사무치는 연작조행기 감사드리며,,,
쪼끔이나마 당신의 사무치는 마음 아는것같아 다행입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돌붕애 (2004-08-19 08:50:06)

조행기가 아니라 한편의 소설 같네요
잘 보고갑니다

뽕애 (2004-08-19 16:55:09)

장문의 조행기 감사합니다.
제 손과 등에 땀이 다나내요.
대리만족 감사합니다^^

바람개비 (2004-08-23 13:47:54)

수고하셨습니다.

덜렁군 (2004-08-27 08:41:47)

ㅎㅎㅎㅎ. 수고하셧습니다

꽁수 (2004-08-27 16:53:54)

지난 겨울에 들러보고 아직 한번도 못 갔습니다.
장문의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하얀남자 (2004-09-02 10:57:31)

소설 잘 읽고 갑니다.

차이장 (2005-01-26 19:49:13)

팔공산님의 글 몇번이고,보고 또 보았습니다.
이 코너에 들어와 처음으로 답글을 다네요.
우리 따스한날 꼭 조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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