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외 지역 낚시다녀 온 이야기 적는 곳입니다.

Category

  월향 (2005-10-11 22:05:08, Hit : 3067, Vote : 264)

친구야, 배신을 받아 줘~

회사 낚시회(이름만 낚시회이지 酒우회라해도 무방할 듯)에 신입사원 때 가입한 죄로 매어 있다
몇 해 전부터 아예 회장을 맡아 하기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가을 모임을 갖게 됐다.
예의 그 술판은 질펀하게 벌어지고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 중에 들어 온 강력 뽐뿌.
‘뭐하시나? 난 청도 갈까 싶은데…’
만사 제치고 야유회를 마무리하고 달려 가기로 한다. ‘자~자~ 이제 정리합시다!’

하지만 큰 관문을 거쳐야 한다.
친구와의 약속을 어겨야 한다. ㅜㅜ
‘내다, 니 괘안나?’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의 나,
‘와, 딴 데 가고 싶은 데가 생겼나?’  저쪽에서의 친구 목소리,

‘어, 청도 옆에 경산 올라가는 덴데…’ 거의 빈사상태의 나,
‘그래, 나도 어제 술 억수로 묵고 좀 피곤하네…’ 심중을 파악하기 힘든 친구의 목소리,
‘미안하다, 배신 한 번만 땡기자.’
이렇게 운문호를 돌아 마지막 고개를 넘어 그 못으로 달려갑니다. ㅎㅎㅎ

꽤나 찌들어 보이는 둑이지요? 우리 회원님들, 둑만 보셔도 가슴이 설레신다고요? ^^

둑 위를 보면,

둑 안쪽을 볼라치면 우리 선후배님들 침 좀 닦으셔야겠습니다. ㅎㅎㅎ

둑 위에 자리를 잡고 오늘 밤을 보내기로 하는데, 뽐뿌의 장본인은 소식이 없고, 어둠이 내려 앉는다.
갑자기 한기가 밀려오고 노총각의 가슴에 뻥하고 구멍이 뚫릴 즈음,
서서히 밝아오는 못 옆으로 낯익은 차가 들어오고 푸하선배님이 내리신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앉아 있을 후배가 가여웠던 건지, 이 못의 붕어가 보고 싶었던 건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ㅡ,.ㅡ
반가운 마음도 잠시, 혼자 마신 몇 잔 소주에 취했던지 잠을 참을 수 없고…
잠깐 잠이 깨어, 부산에서 출발해서 이 곳까지 100킬로 미터를 달려 온 부민님과 인사를 나누고는 또 밀려드는 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옥수수미끼를 걸어 둔 찌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원스레 올려주는 멋진 붕어녀석을 만나고는 또 잠에 녹아 든다.

그렇게 둑 아래 마을에는 새벽이 잦아들고,

시골마을이 아침을 맞아 기지개를 켤 즈음,

내 앞에 드러나는 새벽의 저수지를 맞는다.

밤새 묵묵히 저수지를 지키시던 선배님, 둑 위의 내 자리.

이 사진 한 장 남겨두려 밤새 좁은 곳에 갇혀 지낸 붕어, 미안허이…

이렇게 또 물가에서의 하룻밤을 정리할 무렵 걸려 온 전화의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에 조금은 찹찹한 기분을
잠시 운문댐 아래 잔디밭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맘속으로 정리해본다.

낚시,
어쩌면 난 낚시를 그리 사랑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가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평안해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랑과평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4 21:18)

쇠톱 (2005-10-11 22:21:50)

청정지역에 다녀오셨네요.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가고파 (2005-10-11 23:00:45)

우리 마을 님들 어디를 가시든 즐거운가득하시길....^^*

푸르지오 (2005-10-12 00:20:05)

멀리 다녀오셨네요.
그런데 술을 많이 드셨나 ~~~~~~
언제 낚시 할건가요?ㅎㅎㅎ

다혈질 (2005-10-12 00:54:48)

먼곳에 다녀 오셨네요....
붕어 얼굴은 보셔서 다행입니다...

가람 (2005-10-12 01:26:33)

아~~
증말 사진이 예술입니다
암만봐도 월향선배님 전직이 궁금합니다^^

메주콩. (2005-10-12 01:45:16)

그대로 그렇게 국어 선생님으로 살았으면 좋으련만.....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월향님께
월향님 모습 ,또 제답글
그냥 그대로 였으면 좋겠습니다

때 안묻었어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시는 푸르지 못 하는 그 하늘님도 함께요

여전히 그분 존경하고,님 ,사랑합니다.

요산요수 (2005-10-12 06:57:27)

아름다운 풍경 고맙습니다.
붕어 얼굴이 넘넘 잘 생겼네요?

덜렁군 (2005-10-12 08:26:40)

월향님의 조행기는 늘 시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얀남자 (2005-10-12 09:53:11)

조용하니! 한편 잘보고 갑니다.

하고짚이 (2005-10-12 09:53:26)

정말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너무 멋진곳에서..여유있는 하루를 보내셨네요
즐낚하시고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바람개비 (2005-10-12 10:47:01)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가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평안해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그렀습니다.

짝을 찾을때도 사랑하는것 같지는 않지만 평안해지는 분을 찾아 보이소 ~
사랑 까이꺼 머 ~~ 대충 착하고, 이쁘고, 지 앞가림하고, 그라모 된다 아입니꺼 ~ 헤헤

붕어키스 (2005-10-12 11:14:47)

다음 조행기 기대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운그곳 (2005-10-12 12:07:36)

사진작가 해도 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아빠심심해 (2005-10-12 12:34:47)

멋진 사진과 평온한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짝바늘 (2005-10-12 13:15:28)

붕어얼굴 확실히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영맨 (2005-10-12 13:19:01)

참 평온한 기분이 듭니다..
잘보고 갑니다...

寫廊사랑™ (2005-10-12 13:29:39)

또 예술조행기입니까? *^^*

송애 (2005-10-12 14:10:23)

낚시란 취미는 혼자서 즐기는 취미 입니다
경붕사 뿐만 아니라 낚시 즐기시는분들중 총각이 많은것 같습니다
젊은분들이 다른취미를 가져야지 맨날 물가에 혼자앉아있으니
우째 장가 가겠능기요?
월향님도 낚시 쪼매 참으시고. 이쁜 색시 꼬로 등산이나 다른취미 함 가져보이소오
너무 조행기에 무신 답글을 달고있는지 모르겠네.^_^

붕어맴버 (2005-10-12 15:16:15)

그림이 환상입니다.
탐이 납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들판 (2005-10-12 19:11:53)

배신 땡긴 친구야?
역시 결과는 ...^&^

콩삼 (2005-10-12 22:14:28)

월향표 조행기 감상 잘하고 갑니다.
언제봐도 멋지네요...

무학산 (2005-10-13 08:55:36)

아침에 걸려온 전화가 반가운 소식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조행기 끝이 쓸쓸하게 보입니다.

잘 처리 되셨기를 바랍니다.

나무꾼 (2005-10-14 10:33:11)

배신 땡길만 하네요.
멋진곳입니다.

왕짜집기 (2005-10-14 18:15:21)

혼자서 자주 여행것이 저와 비슷합니다, 저는 거의 95% 홀로이
운문댐 및 동창천 지역은 우리부산에서 보면 거의 청정구역 입니다
자연의 고운향기 맡으면 새로운 리듬이 생길겁니다.

(2005-11-11 22:26:04)

예술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445 [경북권] 칠곡 송림지에서.. [3] 2009/08/31 3340 200

[경북권] 친구야, 배신을 받아 줘~ [25] 월향 2005/10/11 3067 264

1443 [충청권] 충청도 초평지의 하루 [12] 겨울바다 2008/05/13 3532 313

1442 [충청권] 충주호와 청룡호 [17] 마스터.리 2010/08/10 3210 215

1441 [경북권] 충주호에서.. [3] 탈구 2006/07/24 2907 211

1440 [경북권] 충주호에서(1부) [28] 푸르지오 2006/10/10 3472 288

1439 [충청권] 충주호보고서 [15] 장비 2009/05/25 3493 235

1438 [경북권] 충주호를 다녀와서... [12] 여러대 2006/06/09 3393 234

1437 [충청권] 충주호 하천낚시터 좌대낚시 [9] 초류향 2012/10/29 1873 146

1436 [충청권] 충주호 2부 [14] 푸르지오 2011/08/15 2544 206

1435 [충청권] 충주호 2박3일 [13] 붕어눈깔 2010/07/20 2925 202

1434 [충청권] 충주호 1부 (휴가2일째) [12] 푸르지오 2011/08/15 2629 192

1433 [충청권] 충주호 [11] 붕어눈깔 2010/08/31 2886 186

1432 [충청권] 충주입석낚시터 수상좌대 낚시 [6] 초류향 2012/10/09 2179 155

1431 [충청권] 충주입석낚시터 방갈로 낚시 [3] 초류향 2012/10/09 2206 160

1430 [충청권] 충주에서 [13] 두길 2010/08/02 3031 233

1429 [경북권] 충주댐 다녀왔습니다 [3] 초이짱짱해 2006/06/06 2991 231

1428 [충청권] 충주 입석낚시터 도전기 [6] 초류향 2012/03/27 2179 242

1427 [충청권] 충주 신구실 소류지 (휴가 3일째) [17] 푸르지오 2011/08/16 2548 187

1426 [충청권] 충주 봄붕어 [20] 초류향 2012/02/27 2100 160

1425 [충청권] 충주 (좌대낚시) [7] 새풀 2011/08/02 2618 160

1424 [충청권] 충주 [10] 비니힐 2009/02/24 3260 201

1423 [충청권] 충주 [6] 두길 2009/10/25 3182 230

1422 [경북권] 충북옥천 다녀왔습니다. [1] 멋재이 2006/08/04 2932 326

1421 [충청권] 충북 초평지 다녀왔습니다. [17] 2007/10/24 3367 160

1420 [충청권] 충북 재천 선고지출조 [4] 두세치 2014/06/17 2589 131

1419 [경북권] 충북 음성군 제2처갓집에 놀러가서 낚시한 두서없는 이야기 [12] 박진국 2006/04/28 3358 165

1418 [경북권] 충북 음성 원남지 [14] 붕애친구 2004/03/31 2972 186

1417 [경북권] 충북 음성 사정지 [9] 푸르지오 2006/10/17 3661 233

1416 [충청권] 충북 음성 낚시터 에서 [4] 모노모노 2008/10/28 3379 225

[1][2][3][4][5][6] 7 [8][9][10][11][12][13][14][15][16][17][18][19][20]..[55] [다음 20개]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