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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외바늘의 어린 추억이야기 제2탄 * 술이야기*

농사꾼과 술은 땔래야 땔수 없는 사이다.
힘든 농사일중에 마시는 한잔술은 비록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 시원함을 느낄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8호외바늘이 어린 시절...
아무리 먹을 양식이 없어도 동네 어르신들은 항상 술은 달고 마셨던 기억이 난다.

울 아부지
순애 아버지 이*원씨..
옥천 할배
미정이 아버지 노*욕씨..
상두 아부지 김 *중씨..

내 기억에서 지독한 술 꾼을 뽑으라면 이렇게 다섯분 정도다.
이분들과 술과 8호외바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술 이야기--------------------------------------------8호외바늘-----------------

우리동네엔 오직 유일하게 동호댁(일명 술집 아지매)만이 유일한 가게다.
가게라봐야 여러분의 상상속에 잇는 그런 가게가 아니당.
본채엔 그분들이 사시는 집이고 아랫채가 잡동사니 과자부스러기를 파는 방이었는데
진열대...뭐 이런건 없당..그냥 방에 이리저리 널려 놓으면 우리가 신발 벗고 들어가 골라 나오면 된당.
그때 가장 기억나는건...
뭐니뭐니해도 뽀빠이랑...자야랑..쫀더기(색동쫀더기도 있었음)랑..그리고 콩처럼생겨서 하얀 가루 묻혀있는 사탕(?)-10개 10원.
또 아폴로 - 빨대안에 하얗고 오렌지색 젤같은게 들어 있었음..
그리고 월드컵 (어포인데 사각형으로 생겨 꼭 비니루같은 느낌..구워먹기도 했음 구우면 딱딱해짐..)

그리고 부엌엔 커다란 장독이 있고 그 안에 막걸리가 항상 가득 담겨져 잇었다.
여름이면 그 장독옆에 사각으로 된 아이스크림 통이 있었는데..
그때 고무장갑처럼 생긴 빗바랜 고무비니루안에 얼음인가 드라이아이스인가를 담아 고무줄로 묶어
쭈쭈바랑 같이 들어 있었다..
내가 기억나는 마지막 쭈쭈바값이 20원이당..
참 맛났다...
에궁 !~ 술 이야기하다가 다른데로 샛당...

방과후 산과 들로 뛰어다니다가
멀리서 "지수야!!!!!!!!"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날랜 세퍼드만냥 부르는 곳으로 달려간당..주전자 하나 들고...

그땐 술을 주전자에 보통 한되 반되 이런 셈으로 팔곤 햇는데..
술집까지 내 달려가 술을 사오는 기술이 동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정도였당.
물론 그것도 그 심부름 뒤에 오는 달콤한 과자조각때문이엇을것이당..

근데...사실..
이러다가 8호외바늘이 그 어린 시절 더디어 술맛을 알아버린것이다.
주전자에 한되 가득 술을 받아오다가 주전자 입구에 입대고 조금씩 날름 날름하다보니
꺄~~~~~~~ 그맛은 아무도 모른당..
어렸을때 술 심부름 한 사람은 아시겠지만
원래 막걸리는 침전물이 아래로 가라 앉기때문에 술집에서 술을 펄때는
쪽박으로 한 두어번 휘휘저어 퍼주기 마련이당..
근데 8호외바늘이 오다가 조금씩 마셔버리니
정작 다왔을때 술이 항상 삼분의 1정도는 모자라기 마련...
에구...그래서 가까운 우물물에가서 물을 채워 넣곤햇는디...
보통때는 잘 모르시다가
넘 많이 물을 채워 넣는날엔 어르신들이..하시는말씀.......
"8호외바늘아! 담부턴 술집 아지매한테 술좀 잘 저어서 퍼 달라고 해라 봐라 술이 헐겋당""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르신들 죄송합니다..다 저의 소행이올시다...ㅋㅋ

촌에서 가난한 산림에 술값도 만만치 않다.
어르신들은 술값은 물론이고 심부름값마저 외상으로 주시곤 햇는데..
두달이고 세달이고 그냥 외상으로 술을 드시다가
돈이 생기면 조금씩 갚곤 햇는데..
돈달라하는 술집 아지매나 돈을 주는 어르신들이나
계산이 맞니 안 맞니 하는 그런 다툼은 한번도 없었다.
그냥 서로 믿고 거래한다...참 대단한 봉천이었다..

우리 어머님은 고래가 물마시듯 마시는 술값을 좀이라도 감당하기 위해
여름이면 독 가득히 밭에서 상품성을 잃은 포도(이걸 "바라"라고 했는데..잠시만 일본말
같긴 한데...찾아보고 올께요..쩝..일본어는 그런 말이 없넹)로 술을 담그시고
또 누룩을 빚어 직접 막걸리를 담그시기도 하셨다.
그땐 촌에서 밀주담그는걸 무척이나 단속이 심했는데..
술을 담그시면 땅을 깊게 파고 그안에 독을 묻고 위에 볏짚으로 덮어 도곤 했다.
아버님이 술을 드시는 동안 우린 술 찌꺼기며 술이 머금은 포도알을 한 그릇 담아와
그 달콤함을 맛보곤 했는데..
누나랑 나랑 그거 먹고 취해서 마루에서 자다 굴러 떨어져 다친적도 있었다.
엄마가 담은 막걸리에 사카리 좀 섞어 먹으면 그 맛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아직도 그만큼 맛난 막걸리를 먹어본적이 없다..

촌에서는 술먹고 행패(?)를 부리는 일들도 많았는데..
돌아가신 순애 아버지..
진짜 술주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셨다.
특히 술을 드시면 집안 식구들을 패시곤 햇는데..
그렇게 맞고도 순애 엄마 참 잘도 견디고 사셨다
일찌기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임종까지 남편을 모시고 극진히 간호하셨구
돌아가시고 얼마나 애처럽게 우시던지..
요즘 같으면 우쨋을까...

우리 아버님..
8호외바늘은 삐쩍 말랏는데(57Kg<-장작수준).
우리 아버님은 80Kg이 넘는 거구이시다.
일본에서 중학교까지 다니시다가
광복해서 한국으로 오셨는데..
할머니가 밥먹기도 힘든데 책만 본다면서 아궁이에 책을 다 태워 버리셨다구 한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일자리도 못구하시고 고생만 지질이 하시다가
술만 늘어 술고래가 된다고 하시는데...

동네 잔치가 있는날이면 형들은 비상대기 상태가 된다.
곧 있으면 술에 취한 아버님을 모시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형들 둘이 논두렁에서 아버님 부축해 오시다가
아버님이 "이노무 시끼들 놔라"하면서 슬쩍 밀치시면
형님들 논구덩이에 쳐 박혀 홀딱 옷을 다 베리시곤 하셨는데..
이젠 아버님 그 힘은 어디로 가시고
내가 부축해도 여리게만 느껴진다..

우리네 어르신들은 그랬다.
요즘처럼 좋은 술보다는
그냥 그 목마른 갈증을 다스리기 위해 드셨고
즐기기보다는 일의 고단함을 잊기위해 마시셨다.

나도 술을 먹는다..
아니 처 마신다는 표현이 맞당..
그때 우리 어르신들의 주도를 조금이나마 상기하며
정도를 걸어야하는데...

난 아직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