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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말할수있다

10년도 넘어 이제 전설로 등록할까 말까한 이야기 하나 해도되겠습니까.
제법 길게 써야할것 같은데 정말로 시간많고 인내심 강하신분들만 보십시요.
긴글 만큼의 재미는 장담 못합니다 ㅎㅎ

그럼 이야기 하라구요 ?
알겠습니다. 그럼 그 숨겨둔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990년대초.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달력에 빨간날만 기다리던 당시에도 낚시에 흠뻑빠져 학업을 뒷전으로 했던
열혈 낚시꾼 이었답니다.

물론 무식할정도로 정리안된 낚시를 즐겼지만요.
당시에 학교에서 장래희망 적으라하믄.
국민학교때 - 사장님
중학교때 - 낚시방주인
고등학교때 - 대한낚시협회장.

얼마나 무식한 낚시였는지는 상상에 맡기겠구요.
그래서 붕어가 버글한곳을 만나야만 붕어얼굴 볼수있을정도였습니다.

당시 경주인근 샛강에서 엄청난 붕어포인트를 찾았지요.
정말 모든 꾼들이 그냥 지나칠만한 허름한 포인트.
믿거나 말거나도 아닌 실제상황으로 7.8.9치 급 붕어들이 던졌다하믄
양바늘을 물고 두마리씩 올라올정도였으며.

마을사람들 그물쳐서 잡은 4짜도 보았습니다.

혼자가기 적적하고 한참 친구를 좋아할 나이에
회수권으로 친구들을 매수하여 그곳을 한참 다녔습니다.
(그기가 형산강인지.. 안강인지.. 잘모르겠네요)

강 중류에 흐름없는 둠벙.
한 2년 손맛 엄청보며 다니던 어느날.
대학입학하고 친구와 오랜만에 찾은그곳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오염원이 조금씩 보이고 물빛과 환경도 조금 틀려진듯..
그래도 붕어들은 연신 방긋거리며 웃어주더군요.
근데.. 세상에.. 붕어에 점이 있는것입니다.

저와 친구는 드디어 오염되었구나.. 붕어가 병들었어..
이렇게 생각했지만 훗날 알고보니 그게 강에 주로 서식하는 돌붕어더군요.

둘이서 한 오육십수 해놓으니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대화내용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 오데고 ? "
" 경주에서 낚시한다 "
" 아따.. 멀리까지 갔네.. 언제오노 술한잔 하자 "
" 알따~ 해지기전에 올라갈께 "
" 많이 잡았나 ? "
" 수십마리. "

통화를 끊고 조금 있다 그친구 또 전화 옵니다.

" 야~ 고기 깨끗하나~ "
" 그라믄 여기 경치좋고 물은 1급수다~ 붕어 깨끗하다 "
" 더러븐거 아이가 !!"
" 뭐라카노~ 깨끗다 "
" 그래... 크나 ?? "
" 월척보다 좀 작다 "
" 월척이 얼만한데 "
" 30cm "
" 그거 내도 "
" 와 ? "
" 그래 내도  가온나 "
" .... "
" 뭐고~ 붕어잡은거 거짓말이제 !! "
" 아따~ 속고만 살았나 가가께! "

그리고 다시 잡아논 붕어를 바닥에 꺼내어 자세히 보았습니다.
자세히 봐도 온몸에 점이 선명한것이 오염된거 맞습니다.

" 친구야.. xx가 붕어 가오라는데 이거 주도 되겠나 "
" 이걸 우째주노... 그래도.. 이거주고 술 쏜다 하면 주라.."

흠.. 술한잔의 유혹.
우린 그만 그 유혹에 못이겨 붕어들을 비닐봉다리 3개정도에 나눠담아 가방에 넣고
부산으로 내려와서 바로 자주찾던 서면인근의 음침한 이모집소주방(친이모 아님니다^^)으로 직행.

" 이모. 이거 냉동실에 좀 넣어주세요 "
" 이기 뭐꼬?? "
" 붕어요~~ "
" 아고~~ 자연산이가 ? "
" 그라믄요. 오늘 xx하고 둘이서 잡아온겁니다 "
" 근데 뭐한다고 들고다니노~ "
" xx 줄라고 가져왔어요~ "
" 많네.. 이모도 좀 도."
" ... "
" 호호호.. 오늘 술 이모가 안주 그냥주께~ "
" ... "
" 이모 오늘은 xx가 술 쏜다했는데 담에 그냥 주세요 "
" 그라지뭐~ 고마워~ "

이렇게 철없고 순진무구했던?? 친구와 저는 그 오염된줄로 착각했던
붕어들을 술한잔과 맞바꿔버린 당시에는 인륜을 져버린 행동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
한참 술이 오른 그순간
우리 테이블에 왠 매운탕이...
앗~~ 어디서 본듯한 매운탕속 고기의 눈망울..
저 갸냘프게 상기된 뽈따구...
오염된 붕어 매운탕..

그리고 ~~
반대편 테이블에도 올라가는 오염된 붕어매운탕~~~
아저씨들 기막히게 잘묵더군요..

그리고 ~~
친구의 한마디.
" 아따~ 이거 울엄마가 고아묵으면 좋다고 가오라하더라~
  담에도 잡으믄 내도~~ "

큰일났다..
이거먹고 다들 병걸리면 어쩌지..
친구와 저는 당시 진짜 엄청난 압박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화장실에서 줄담배 태우며 친구와 이 커져버린 일에 발동동 구르다 결론본것은

" 죽기야 하겠나 개안타!! 묵자~~~ "
그러면서 실제로 국물만 먹고 붕어는 젓가락도 안댔습니다.
한없이 치졸했죠~

시간이 지나고.
삼일 후엔가.. 친구의 어머님이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땅이 꺼지고..

어린맘에 병명도 안알보고..
당장 함께 범죄를 공모한 친구에게 전화.
당황하는 친구.

그날 저녁 친구넘 어머니 병원에 병문안 가니 면회불가.
친구의 어깨는 축쳐져있고..
당시 그친구 어머니 병명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오래된 고질병이 심화되서 그랬던것입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 죄스러움을 말로할수없을 정도였습니다.
" 술한잔 사도... "
힘없는 친구의 음성에 우리는 어깨를 다독거리며
" 그래. 한잔 하자.. 이모집에 가자  우리 공짜술 얻어먹을꺼 있다. "

그리고 찾아간 이모집..
이모는 엄꼬 이모엄마만 계시더군요.

" 어머니.. 이모 어데 갔어요 ? "
" 가가~ 오데서 뭘 잘못 묵었는가 식중독 비슷하이 걸리가 집에 누워있다 "

헉!!!!

그날 이후 친구와 저는 엄청난 정신적인 죄책감과 미안함에 사로잡혀
그 이모집은 더이상 찾지않았습니다.

오염된 붕어를 먹인 죄값으로
붕어를 가져간 그 친구에게도 수많은.. 헤아릴수없는 술을 사줘야만 했고
당구를 쳐도 게임비 우리가 내고...

학생의 신분으로 없는돈 수없이 들이부었지요.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문득 인터넷을 떠돌다 돌붕어라는 붕어를 보았습니다.
이런 붕어도 있나 ??

순간.. 그 돌붕어의 눈빛과 몸매.. 그리고 습성 카리스마..
결정적으로 그 무식한 파워~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랬었죠. 그제사 돌붕어라는것이 존재한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오염된 고기가 아닌 원래 지형적 영향등으로 몸에 점을 달고 사는 돌붕어.
일명 점박이붕어..

일반붕어보다 물살이 있는 강이나 수로에서 살기때문에
더욱 힘있고 영양분이 뛰어난 돌붕어!!
염소로 따지면 야생에 방류해놓고 지맘대로 살아가는 야생흑염소~
그맛은 일반 염소보다 좋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근 10년간 그사실을 모른체 살아온것이죠.
그친구는 아직도 돌붕어가 뭔지 모릅니다. 깜빡하고 말안했습니다.
이젠 잊혀진 기억이고 묻어둬야만 되는 어쩔수없는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붕어가져간 친구 지금은 연락이 안되지만
다시 만나면 이 이야기 꼭 해주고 싶네요.ㅎㅎ

길고 지리한 글 다읽어주신분들 복받으십시요 ^^

* 기억력의 한계와 극의 흐름상 약간의 과장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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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목: 이제 우리는 말할수있다

사진작가:

니꼴라이 * http://음는데요

글등록일: 2004-02-13 16:11
조회: 3414 / 추천: 18

진주붕어 2004-02-13 16:22:46

재미있습니다...
참...조력이 참 오래시군요..
좋은 한편의 수필을 읽었습니다...

저도 처음 합천 삼가보서 그런 붕어 잡았다가....
원래 삼가보 주변 쓰레기 좀 있습니다...와이리 ! 붕어가 상했을까??순전히
환경오염 탓이다고 ,,,궁시렁 댄적이 있습니다...한참 뒤에 돌봉어란걸 알았죠..
신선하게 보고 갑니다..
저는 복 받겠지예"""

진짜초짜 2004-02-13 16:27:44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날 되셔요

나그네 2004-02-13 16:36:02

잘 봤습니다.
좋은 추억입니다.

뽕애 2004-02-13 17:35:44

ㅎㅎㅎ
돌붕어의 전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뭐 또 전설없습니꺼?
내내건강하이소

소류지 2004-02-13 17:37:16

옛날 순박했던시절의 얘기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그때가 좋았지요?

참붕어 2004-02-13 17:50:30

니꼴라이님의 과거!!
"나는 너가 어젯밤 한일을 알고있다"하고 주제가 딱 맞지 않습니까???
정말 웃지못할 에피서드 입니다!!
누구나 알지 못하면 흔히 일으킬수 있는 혼돈이 아닐까요??

하고재비 2004-02-13 18:01:59

저도 복받을짓 했습니다
재밌는글 잘봤습니다

ㅎㅎㅎ

꾸벅

우중출조 2004-02-13 19:53:14

**이 제 발 저리는 것 맨치로 오래동안 맘을 졸였겠네예.
허허...

으라차차 2004-02-13 20:34:56

남천에도 돌붕어 있는데...
저도 경주 동대앞 강(이름모름)에서 낚시를 한 경험이..
조그만 붕어 2마리 기억이 있습니다^^

2004-02-13 21:01:54

돌붕어의 전설 잘 보았습니다.
올 연말쯤 경붕사 책 내게 되면 이글 후보작이 되겠네요. ^^ 고맙습니다.

물잠자리 2004-02-13 21:26:00

재미있게 웃었습니다.^^*

대물잡이 2004-02-13 22:55:44

ㅎㅎ
니꼴라이님은 코믹물대본작가 해두
손색이 없겠네요~
항상 님의 잼나는 글귀 잘보구갑니다~
내내~평안하이소요~~

운육기사 2004-02-14 07:40:56

즐거운 아침을 열기에 손색이 없는 좋은 추억 입니다.
항상 그리 순진 하게 사십시요, ㅎㅎㅎ
좋은 하루 여십시요.

안빈낙도 2004-02-14 08:03:50

님의 가슴속 깊이에 감춰두었던 .....잔잔한 웃음이 묻어나는 얘기들 잘들었읍니다.
늘.....즐거운 날들이시길......!!

월향 2004-02-14 08:47:53

글솜씨가 여간 아닙니다.
항상 미소짓게 해 주시니
그저 고맙고 반가울 뿐입니다.
또 기다립니다.

메주콩. 2004-02-14 14:45:10

참 재미있는글이군요.
아직까지도 그때처럼 순진무구하게 사시겠지요?
아니, 어쩌면 참 순수했던 옜날 인것 같습니다.

금붕애 2004-02-14 21:28:40

아이구 저는 또 티브이 이제는 말할수....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줄 알았습니다.
님의 옛날의 즐거운 회상
즐겁게 잘보았습니다.

차이장 2004-02-15 06:35:10

감동주신.... 니꼴라이님! 고맙습니다.
쪼리퐁 친구도 잘 있지요?

찌한마디 2004-02-15 21:57:35

좋은 글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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