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황량하지만 화려하다.
어느 섬이나 무언가 하나쯤 얻어 올것 같은 미지의 설레임이 있지만 실제 발을 디디면 그저 그런 풍광이 펼쳐지고 요새와서는 부쩍 더해진 인간의 할퀴다가 정지된 모양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어 그 미지의 설레임이 또 다른 형태로 가슴을 아린다.
오늘은 증도다!
(증도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7-8십년대 신안해저유물이 발견된 곳, 인근 사옥도가 무안반도
와 연륙이 되어 성큼 가까와진 곳, 무엇보다 과거에는 곳곳의 수로와 소류지에서 손타지
않은 붕어가 숨쉬고 있던곳)
21일 새벽 5시 웅얼거리는 집사람의 똥구멍(?)을 살살 긁으며 출발. 십분도 지나지 않아 세수대야만큼 한 붉은 햇님의 배웅이 시작되자 오늘 비밀터의 안부가 슬슬 걱정된다.
이젠 모두에게 알려질 만큼 알려져 버려 쓸만한 터가 거의 없는터라 집사람도 걱정이 되는지 안되면(낚시가) 철늦은 고사리나 손보잔다. 중간에 들린 낚시방, 새우가 없단다!! 그곳은 새우가 없는데 이러니라니! 할 수 없지, 지렁이로 맞나야지.
오전 7시, 신안 지도 송도선착장에서 철부선으로 이십여분, 증도선착장에 도착. 곧바로 비터로 직행하다보니 전에 없던 아스팔트도로도 일부 생기고 마침 모내기철이라 이곳저곳 논물대기가 한창이다. 젊은이 대신에 나이든 분들만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가슴 저편 한구석이 싸--하다.
오늘도 그 영감님이 "여그(여기)는 가마치(가물치)를 넣슨께 낚시하면 안된다 마시!!" 하면서 억지를 부리시면 집사람이 전담마크하기로 입마추고 꼬불꼬불 비포장 길을 헉헉거려 7시45분 비터에 안착, 서둘러 집사람을 위한 보금자리(텐트)부터 마련하고 채비펴니 8시. 낚시 시작이다!!
이곳은 재작년 태풍시 바닷물이 들어온 적이 있어 되도록이면 욕심을 내어 많이 폈다(확률상). 칸반부터 시작해 3.5까지 9대를 깔고(옆에서 집사람의 잔소리 -- 내것은??!!) 지렁이 세마리를 꿰어 첫대로 오른쪽 3.5를 갈대에 바짝 붙여 넣었는데 수심이 너무 없어 찌에 합사 목줄이 감긴다. 합사 목줄을 모노필라멘트 목줄로 교체하여 넣어 두고 두번째 3.2를 넣을 순간, 3.5가 꼬물꼬물& 아주 조금씩 오르고 내린다. 지저분하지만 이것이 이곳의 전형적인 큰놈 입질!! 3.2를 내팽개치고 챔질!
막 자라고 있는 말풀로 띄울 수가 없어 강제 집행(원줄 3호)하니 잘생긴 뼘반치(33)다. 집사람 왈
"첫수방생 원칙"을 지키란다. 아깝다. 3년전인가? 전북 고창에서 첫수로 3.6정도를 방생하고 꾕친 기억이 언뜻 난다. 그러나 기록은 새웠다. 첫 입수후 10초도 못되어 월한 기록을 ....
두번째 이후는 세대 밖에 넣을 수 없다. 갈대에 붙여 또는 말풀속에 어렵게 안착 만하면 슬슬 끌거나 꼬물대는 소나기입질(사실 소나기입질은 경험하기 매우 어려운것 아닌가?)에 옆에서 밥먹자는 집사람의 정겨운 소리도 잔소리로 들린다. 한참 싱갱이 중 저 아래서 경운기 소리, 아니! 물 푸는 소리가 요란하다. 양수기 소리와 함께 등장한 영감님! 똑같은 위협적인 잔소리(?)를 집사람이 살살 달래는데 영감님이 살림망을 보잔다. 이럴 경우를 예상하고 살림망1 속에는 잔챙이를 넣고(방생용) 살림망2는 눈에 안띄게 위장을 해뒀다.
집사람 : "보세요! 가마치는 한마리도 없고, 모두 잔챙이 뿐이 안나와 재미도 없어요!"
나 : 바쁜 농사철에 방해드려 죄송합니다(진심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낚시 못하게 하는것은
이해가 안갑니다.
영감님 : (영감님 버젼) "한놈 오면 다발로 끄시꼬(끌어오고) 옹께로 못하게 하재!!"
그렇습니다. 영감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소주한잔에 광주사는 아들놈 이야기도 나오고 농사일 힘드는것, 모기때문에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사실 섬의 집들을 보면 모두 모기장으로 빙둘러 막은곳이 많습니다), 섬고사리가 많은데 맛이 좋다는 등 아예 옆에 앉으셔서 관전하십니다.
그사이 여러번 입질이 있는데도 채질 안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읍니다. 아예 찌가 없어지느걸 영감님이 지적하셔서요. 정말 재수가 별로 입니다. 한찬 줄소리를 내고 나온 놈이 비암! 아니 장어입니다. 장어를 보신 영감님 왈 "농사 끝나면 물 퍼부까?" 걱정되네요. 비터가----
어찌어찌 영감님을 보내고 나니 시간이 열시경, 입질이 적어질 시각이다. 해변 외진 이곳은 수온이 어느정도 오르면 붕어가 일체 마실을 하지 않는다. 나도 오후 한시 배를 타야겠지.
오늘은 히트친것 같다. 그런데도 "히트"같지 않다. 낚시란 원래 그런걸까??
섬은 황량한것 같으면서도 네게 있어서는 오늘 섬은 화려하다.
빛고을에서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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