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다녀온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꽝조행기도 좋아요.
  낭만풍폭(2004-08-30 19:51:41, Hit : 1084, Vote : 55) 
 http://deepblur.com.ne.kr
 별이 빛나는 밤에


어느새 홍시 감이 익었나
새 아씨 연지 마냥
달콤한 맛 가지 끝 하나
누가 맛보았구나

새벽까지 요란한 풀 벌레소리
지칠 줄 모르고 가을을 재촉하네
샛바람 불어오니 가슴을 여밀까

들녘에 풀벌레 가는 여름 아쉬워
애달피 자지러지고
수수밭에 허수아비 긴 하루
고단해 지친 듯 몸부림치네

빨간 너울 쓰고 춤추던
고추잠자리 여물어 가는 알곡에
사랑 담아 키스하고
화려한 몸짓으로 멀어져가네




바야흐로 밤낚시 황금기에 접어 든 8월 넷째주 금요일.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밤하늘의 별은 더욱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늦은 퇴근에 떠나는 밤낚시라 가까운 구싯골이 제격이다.
또한 함께 할 조우가 있어 더욱 좋다.
설레이는 마음은 벌써 물가에서 대를 펼쳤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간단히 김밥과 음료를 준비한다.


<구싯골, 해거름>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니 옹기종기 피어있는 찌불과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빛나는 별빛이 스테파네트의 눈망울처럼 깊이 흐느껴 운다.
반가이 맞아주는 고운님께 인사를 건네고 조심스레 찌불을 꺽었다.
가벼운 스윙, 물위의 아스라이 빛나는 별천지에 내 작은 별을 드리웠다.
둥글게 둥글게 흩어지는 잔 물보라가 별천지의 밤을 깨운다.
흐느껴 울던 별빛마져 반가운 듯 반짝이며 어둠을 밝힌다.




잠시 후..
찌불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더니 허공에다 침을 놓는다.
가벼운 챔질에 앙탈 부리며 달려 나오는 어린 붕어를
애써 달래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다.
녀석의 깜박이는 눈망울이 앙증맞다.



<구싯골, 상류 낚시자리>





고운님도 한수 하신다.
죄다 쌍둥이 별자리인지 올라오는 씨알이 비슷하다.
심심찮게 안겨주는 찌맛, 손맛과 더불어 골짜기을 타고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은 그 많던 모기떼 조차 사라지게 하였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情趣와 찌불의 饗宴에 넋을 잃었다.

이제는 되려 한기가 느껴져 반팔에 조끼를 걸쳐 입었다.
이렇게 밤은 깊어 새벽으로 치닫고 있다.

허기가 느껴질 때 쯤 김밥을 꺼내 나눠 먹으며
달콤한 정담속에 이어지는 찌오름..


<구싯골, 조과>





내일이 특근임에도 새벽 조우를 자청한 고운님의 시침은 시치미 떼며 멈춰버린 듯 고요하다.

깜박이는 별빛에 지친 고운님은 새우잡이에 한창이다.
뜰채로 얕은 바닥을 몇번 긁었더니 새우와 올챙이 몇마리가 고작이다.
그 中 쓸만한 녀석을 바늘에 꿰어 던지는 고운님의 미소가 사뭇 흐뭇해 보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새우에도 여전히 6치를 넘지 못한다.

시침이 새벽 두시를 가르킬 즈음, 우리는 미련 없이 대를 걷고 짧은 담배 한가치에 긴 여운을 남긴다.
자욱한 안개는 새벽에 세상을 삼키고 담배연기는 뭉게뭉게 구름지어 안개속으로 깊이 깊이 스며든다.


이렇게..
산 넘어 별이 지면 구싯골의 가을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한장의 책갈피가 되어 잊혀지겠지..


하늘사랑 (2004-08-30 20:15:10)  
조은음악과 조은시 그리고 멋있는 사진^^ 이마음 한가득 편안함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깁니다. 조행기 너무 잘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오차차 (2004-08-30 20:17:59)  
역시 낭만님의 조행기는 낭만이 물씬 풍깁니다.
서정시를 한편 읽은것처럼 마음이 평온해 지고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지는 듯 합니다.
늘 언제나 이런 마음 변치 마시고 소중히 잘 간직하세요.
만날꽝 (2004-08-30 20:33:03)  
낭만님 예술입니다
항상 즐낚안낚하십시요.
물잠자리 (2004-08-30 20:41:32)  
이제그만...
무거운 낚시대 내려놓고 펜을 잡으시지요.
노벨문학상 구경이나 한번 하입시더. ^^*
겨울산 (2004-08-30 21:33:08)  
마음이 편안해 지는군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가락 (2004-08-31 00:10:22)  
멋있습니다.
물잠님 말씀처럼 책은 언제 냅니까?
잘 보았습니다.
푸르지오 (2004-08-31 00:40:14)  
좋네요.
방랑 시인으로 둔갑하셔야 될 성 싶네요.
정성스럽게 꾸미신 글과 화보 잘보고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4-08-31 06:02:02)  
음악 참 좋네요.. 그보다 더 좋은건 낭만님 조행詩이네요.. 고맙습니다.
진영맨 (2004-08-31 07:47:13)  
이쁜사진 잘보고 감니다...항상 어복이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덜렁군 (2004-08-31 07:58:53)  
요즘은 사방에 고운님. 이쁜님 천지네요.ㅎㅎㅎㅎ
그만큼 경붕사분들이 곱고 이쁘다는 이야기죠.
낭만님. 멋진 출조길이었네요.
아띠메 (2004-08-31 08:23:35)  
낭만풍폭님! 낭만이 폭풍처럼 밀려오네요.
지극한 정성이 한 눈에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빠심심해 (2004-08-31 08:41:53)  
한장 한장 책갈피를 넘기는듯한 멋진 조행기 잘 감상했습니다..
다음에 한수 지도편달 바랍니다..즐거운 한 주 되세요..^O^
운칠기삼 (2004-08-31 08:46:46)  
낚시갔다 조행기올릴 생각만 하는갑요.

가을의 전설 기대해도 됩니까?
진짜초짜 (2004-08-31 08:58:47)  
잘보고 갑니다
즐낚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셔요
꽁수 (2004-08-31 09:16:32)  
낭만이 넘쳐 흐릅니다.
그 흐름에 저도 함께 파뭍히는 느낌입니다.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하얀남자 (2004-08-31 11:41:24)  
낭만님 예술 잘 보고 갑니다.
월향 (2004-08-31 12:09:12)  
이런 글 끝에 화끈한 반전,
사짜!
올해도 기대해봅니다.^^
오토 (2004-08-31 20:11:37)  
잘보고, 잘듣고 갑니다..^^
지도, 사짜 기대해 보겠습니다..
민물새우 (2004-08-31 21:33:28)  
한편의 시를 쓰신것 같네요.
저도 이렇게 고운말들을 써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잘 보았습니다.
초보 (2004-09-01 03:21:24)  
글솜씨가 좋으십니다.
그날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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