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글들

   (2005-12-20 14:41:52, Hit : 1982, Vote :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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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골님의 아파트 사이로..

느티골 (2005-12-19 13:15:08, Hit : 168, Vote : 0)

아파트 사이로(제목하고 내용 불일치)

날추운 어제 모처럼 남산둑길 지날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충익사 앞 남천이 꽁꽁 얼어 붙은걸 보면서
어린시절의 새로운 감회에 젖어 봅니다.

이곳 남천은 깽빈이 넓고 환경이 깨끗하여 그때는 스케이트  타기가 참 좋은 관계로
얼음이 두껍게 얼면 온동네 꼬마들이 시끌벅쩍 다 모이는 곳이 였죠.

그속에 꼬마 "느티골"은 항상 대장이 되어 질서유지 진두지휘를 맡았는데
본의 아니게 장기 집권도 했답니다.

왜 그런고 하면 어릴적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웠는데
쌈해가지고 저한테 이기는 애들이 별로 없었으며 무엇보다 때리더라도
고발을 안하기 때문입니다.
초등때 2,400명 전교생 에서 2등 할 정도의 주먹꾼 이었으니
추종세력이 많은것은 당연지사 였겠지요.

고구매 한개라도 안가져온 애들은 얼음 잘깨지는 한쪽 구석으로 몰아내었고
고고매 두뿌리 이상 가져온 애들은 얼음이 쨍쨍 안깨지는 내옆에서 타게끔 배려를 했고

떡이나 고구매와 모닥불 땔깜용으로 장작을 가져온 애들에게는
특별 우대해 줬는데 그들에게는 팽이도 만들어 주고 고장난 스케이트도 고쳐주고
또는 방패연을 만들어서 잘 날개 해 주었는데
지금 이 생각을 하는 동안 미미소 아우의 심성이 보통아님을 실감 합니다.

그렇게 모범을 보이다 보니 애들은 말할것도 없고 그네들의 부모님들도 저를 많이 따랐지요.
그 덕에 떡하고 고구매는 늘 비축해 두고 먹을수 있었는데
권불십년이란 말을 떠 올리며 그때를 그리워 합니다.

연날릴 때는 풀먹인 연실로 연걸기 내기를 많이 했는데
연실에다 풀을 먹이고 그기다가 아주 부드럽게 빻은 유리가루를 묻혀 말리면
사구먹인 연실이 되는데 그걸 "사구" 먹인다 했지요.

연 싸움할때는 무엇보다 연이 잘 날아야 유리한데
제가 그연을 잘 만들었으며 지금도 방패연 만드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사구 먹이는 종류로는
쌀밥을 헝겁에 뭉친속으로 연실을 통과 시키고 그걸 손바닥으로 비빈후
유리가루를 묻히는 방법이 있고
또는 쌀밥대신 아교풀을 끓여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히 아교 끓일때 새파란 보리 잎파리를 뜯어넣었는데
사구먹인 연실색깔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유리를 빻아서 부드러운 천에 치면 밀가루 같은 유리가루가 나오는데
유리분말이 부드러울수록 연싸움에 유리합니다.
유리를 천에 안치고 거친유리가루를 연실에 묻히는걸 "벼락사구" 라고 하는데
그게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것은 바람이 세게 부는날과 바람이 안부는 기상의 조건에 따라
작전이 다를수가 있습니다.

이젠 고구매 주는 애들도 없어졌고 얼음구디 빠져도 감기한번 안걸린 그런 시절도 가버렸으니
머리속으론 다만 추억만이 그리워 질 뿐입니다.

어제 오후...

삶은 쭈꾸민가 한친가 모르는 안주놓고
소주한잔 기울였는데
해지는 저녁 산 고개 돌때는
몇 번인가 손 흔들어 주고는 아파트 사이로
종적을 감춰버린 수향댁을 그리워 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흐흐흐

(2005-12-20 14:42:27)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 남기고 싶은 글에 선정합니다.
느티골 선배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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