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寫廊사랑™

(2005-11-11 14:05:52, Hit : 3179, Vote :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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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과 꼬치

"야!! 오늘따라 독사의 혀놀림이 왜 이리 길다냐?"
"그러게 말이다.."

독사 담임 선생님의 지겹디 지겨운...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방학중의 주의사항등을 듣기 시작한 지 30여 분 만에
나와 친구들은 한 달여 간의 신나는 여름 방학의 설레임을 가슴에 안고 교문을 빠져 나왔다.

고교 입학 후 처음 맞는 방학..
좀 있으면 입시에 찌들릴 가엾은 운명들이라 그런지..
그나마 쨍한 여름햇살에 새까맣게 태울 수 있는 내 청춘의 마지막 여름 같았다.

친구녀석들도 오늘은 얼쩡대지 않고 바로 헤어졌다.
다들 무슨 경천동지할 계획들이라도 있는 건지....
물론 나도 군말 없이 헤어졌다.

방학이면 정해진 코스가 나에게는 있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오자마자 가방등을 챙겨놓고 새로운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갈라꼬?"
"예..가야지예~~"
"인자 고등학생인데..공부 쫌 하지?"
"2학년때 부터 해도 됩니더..이번이 마지막인기라예~~~~차비나 주이소~~어무이!!"
어느새 가방을 다 꾸린 나는 어무이한테 손을 내밀었다.

"밥 묵고 가야제?"
"에이~~~~밥은 가서 묵을랍니더."
"니 또 가다가 이상한 불량식품들 사 묵을라꼬 그라제?"
"아입니더.."
"씰데 없는 생각말고 밥이나 묵고 가라.."
"괘안다니까예.."
"뭐가 괘안애?"

한참 실랑이 끝에 결국 내가 이겼다.
차비와 몇 푼의 돈을 더 쥐어 받고...
또 할아버지,할머니,그리고 외할아버지,외할머니께 드릴 몇몇 것들을 받아들고는 집을 나섰다.

부모님과 6살 때 부산으로 온 후로..방학 떄 마다 고향엘 갔었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해야만 하는 이끌림이 있었다.

하여튼 지금 내 눈앞엔 이미 고향집과 앞바다가 펼쳐져 있다.

행복한 상념 속에 어느 새 내가 탄 62번 버스는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매표소 아가씨가 깜짝 놀라도록 뛰어들어 가서는 "남해요~~"

표를 끊고 시간을 보니 한 20분 남았다.
그제서야 뱃속 사정을 주인이 알아차렸다.
점심때가 훨 지났으니 배가 고픈 게 당연한데...그제서야 느낀것이었다.

밥 묵고 가라는 어무이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였을 뿐이었다.
터미널 안 매점들을 둘러 보았다.

식당도 있긴하지만 밥보다 간단한 요기를 찾아서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한 가게앞의 오뎅과 꼬치들이 눈을 유혹하는데...어무이가 평소에 말씀하시던 <불량식품>류였다.
그 <불량식품>으로 결정하고 허겁지겁 뱃속으로 우겨 넣었다.

어무이가 보시고 야단치시는 거 같았다.
"배탈날라꼬...이노무 자슥이!!"

이윽고 푸른바다와 무언가의 이끌림이 있는 남해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충 몇 분의 손님들이 앞 쪽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다.
뒤 쪽으로 쭈욱 가서 나도 창가쪽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런데...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력을 내며 달리고 있을 때 였다.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왜 이러냐?"
좀 있으면 괜찮겠지 하고 용을 쓰기 시작했다.

어무이 말씀이 떠 오른 것은 그 때 부터였다.
불량식품???? 미치겠다~~~~~

이리 저리 몸을 뒤틀며 용을 써서인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옆 자리에 아무도 없기 천만 다행이었다.

<이 버스는 남해까지 가기전에 남강휴게소에서 반드시 한 번 쉬어 간다.>
요것만이 내 살 길이었다. "그 때까지만 버텨보자"
※참고로...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20여년 전 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그리고 영원히 경험해 보지 못할 産苦의 고통과 견주어 가며
참아내고 있을 때 쯤.....
"남강휴게소에서 10분간 쉬어 가겠습니다.차량번호 확인하시고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세상 무엇보다 반가운 기사 아저씨의 방송이 들려 왔다.

휴게소에 차가 들어서자 마자 엉거주춤 뛰어 내려가 화장실을 찾았다.
빈 칸을 찾아 들어가 바지춤을 추스릴 것도 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신이 들 무렵에야 이런 비슷한 류의 낙서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무사히 불량식품의 흔적들을 모조리 빼(?)내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런데...이게 무슨 일인가???
화장실 문이 안 열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열려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발로 힘껏 차 보아도..어깨로 힘껏 밀쳐보아도...그야말로 요지부동!!

어느새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스는 떠날때가 다 되었는데..
하는 수 없이 탈출(?)을 시도해야 했다.

휴게소 화장실은 칸막이 비슷한 형태이다 보니 위쪽으로 천정과 칸막이 사이 공간이 조금 있었다.
그리로 탈출하는 수 밖에 없었다.
끙끙대며 겨우 그 사이로 영광의 탈출을 성공하였다.
화장실안의 몇 분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대충 손을 닦고는...화장실 안에 아무도 안 계신 틈에...
그 안열렸던 문에게 복수라도 해 주고 갈 요량으로 문을 발로 힘껏 차 버렸다.

그 순간...
그토록 요지부동이었던 그 문이 안 쪽으로 활짝 열리는 것이 아닌가???????

헉~~~~~~~~~~~~~~~~~~~~~~~~~~~~~~~~~~~~~~~~
그랬다.........그 문은 안 쪽에서 당겨서 여는 문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것을 안 쪽에서 힘껏 밀어 부치고 있었으니...흑흑..ㅠ.ㅠ;;;

불량식품 오뎅과 꼬치에게 그 한풀이를 지금도 해 대고 있다.

하얀남자 (2005-11-11 14:09:50)

ㅋㅋㅋ
소싯적에 생긴 일이라고요?
아닌것 같은데요????
재미나게 잘 읽고 갑니다.
ㅎㅎㅎㅎ

콩삼 (2005-11-11 14:44:17)

사람이 착각을 심하게 하면 다른생각이 전혀 안날때가 가끔씩 있긴있습니다만...
사랑님은 그게 아이고 그 똥고집 때문인거 같은데
이제고마 성질 좀 죽이시고 살지예....^^*

콩삼 (2005-11-11 14:47:09)

그러고보이 그 밀어부치는 성격때문에 제대로 당하신거 같은데
앞으로는 살짝 당길줄도 아는 센스를 보이시길~~ ㅎㅎㅎ

찌와달 (2005-11-11 15:07:29)

사랑님 ㅋㅋㅋㅋ
마이 웃고갑니다.

붕어내색시 (2005-11-11 15:15:23)

앞뒤로 당길줄 아는 센스!! ㅋㅋ

옛날에 떡볶이 20개정도 먹고서 돈낼때 아줌마가 몇개먹었노? 하고 물어보면 10개요..
하고 10개값만 내고 갔었는데^^

ㅎㅎ 재미납니다.

뽀빠이 (2005-11-11 16:21:5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하긴 급했나보죠????
땡기는 문을 밀고 나올라 켔으니.......
이사실을 유신장군님도 아실려나????ㅋㅋㅋㅋ

빈소쿠리 (2005-11-11 16:44:08)

빤스 색갈이 의심됩니다. ㅋㅋ

물잠자리 (2005-11-11 16:48:20)

엊그제 주촌지...
사랑님의 오댕탕은?...정품이였군요.헤헤 ^^*

오늘밤 쐬주 한잔 하입시더.
오뎅탕으루...7시.

장딴지 (2005-11-11 16:58:01)

사랑선배님, 고2 였으면 돌멩이도 소화시킬 그런 나이 아닙니꺼???

참! 버스는 무사히 탓습니까?? 이어지는 2탄 있지예~ 기대 됩니더~...^*^

나무꾼 (2005-11-11 17:15:42)

월장은 많이 들어 봤는데 월칸막이는 처음 듣습니다.
다른칸 손님들이 가만히 안있었을것 같은데요..

빙그레 (2005-11-11 17:20:04)

그거 힘있던가요
진짜로 발로 차씨믄 터졌을거 같은데

아빠심심해 (2005-11-11 17:33:51)

저는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이상한 불량식품을 다른쪽으로 생각했는데요..^^
사랑님은 부모님 말씀 잘듣는 착한 모범생이셨나 봅니다..ㅎㅎ

송애 (2005-11-11 18:06:44)

뛰뚱뛰뚱 뛰어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ㅋㅋㅋ

아침고요 (2005-11-11 21:26:39)

ㅎㅎㅎ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2005-11-11 22:57:49)

재미있는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요즘은 화장실에 낙서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

그리운그곳 (2005-11-12 11:36:00)

ㅎㅎㅎㅎㅎㅎㅎㅎ

수호이 (2005-11-12 11:37:16)

읽어면서 웃고
또 다시 정독하면서 한참 웃었읍니다.

무학산 (2005-11-12 23:49:16)

사랑님께서는 참으로 글 솜씨가 좋으십니다.

읽는이를 글속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으십니다. 사진도 잘 하시지만 글로 나서보심도 좋을듯하십니다.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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