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외 지역 낚시다녀 온 이야기 적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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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향 (2008-08-30 02:34:57, Hit : 2986, Vote : 278)

다시 찾은 춘천호

지난 휴가 중 춘천호에서 뵈었던 노부부.
그 분들을 두고 춘천을 돌아 나오던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부었다.

이런저런 핑계들을 대고는 다시 춘천을 향한다.

사흘 연휴였던지라 너무 안일했었나... 네시간을 넘겨서야 춘천에 다다른다.  ㅡ,.ㅡ

춘천을 향하는 길은 차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길을 돌려 북쪽으로, 포천을 경유하기로 해보지만 결과는 참담.  ㅡ.ㅡ

왠지 네비게이션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아직 구입을 미루고 있다.
지독한 길치인 나로서는 유용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 너무 건조한 생활을 만들어 낼 것 같아 여전히 길을 나서면 헤매기를 각오하고 다니긴 한데...

아무래도 하나 들여 놓긴 해야 할 듯.

잣나무 숲 저 너머로 낯선 텐트 한 동이 들어 섰다.

어떻게 다시 왔느냐며 환한 얼굴로 맞으시는 어르신을 뵈니, 역시 잘왔구나 싶다.

잠깐의 안부를 채 나누기도 전에 어서 와서 누치 한 마리 보라 시며 살림망을 걷어, 멍짜엔 못미치지만 꽤나 실한 녀석을 꺼내시더니 가져 가서 매운탕이라도 해먹으라신다.

혼자서 이걸 다 먹으려면 일주일은 걸리겠다니까 옆집과 나눠 먹으면 되잖으냐신다. ^^

어르신의 낚시자리는 그대로이고,
저 뒤 릴낚시를 보니 함께 여름을 나고 있는 서울에서 온 그 중년의 사내도 주중에 다시 돌아왔나 보다.

기실 어르신의 릴낚시는 몇 대 되지도 않는데다 그나마도 잘 던져 두지는 않으신다.

이번에는 조금 더 어르신 옆으로 자리를 잡아 두 대를 받침대에 걸어두고 호수를 거닐어 보기로 한다.
좀 더 안쪽 골에는 민가도 있고 붕어낚시를 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기에..

하지만 괜히 가보았다 싶은 후회만 안고 다시 낚시자리로 돌아온다.
덩치 큰 사나운 개를 마당에 풀어두고 낚시 온 이들을 경계하는 주민과, 온갖 쓰레기들을 방치하거나 버려 둔 쓰레기 낚시꾼들, 길을 쇠사슬로 막아 놓고 출입을 통제한 호화 별장...

이렇게 낚싯대 끝에 달린 찌 하나면 족할 것을...

어르신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저녁상을 차려 이른 만찬을 하며 여쭤보니 할머님께선 잠시 댁엘 다녀 오시기로 하고 주말은 혼자 계시는 중이시란다.

가져간 백도(이가 시원찮으시다며 무른 복숭아를 즐겨 드신다기에)로 저녁을 마무리 하고, 나란히 찌불 바라기를 오늘만큼은 늦게까지 하시겠다며 함께 자리에 앉으신다.

그렇게 덩그러니 떠오르는 보름달을 마주하며 당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시고 난 주마등처럼 스치는 20대와 30대를 생각한다...

여름 밤은 짧기만 하다.
멀리서 장닭의 홰치는 소리로 아쉬움을 흩어지는 어둠에 싣고 새벽을 맞는다.

이번에도 물안개를 맞지 못하고, 밤새 변화무쌍하던 하늘빛은 잔뜩 찌푸린 검푸른 비구름만을 남겨 두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를 시간이 되자 산자락을 뒤덮었던 운무는 용트림을 하며 달아나기 시작하고...

온전한 아침을 되찾으니 이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예의 그 "얻어 먹은 밥은 돌아 서면 이내, '내가 언제 밥을 먹었더라?' 하며 배고픈 법이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따라 한그릇 가득 밥을 퍼담은 그릇을 들고 앉아 아침을 함께 한다.

못내 아쉬워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을 한 시간 남짓 더 듣고서야 시동을 켜고 서울로 향한다.
내년에도 꼭 들르라는 말씀에 그래야지요, 꼭 와야지요 답을 드리고 호수를 돌아 나온다.

고탄리낚시터.
경치 좋은 춘천호의 낚시터 중 한 곳이라 한다.
계속된 비에 황톳빛 물색이 가을을 앞둔 하늘에 대비된다.
이곳을 염두에 뒀었던 춘천호 낚시.
결국 들르지 못했지만 그 덕에 충만한 즐거움을 누렸던 올 여름의 낚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제 가을이다.

그에 어울리는 낚시를 꿈꿀 때이다.

겨울바다 (2008-08-30 08:36:12)

월향님...정말 잘보고 갑니다..

멋진 경치와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글... 그리고 순간수간 느껴지는 따뜻함이 이 아침을 기분좋게 갈수 있

을듯 합니다.. 월향님 덕분에^^

어르신이 건강하게 오래사시길 기원 하면서...월향님의 조행기 진짜 잘보고 갑니다^^

왕짜집기 (2008-08-30 12:23:14)

대륙에서 낚시한 느낌이 옵니다....큰 감동으로 감상합니다.

김해붕어 (2008-08-30 14:40:14)

잘보고 갑니다. 저도 휴가차 춘천댐 오월낚시터 다녀 왔읍니다.댐 낚시야 세월낚시지요...^^*
가을 낚시하러 9월엔 의암댐에 있는 좌대 탈려고 합니다.같이 동행 했으면 어떠신지?
늘 건강하시길,............

푸르지오 (2008-08-31 11:51:51)

춘천호 말만 들어도 설레이는곳입니다.
좋은곳에서 구수한 영감님과의 덕담이
아름답기까지합니다.
영감님과 함께 건강하시고 하시는일들 잘되기를 바랍니다.

월향 (2008-08-31 23:39:23)

푸르지오선배님,
언제 강원도 다녀 가실 길이 있으시면 미리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할 수 있게 말씀입니다.
겨울바다님, 왕짜집기님 고맙습니다.
김해붕어님 쪽지주시고 날짜가 맞으면 인사 나누시면 좋겠지요...

(2008-08-31 23:52:27)

춘천호 가보고 싶어 마음이 설레입니다..
언제 한번 함께 하였으면 하네요.. 그리고 조만간 국수먹으러 오라는 소리 기대할게요.. ^^

아침고요 (2008-09-01 08:14:22)

월향님, 옛날에 경붕사 국어선생님 이셨던가???ㅎㅎㅎ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마찰마님 (2008-09-01 09:57:56)

기억아스라한 월향님의글.. 읽고있노라니,
저의 경붕사의지난추억이 새록이 떠오릅니다.
.
눈을 돌려외면하려해도,
이아침 내게 노인의추억처럼
저의물가로의 추억을 되살려낸 월향님의 아름답고 사람냄새나는
그림과글에 취해 나도모르게...이렇게 내맘을 늘여놓아봅니다.
늘,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요. "마찰수로"

해안도시 (2008-09-01 10:29:06)

조행기 잘 보고갑니다
37년전 군생활시절 그곳에서의 낚시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다시 한번가고싶네요
거주지-부산 남구 대연동
동행 출조원함 .연락주세요 (011-561-0500)

월향 (2008-09-01 13:00:09)

마찰수로선배님,
이게 얼마만이신가요?
경붕사 사랑방을 항상 훈훈하게, 조행기란을 아름답게 해주시더니 한동안 보이시질 않아 아쉬움이 많던 중입니다.
사랑방에서 선배님을 꼭 다시 뵙길 바랍니다.

해안도시선배님,
제가 지금은 서울에 있습니다.
원거리로 낚시를 할 여유가 생기는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초월 (2008-09-04 14:27:13)

기행문 ..
가히 월향님 답습니다.
읽어내려 가자면 어찌이리 쏘옥 빠져듭니까!!
옆에있는 느낌입니다..^^

김종하 (2008-09-07 19:20:46)

그림만으로도.... 찌가 솟을듯 합니다..화보감사드립니다.

무인 (2008-09-10 11:13:27)

경치구경 좋은사진 잘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필공 (2008-10-01 00:45:08)

그림같은 사진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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