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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물고기 이야기

  -서울 청계천 2가 ?... 종로구 청계로 2가.?..광교..주택은행 본점..

1972년도.  정확한 번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좋지않은 일 때문에 위의 소재지로 잠시 피신을
했을 때 일입니다. 그 당시 제 누님은 거기서 수족관(조류원도 함께)을 경영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한창 그런 나이고, 또 사고치고  아무런 연락도 하지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들이닥치게
되자 반가움은 잠시, 마치 제가 지구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죄다 짊어지고 온 듯이 눈치보며
흘겨보고....
그 짧으면서도 지루한 시간이 지나자 제게 떨어진 명령이 있었습니다.
"니 군대 가기 전 까지 꼼짝말고 여기 있거라."

그날부터 저는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가게에 납품(?)하는 것들을 받고 확인하고 씻고 청소하고
열대어 온도 맞추고 새(카나리아 부터 십자매 까지 있었음)모이주고 새장 청소하고..,,등등

-<그렇게 몇 년을 힘들게 지내다가 입대영장이 나와 반갑게 군 입대를 했습니다만..>-

그 당시 열대어는 엄청 비쌌고 또 그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초등학교 다닐적에 항아리처럼 생긴 어항에 붉은색과 흰색이 골고루 섞이고, 또 한놈은
눈이 양 옆으로 툭 튀어나온 까만 금붕어를, 마치 조상님 대하듯 했었는데 이 열대어는
헤엄치는 모습이라든지 먹이를 먹는 모습, 산란 및 부화하는 모습이 그와는 아예 비교조차
하지 못할만큼 월등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77년 제대하고..80년 결혼하고 ..어렵고 힘들게(경상도 말로 숫가락몽디 하나음시)살았죠.
그러다 정말 힘들게 어렵게...십 몇여년 만에 어렵사리 내집을 마련하였습니다.
<너무 기쁘고 좋아서 집들이를 몇번이나 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련한 미소로 떠오릅니다.>


** 옛날 생각이 나서 어항을 5자 길이에 높이는 한자반으로(두자 하려다 청소하기가 힘들다고)
주문을 하여 열대어종 중에서 성장이 빠르고 대형으로 자라는 것들로  20마리 넣고 길렀는데
이넘들이 겨우 5cm 되던것이 10년 넘게 키우다보니, 어항에서 Curve를 틀때는 머리를 몇번
흔들어야 할만큼 30cm 이상 컸고, 내가 가까이 가면 내 앞으로 와서 눈을 껌뻑이며,주둥이를
쳐박는 등, 말은 못해도 나와의 Communication이 확실한, 진짜 이쁜 넘들이었습니다.

2003년 3월 X일 ...그날 토요일이었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늦게까지 술마시고 새벽 5시경에 귀가하여 여느때 처럼 내 자식(어항속 고기들)
확인해 보니 제일 큰넘(자이안트라고.. )이 내가 어항밖에서 툭툭 치니 눈을 아래위로 껌뻑이며
반기길래 밥을주고는 잘 먹는걸 보고 들어가 잤습니다.

피곤하여 늦잠을 잤는지, 일어나니 12시가 다 되었는데 화장실 다녀와서 거실에 갔더니
이미 사건은 벌어져 상황종료까지 갔더군요.
어항위에 덮힌 커버(조명장치+스위치)가 비스듬하게  이탈되어 있고 내자식(?)들은 이미
허연 배를 뒤집고는 죽어있고 몇 안되는 녀석들만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

아무리 살려보려 애썼지만 결국은 겨우 한 마리만 살고 나머진 끝내 죽고 말았습니다.
이유인 즉, 그날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전이라고 관리실에서도 예고방송을
했지만 평상시 집에는 모친만 계셔서 전달을 제대로 못받은 결과였습니다.

속상하고 불쌍하고...하지만 모친께서 너무 부담을 가지시기에,그 꼴란 괴기 몇 마리..라고
위로하며 무려 6개월을 빈 어항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어항에 고기 안키울끼다.
속으로 다짐하며..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제 다짐이 무너졌습니다.
2004년 5월2일!!
근로자의 날 연휴를 맞아 아들과 대한수로에 낚시를 갔는데(조행기참조), 철수할때 건져올린
새우채집망 속에 이쁜 참붕어들이 30여 마리...첨엔 대물 밤낚시하려고 포획했는데..(中略)

지금, 우리집 어항에는 참붕어 30여 마리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넘들, 참!! 보면 볼수록 이쁘고 귀엽네요.
몇십년 전 처음봤던 열대어 그넘들은 비교도 안될만큼 이쁘고요,무려 10년이나 키웠다가 아깝게
잃어버린 넘들을 대신하여 온것처럼, 그때 주었던 먹이를 그대로 주어도 잘 먹고.  꼬리는 또
양쪽으로 쭉 뻗은게,  열대어 고급어종인 XXXX 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게다가 영상1도에서 거의
40도 가까운 수온 변화에서도 살 수 있는 등,  볼수록 정이 갑니다.

신토불이란 단어가 무릇 농작물에만 해당되지 않음을 비로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저는 요즘 평일에는 퇴근하기가 무섭게 재빨리 집으로 달려와 그넘들을 보는게 하나의 일과이자
즐거움이고, 토요일만 되면 무슨 거리귀신이라도 들린듯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머릿속엔 오로지
물위에 빼꼼히 내밀고 있는 찌와 낚싯대 밖에 없으니 이일을 어이할꼬..

회사일 때문에 늦게까지 (그 다음날 아주 일찍)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서 취한 몰골로는
차마 그넘들을 똑바로 볼수가 없데요. 80노모와 50줄에 들어선 마눌한테는 그래도 별로(?)
덜 미안하지만요. "대한수로에 있으면 배스한테 잡아 먹힐것을 우리집에 와서 이 넓고 평화로운
어항에서 사람들의 지극한 사랑과 관심속에  잘 지내고 있쟎아" 라고 변명도 크게 늘어놓습니다.
그 바람에 주무시는척 계시던 모친이 무슨일인가 싶어 거실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제가 지금까지 쓸데없는 말 많이했죠?
지금 기르고 있는 참붕어가 건강하게 많이 자라면 다시 깨끗한 하천에 방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앞으로도 연구를 한뒤 다른 토종 물고기도 길러볼 생각입니다, 자식처럼요..


참, 우리 경붕사의 "참붕어'님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허락도 맡지않고 동족(?)을 포획하여 기르고 있으니..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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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목: 내가 키운 물고기 이야기

사진작가:

깜찌기

글등록일: 2004-05-25 03:56
조회: 2765 / 추천: 9

메주콩. 2004-05-25 04:16:51

밤 늦게 글 봅니다.
저도 정말 뼈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해 마련한 집 친구땜시 한순간에 물거품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친구 원망하지 않습니다.
도ㅔ 지라고 일만하고 옆도 안돌아 봤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밥풀 뜯어묵고 삽니다
그래서 항상 다른이들의 고통을 같이안고 살고 싶습니다
우리집에 어항은 없지만 ..
비수무리한것으로 괴기 키워봤습니다
저거들끼리 자바묵고 생 난리데요.ㅎㅎㅎ
그래서 인자 괴기 안 키웁니더

같이한번 하고 싶습니다.
훌륭한 선배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입니더.

붕킬 2004-05-25 11:30:33

훌륭한 글 잘 보았습니다. 원래 동물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순수하다고들 하더군요. 저 역시 그말을 믿습니다. 저도 많이 키워보았고, 그 덕에 기쁨도 얻었지만 잘 살지 못하고 죽을땐,,작은 고통도 있었습니다.

해서 지금은 안 키웁니다.

귀 댁의 아이들(?) 무럭무럭 자라길 빕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도 빕니다.

찌바라기 2004-05-25 12:24:35

깜찌기님의 섬세하고 순수한 감성이 부럽습니다
저도 토종물고기를 길러 봐야 겠습니다

무송이 2004-05-25 17:54:19

선배님 지난일은 가슴구석에 묻어버리시고예,
지금의 작은불씨를 활활태워보심이 좋을것같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선배님의 마음이.....
선배님 늘 건강하시고예,
언제나 행복하세요.....가족분(?)들도예...

뽕애 2004-05-25 21:02:07

저도 수족관하나 장만하려고 합니다.
그 속엔 새우, 참붕어, 각시붕어 뽕애등을 넣을려구 생각중입니다^^

참붕어 잘키우십시요^^

송애 2004-05-26 15:47:35

저도 옛날에 열대어 키워봐는데 정성이 많이가는 취미입니다
청소도 자주해야하답니 ....
이사가면서 남 주고왔습니다
우리토종 키워보면 재미있겠다 싶네요
잘관찰하며 키워보십시요

꽁수 2004-05-26 21:49:12

고기 키우는 정성!
그 아무나 하는거 아니데요!
저도 자그만한 수족관에 나름데로
토종으로 여러종류 번갈아가면서 키워 봤습니다.
처음엔 "동자개 부터 시작해서 미꾸라지.다슬기.붕어,배스.참붕어까지
근데 지금은 안키웁니다..게을러서....
저희집엔 물괴기는 그런데로 잘 자라는데.. 화초는 정말 안되던구요
아참!
혹시 "버들피리"라는 고기이름 들어보셨는지요?
저도 정확한 고기이름은 모르고요 제 어릴때 냇가에서 소쿠리로
미꾸라지,붕어잡을때 잡히는 고긴데요 버들피리라 불렀거던요
고기크기는 조그마한데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체형은 납자루떼와 비슷하지만 배지느러미부분에 무지개색 비스므리한게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혹시 아시는분 계실까싶어 두서없이 글 올렸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