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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미소

해마다 이맘때면 그 소년의 해맑은 미소가 생각납니다.

3년전 집사람과의 힘든시절 혼자 2박3일간의 낚시를 떠났습니다.
오랜 갈등 끝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무안의 어룡동(웅동지)으로 향했습니다. 상류 과수원밑 수초지대에 2칸반대 2대를 펴고 ....
머리속은 어지럽고 낚시는 하는둥 마는둥, 밤새 때깔좋은 황금빛 토종 7치 2마리.

날은 밝고, 이제 어디로 가나.

그래 장척으로 가자. 밤사이 낚시를 하는둥 마는둥 하였기에 장척지의 오후 소나기 입질이 생각났습니다. 오후에 장척으로 가기로 하고, 밤새 마신 소주로 머리도 아프고 햇살도 따갑고해서 쉴 만한 곳을 생각하다 그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그곳은 아치실못과 서가정지 사이의 다례마을 이라는 곳에있는 손바닥 만한 저수지입니다.단아한 문중 제실앞에 자그마한 저수지가 있고 큰 느티나무아래
평상이 있어 쉬어 가기에 딱 좋은 곳 입니다.2칸반대 한 대 펴고 의자에 깊숙이 몸을 뉘고 쉬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 돌아보니 그 아이가 조용히 미소지으며 앉아 있었습니다.무릎에 깍지를 끼고 살포시 숙인 얼굴에는 물빛이 반사되어 환한데 남자아이 답지않게 수줍음과 잔잔한 미소가 흘러 나왔습니다.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고 그날은 머리가 아파 학교를 안 갔답니다.한 번 씩 마리가 자주 아프답니다.얼핏 보기에도 조금 모자라 보였는데 한번씩 머리가 아프고 왜 그런지 모른다 하니 마음이 참 안되었습니다. 무엇이든 나누고 싶어 삶은 계란과 콜라를 주니 공손히 받아듭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건 아닌지,학교 가기싫어 꾀병을 부리는건 아닌지...
이런 저런 때묻은 상상을 하다보니 그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잠시후 그 아이는 통발을 가져와 떡밥도 없이 던집니다. 무얼 잡을 거냐고 물으니 붕어를 잡겠답니다.그래서 나는 떡밥을 넣어 다시 던져주며 그 아이와 나는 어느 새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얼굴과 모습을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무척 미인일 꺼라고....
다시 상념에 젖는 순간 그아이는 사라지더니, 두손에 낚시대와 야쿠르트 2개를 들고와서 1개를 저에게 건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친구는 가진것을 나누는 거지요.

아이의 낚시대는 원줄이 너무 짧아져 있어서 채비를 새로 샛팅해주니, 자기가 가져온 지렁이로 저보다 큰 붕어를 잘도 잡습니다.(참고로 다례지는 큰 개체도 많으나 잔챙이들이 물반 고기반 입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저는 통발이 궁금해졌습니다.통발을 한 번 건져보면 어떻겠냐고,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그아이는 조금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나는'그래도 한 번 건져보지'하고 조바심을 냅니다. 아이가 통발을 건지니 어쩐 일 인지 통발안에는 7치붕어 두마리가 찬란한 금빛을 퍼득입니다.
'저렇게 큰 붕어가 어떻게 자그마한 통발 입구를 들어 갔을까?' 하는 의심도 없이 그 아이는 좋아서 팔딱팔딱 뜁니다.

저는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그아이는 행복해 합니다.
아마 소년이 크면 의심도 자라나게 되어 생각하겠지요.
'어떻게 그때 그 고기가 통발 안으로 들어 갔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 날 저는 그 아이의 부처님의 미소를 가슴에 담고 해질녁 장척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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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목: 부처님의 미소

사진작가:

쥰

글등록일: 2004-05-28 19:33
조회: 2874 / 추천: 7

소오강호 2004-05-28 21:53:29

태조 이성계외 무학대사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하루는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사! 오늘은 서로 욕하기로 합시다."
"전하께서 먼저 하시지요."
"내가 보기에는 대사가 돼지로 보이는구려."
"제가 보기에는 전하께옵서는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아니, 서로 욕하기로 해놓고 어찌 칭찬하는 말을 합니까?"
"아닙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일 뿐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입니다."

부처님의 미소를 본 님은 행복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새밭골◑ 2004-05-28 22:04:07

아름다운 글입니다.
제 어릴때 동네 저수지에 왔던 어떤 아저씨와의 만남이 기억나는 일화 입니다.

팔공산 2004-05-28 22:26:38

쥰님~`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줄 이번 마량 출조때 흘러가는 말끝에 얼핏 듣게되어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그때 마음을 나누지 못했음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쥰님 ~`
이제부터라도 털어놓고 사십시다.
누군가에게 얘길 건네다보면 스스로 위안도 되는것이고 엉어리를 절반씩 나눠
한결 맘이 가벼워짐을 느낄겝니다.
상대가 없으면 아떻습니까.
여기 경붕사 사랑방에라도 얘기 보따리를 끌러 놓으십시요.
가족 여러분의 따뜻한 정을 느낄수 있을껩니다.

그리고 앞니는 계속 그렇게 비워 두고 있을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