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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탐닉하는 순간 그는 그의 본성답게 미안감이 들어 마음가짐을 추스리려 하는데
조금 더웠던지 자켓을 벗어두고 온 그녀가 반쯤 일어나 돌아서며 말을 건낸다.
"저희 이제 철수해요..... 오늘 정말 죄송했어요...."
그는 그녀의 그런 말을 들으며 본의 아니게 타이트한 그녀 티셔츠의 은밀한 굴곡을
바라보게 되었다
머리를 들자니 그녀의 얼굴과 그의 얼굴이 조금의 공간도 허용되지 않을것 같아 그는 슬쩍
몸을 틀고 상체를 뒤로 물려보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향기는 그를 유혹하며 감싸 안는듯했다.
"벌써 가실려구 그럽십니꺼?
아이구 나도 일때문에 곧 철수할껍니다. 아 참. 그리고 커피 정말 잘마셨습니더."
그리말한 그는 곶부리를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못내 아쉬워 시선을 이동하지 못한다.
이제 다시는 그녀의 향기를 맡을 수 없다는 것에 잡풀위 빈 살림망처럼
그의 가슴은 숭숭 구멍이 뚫리고 그러한 노총각의 가슴을 후벼파고 흔들어버린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녀들은 곳 떠날 것이고 그런 당연한 일을 잊으려 그저 수면위 찌만을 응시하고있다.
자신의 성격과 처지에 그동안 억눌려 무시되왔던 그 어떤 것의 솟아오름을,
저 수면위 솟아오르지 않는 찌처럼,
물위에 콱 쑤셔 박아 버려 아무 미동이나 요동치지 않게하려 애쓰려한다.
조금씩 안정되어 가던 그의 마음은 아주 나즈막히 들려온 엔진의 진동 소리에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이제 정말 가는가보다 생각하며 그의 입술을 지긋이 깨물려 하는 순간 다시 듣지 못할거 같았던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요... 정말 죄송한데요
어떡하나.. 저희 차가 나갈려는데 어쩌죠?"
평상시 같으면야 조금은 귀찮은 상황이지만 그는 그도 모르게 일어서며 큰소리로 말한다.
"예? 아 하! 알겠습니더 잠깐만예"
그는 허겁지겁, 그러나 영화 실미도의 등장 인물처럼 날렵하고 매우 민첩함으로 농로로 올라간다.
성큼 성큼 그녀들의 차로가 후미를 보니 비닐하우스 주인 것으로 보이는 낡은 오토바이가
비스듬이 버티고 서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잠깐만 있어보이소. 내가 차를 뺄끼예
그라믄 저위에 조금 가시면 차 돌릴 때가 나옵니더."
그는 휴식중인 트럭을 협소한 곳에서 빼어내 이내 후진하고 내리며 친절하게 말한다.
"길이 좁습니더. 조심하시소... 그럼 가입시더....
그녀들은 그의 못내 아쉬운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례하고 그녀들의 차는 스르륵 자르르륵
소리와 함께 저 좁은 농로 위에서 자꾸만 자꾸만 멀어져간다.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 다시 그곳에 차를 밀어넣고 핸들 위에 팔을 걸쳐 턱을 얹혀
세워놓고 중얼거린다.
"어휴- 나도 이제 가보자
간다~~ 나도 간다아~아"
차에서 내린 그는 농로 언저리에서 그의 포인트를 보여 생각한다.
널부러진 저것들이 지금 처럼 수습하기가 싫어짐이 없었음을 한심해하며 한껏 기지개를 펴본다.
그리고 허리를 두어번 돌리고 농로를 내려 가려 마음 먹는데 저 멀리 농로에서 머리를 돌려나오는
그녀들의 차를 보았다. 그는 멈칫거리며 어정쩡 서있다.
타르륵 쟈르르륵 소리가 들리더니 그소리가 자신의 앞에서 끊어지며 그녀들의 차는
그의 앞에 슬며시 멈춘다.
진한 썬팅의 조수석 윈도우가 스르륵 열리며 언니되는 아가씨가 빙그레 웃으면서 뭔가를 건네며
말한다.
"저기예, 혹여 이 근방으로 오실 일있으면 한번 들려주시소예.
오늘 이 가시나 때문에... 욕 많이 하셨지예."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것을 받고는
"아닙니더. 욕은 무슨 욕을 예?
덕분에 즐거웠습니더... 하 하 하 "
그의 본 성격과는 아주 판이한 호탕한 대답에 언니 아가씨는 환희 웃으며
"꼭 한번 들려 주이소 ... 부담갔지 마시고예.....
그럼 저희 먼저 갑니다..."
그는 괜스레 머리를 쓰다듬으며 허리를 구부려 운전석 빨간 쟈켓의 아가씨를 쳐다본다.
그녀는 검은 썬그라스에 불만인듯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렌즈 넘어로 그에게 그 맑은 눈웃음을
보낸다. 그녀들의 차는 서서희 움직여 그곳에서 멀어져간다.
그는 사라지는 그녀들의 차를 바라보며 너무나 흥분된 나머지 뭔가를 건네받은 손은 꾸욱 힘이
들어가 그것은 맥없이 쪼그라든다.
그녀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쯤... 건네 받은 그 조그만 것을 두손으로 들고 있지도 않은 먼지를
훅훅 불면서 구겨진 것을 다듬는다.
명함이었다. 아니 그저 상호, 전화번호와 위치가 박힌 그런것이었다.
별달리 이해해야하거나 내용없는 그것을 그는 아주 오랫동안 고개를 숙여 보고 있었다.
실성한 사람마냥 히죽히죽 웃으며..
그러한 당혹스런 그러나 끝내는 가슴벅찬 여운을 남겨준 사건에 십여일간 그는 잠들기가 힘들었고
반짝 경기가 끝난건지 지독한 불황의 여파인지 할일없이 바로 옆 철물점 친구와 내기 바둑을
두면서도 온 통 머리 속은 수 읽기가 아닌 그녀의 생각으로 번뇌하여 휩싸이고 있었다.
연이어진 그의 패는 그의 낡은 지갑을 열게하고 열린 그곳에서 나온 놈들은 당연하듯이
배달온 식당 아줌마의 앞치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늘상 내기 바둑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던 고도의 일레트릭 엔지니어를 자칭하는 친구는
의기양양 기세를 부린다.
점심식사를 하던 그는 순간 실마리를 풀 반짝아이디어가 떠오르는것이었다.
진즉 명함 같은것만 받았지.
혼자 멀쓱히 찾아간다는게 영 꺼림직하고 머쓱하여 그많은 날들을 고민의 연속으로 보낸 그였다.
식사를 거이 마칠 무렵 그의 계획을 실행하듯이 친구에게 말을 꺼낸다.
"어이 봐라 오늘 저녁 이슬이 한잔 내기 한번 하자.
니 한점 더 놓고 우예 요즘 술도 고픈데. 어때 자신있나?"
그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날 저녁 술자리에서 그의 처지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친구의 도움을 요청한다.
취기가 조금 오른 그들은 계획을 실천하기위해 나선다.
그들은 어깨동무 하고 노래를 부르며 세미 레스토랑 블루피쉬로 향하고 있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젋은 층만 모여드는 대학가에 위치한 그곳에 그의 친구를 먼저 잔입시키고 그는 잠시 시간을
끈 뒤 드디어 블루피쉬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럴싸하게 두리번거린다.
그때 아주 애타게 그리웠던 목소리가 카운터 쪽에서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어머?"
그런 그 낭랑한 소리에 고개돌려 그 빨간색 쟈켓의 아가씨를 쳐다본다.
말끔하게 정장을 작정하고 입고 나선 그를 그녀가 한눈에 알아봄이 내심 기분이 좋아지면서
인사한다.
"아이구 안녕하십니꺼... 이근방에 일 때문에 왔다가 여기서 친구 좀 만나기로 했다아입니꺼"
조금은 안절부절 못하는가 싶던 그녀는 주방인 듯한 곳으로 냅다 도망가듯 들어가버린다.
그는 이내 유일한 작전 세력인 그의 친구에게 자리하여 악수도 하고 너스레를 떤다.
어느정도의 취기가 그에게 용기를 조금이나마 허락한 것 같았다.
그 너스레가 막혀 조금의 적막이 흐르던 중에 언니 아가씨가 다가오며 인사한다.
그는 인사를 받으면서도 눈은 연신 카운터 쪽의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 그 빨간 쟈켓 아가씨를.........
그들의 조금은 유치한 모종의 작전은 성공했다. 고도의 엔지니어 친구 덕이었다.
뜨문 뜨문 앉아있던 젊은이들도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그 들만이 남아있음에 꽤 밤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불루피쉬 간판은 불이 꺼지고.... 접대용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두 아가씨는 시간적 틈을 두고 슬쩍 슬쩍 자리에서 빠져나간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던 그는 카운터 쪽에서 느닷없이 그녀들만의 아주 은밀한 단판놀이를
다시 한번더 보고 말았다. 그리고 나선 빨간 쟈켓의 아가씨가 먼저 조르륵 달려와 그의
옆자리에 착 달라 붙는다.
그가 얼마전 보았던 그녀의 두번의 패배! 그러나 그날 만큼은 빨간쟈켓의 날이었다.
그뒤 그는 지속적인 그녀와의 데이트에서 우연히 그녀의 조그만 빨간 수첩에서 자신의 낡은 트럭에
쓰여있는 간판집 상호와 전화번호를 볼수있었다. 그리고 그 만남이 무르익어 결혼을 해선 운명의
그날 그녀의 승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그의 아내에게서 들을수 있었다.
신혼을 아기자기하게 달콤함 속에서 지내다 부부가 되어 처음 맞는 어느 명절날 이제는 처형으로
불리는 항상 털털한 그녀의 아파트 거실에서 낡은 앨범을 구경하다 처형의 아버지이자 동시에 아내의 큰 아버지인 그분을 만날수 있었다.
낚시터에서 낚시복 차림으로 처형의 부친이자 아내의 큰 아버지는 전혀 낯설지 않은 두 어린 소녀
들과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생존하지 않는 그분의 모습은 예전의 그리 깔끔치 않던 그의 모습과 너무 흡사함에 그런 놀라움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분주하게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처형의 뒷모습에서 그리고 털털한 그녀의 성격 이면에서
그도 예전에 늘 지니고 있었던 외로움과 허전함이 물밀듯이 밀려옴을 느끼며 그녀의 뒷모습을
애처로이 바라만 본다.
ㅡ끝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