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이 직접 촬영하신 아름다운 사진 올리는 곳

소 년

청춘은 사라지고 사랑은 시들며 우정의 잎새는 떨어지지만..

형제의 남모르는 깊은 우애는 그 모든것보다 영원하다...

                                   --  니 꼴 라 이  --

가을의 황량한 바람이 이는 스산한 작은 놀이터

타오르는 저녁노을 속으로 함께 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달려가고

쓸쓸히 모래알을 매만지는 소년...

나무가지로 이것저것 모래위에 무언가를 그리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홀로남은것이 두려웠는지 놀이터 구석으로
달려가 쪼그려 앉아 눈만 빼꼼히 내밀고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던 아이는 무서웠는지 후다닥 놀이터를
뛰쳐나가다가  모래턱에 걸려 넘어진다.

그렇게...  그냥 일어나지 않는 아이는 차가운 모래에 볼을 비비며
조용히 속삭인다.

" 엄마.. 오늘 아침에 골목을 나서는데 누가 낙옆을 쓸어서
  길을 만들어 놓았더라...

  엄마.. 나중에 집에 올때 따뜻한 호빵 세개만 사와..
  알았지...  형아 한개 나 두개.. "

얼마후 누워있는 소년의 손을 잡고 일으키며 누군가 말한다.

" 룬도야 !! 이런데 누워 있으면 어떻해 !! 형이 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오라고 했잖아 ! "

형은 동생을 일으켜 세워 묻은 흙을 털어내주고 떨리는 손으로
머리칼을 어루만진다.

" 룬도야.. 너 이제 여덟살이다.. 알지.. "
" 응... "

" 형아가  룬도랑 많이 놀아줘야 하는데 ..
   형아가  룬도 맛있는거 많이 사줘야 하는데.."

" 아냐... 형아가 안놀아 줘도 나 친구많아..
   이모가 맛난거 많이 사줘.. "

  " 룬도야.. "

  형은 룬도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그날밤 룬도는 형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들지 않았다.

  형의 뛰는 가슴. 따뜻한 체온... 그리고 손길..

  다음날..
  룬도는 형아와 이모가 나누는 이야기에 잠에서 깨었다.

  " 안바래다 줘도 되겠니.. ? "
  " 괞찮아요.. 역까지 버스타면 금방인데요.. "

  " 그래..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야하는곳이니까.. "

  이모는 형의 손을 잡더니 말을 잇지 못한다.

  " 이모.. 룬도.. 룬도가 나 찾으면 ... "

  " 알았어.. 걱정하지마.. 이모가 잘 얘기할께.. "

  " 그리고.. 혹시 해지고도 룬도 안들어오면..
    삼거리 놀이터에 가봐.. 어릴때 엄마랑 놀던곳이라서... "

  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 갈께.. 이모.. "
  " 그래.. 군생활 잘하고.. 편지 꼭 해라.. "

  그리곤 형은 현관문을 열고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룬도에게 인사도 못하고 가는게 못내 아쉬웠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골목길을 돌아서 큰길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뒤를 따라오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았다.

  길모퉁이에서 룬도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왜..나왔어.. 들어가.. "

  형은 눈물이 나올까봐 고개를 돌리고 다시 가는길을 제촉한다.

  평소 무뚝뚝한 동생과 뒹굴고 싸우고 놀던 기억이 떠올라
  더 빠른 걸음으로 길을 향했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 봤을때

  룬도는 형아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 룬도야 ! 집에 들어 가라니까 !!  왜 계속 ... "

  순간 .. 형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던 것이다.

  " 형아...
    형아... 언제 다시 오는거야.. "

  룬도의 한마디에 형은 눈물을 터트리며 룬도를 와락 끌어안는다.

  " 룬도야.. 금방올께... 우리 룬도 보고싶어지면
    그때 곧장 달려올께... 알았지.. "

  룬도는 형의 가슴에 얼굴을 대며..

" 형아.. 올때 호빵 세개만 사와.. 형아 두개 나 한개.. "

   ....

   96.9.18  강릉에 잠수함 탑승 무장간첩 26명 침투 .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