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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외바늘의 어린 추억이야기..1탄..* 1통3반 54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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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릴적 아주 시골에서 살았답니다.
문득 그 때묻지 않고 순수한 시골 이야기를 한번씩 글로 옮기고 싶을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가끔 나 혼자 이렇게 끌쩍여 봅니다............그리고 추억으로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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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 1통 3반 54번지.
어릴때 우리집 주소는 정확히 대구시 동구 황천동 1통 3반 54번지이다.
글구 본적이란걸 적을때가 있었는데...그건 대구시 동구 황천동 10-2 번지..
하여튼 아직 본적이라는 정확한 개념은 모르지만 (사실 본적이 뭔지 궁금해서 법률 사전을 뒤지기도 해 봤지만
제대로 속 시원하게 씌여져 있는 걸 못 봤음) 하여튼 그렇게 알고 살아왔당.
하기야 그 주소랑 본적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내 기억속의 우리집은 항상 대구시 동구 황천동 1통 3반 54번지이다.
추억속의 우리집...영원히 잊지 못할 우리집인것이다...

억지로 기억을 짜내는 글은 쓰기가 싫었다..오랜만에 기억속으로 빠져 들고 싶다..

----------------- 추억속의 54번지 --------------- Jay-----
우리집은 동네에서 따로 떨어져 있었다.
대문 앞으로는 조그마한 냇물이 흐르고 냇물이 얼마나 고운지 울 엄마가 그기서 나물을 씻기도하고
빨래도 하시곤 했다.
냇가엔 커다란 버드나무가 대여섯그루 가지를 뻗고 잇었는데 그 버드나무는
형님이 어렸을때 손가락만한 버드나무 가지를 짤라 꽂아둔게 뿌리가 나고 가지가 나서
그렇게 컸다고 한다.첨에는 안 믿었는데 내가 한번 꽂아둔게 자라는거 보고 믿게 되었다.
그 버드나무 앞으로는 자그마한 야산이 잇었는데 그 산에 아카시아랑 소나무숲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어서 봄이면 아카시아향으로 사람이 취할 정도였다.

우리집 대문은(대문이랄것도 없지만) 큰(?) 길가를 돌아 서 정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아랫채가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소집(축사)과 통시,그리고 정면으로는 본채가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시골 집 형태였다,
사랑채엔 큰 형님방(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자기 방을 가지고 잇는건 형님뿐이었다) 그리고 창고가 잇었고
그 끝에는 장독대랑 우물이 있었다.

본채의 가장 맨 인쪽이 우물과 마주보며 정지(부엌)이 있었으며 그 다음이 안방 그리고 오른쪽으로 마루
또 그 옆에 작은 방이 잇었다.

안방 새간이야해 봐야 긴 소나무 2개를 벽에 고정시켜 이불장 대용으로 썼으며 벽에는 벽장이 하나 잇었는데
모든 잡동산이가 그 안에 다 있었으며 가끔은 아버님이 장에 나가서서 귀한 물건을 사 오시면 그 안에 깊숙히
숨겨두곤 하셨다.

정지에는 바닥이 황토흙으로 울퉁 불퉁했지만 반들 반들 시멘트로 만든 아궁이에 커다란 가마솥이 있었고
정지모퉁이에는 항상 장작이 쌓여져 있었다.
가끔 명절이 돌아오면 이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끊여 벌건 다라이에서 장난치며 목욕하든 기억이 새롭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뒷뜰이었다.
집주위 전체에 물이 잘 빠지기위해 조그마한 도랑이 있었는데.
그 도랑이 대문으로부터 쭉 집 전체를 돌아 집뒤의 도랑으로 이어져 나갔었다.
나는 봉천 못에서 고기를 잡아오면 그 도랑에 고기를 항상 풀어두곤 하였는데 어떨땐 진짜 물반 고기반이었다
우리집에서 키우는 닭이랑 도둑 고양이가 가끔 포식하기도 하지만 어린 마음에 얼마나 신낫는지..

뒷뜰 담은 탱자나무였는데 그 탱자나무 사이로 굴뚝새랑 참새가 무지 많아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어
잡기도 했다.
뒷뜰엔 커다란 감나무 두그루가 양쪽으로 우뚝 쏟아 잇었는데
감도 감이지마는 그 위에 판자 조각으로 집을 지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기 올라가서 숙제도 하고 낮잠도 즐기곤 했다.
그 감나무집에 올라서면 뒷동산도 보이고 포도밭도 한눈에 들어오는지라 한참 포도서리가 설칠때면 원두막 대용도 했던 것이다.
그 감나무 나땜에 진짜 애 많이 먹었다.

화장실은 본채에서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진 축사옆에 잇었는데
밤에 화장실 갈때면 항상 누나나 형님들이 밖에 지키고 잇어야 했다.
조그마한 초 한자루에 쪽문 열어두고 밖에 누나가 있나 없나 확인해 가면서 볼일 보던 기억이란..ㅋㅋㅋ
아버님이 가위로 정성스럽게 오려 놓은 철 지난 교과서가 가장 훌륭한 화장지였다.
그 무지막지한 걸로 뒷처리를 해서인지 우리 집식구 치질이랑은 거리가 멀당 .

촌집이라 마당은 무지 넓었던 기억이다
마당에서 형님들이랑 자전거도 타고 친구들이랑 구슬치기도 하곤 했다.
특히 어둑어둑해지는 늦여름이면 고추 잠자리때가 마당을 가득 매웠는데.
형님이랑 아버님께서 미꾸라지 잡는 반도로 허공을 가르며 잡아주던 잠자리가 참 그립다.
어머님은 화초를 무지 좋아하셔서 담 모퉁이에 형형색색의 꽃을 심어두곤 하셨는데
맨드라미,봉숭화,국화,줄장미,매화등 사시사철 꽃이 가득했다.

깨어진 기와사이로 방으로 물이 떨어져도 즐겁던 시절..
여름 한나절 평상에 누워 강아지랑 뒹굴던 우리집..
눈오는 겨울날이면 노루가 먹이찾아 마당에서 서성이던 내고향 54번지..
마니 그립다.

카메라라도 있었다면 다 찍어둘껄..
이토록 그리울지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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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목: 8호외바늘의 어린 추억이야기..1탄..* 1통3반 54번지*

사진작가:

8호외바늘 * http://jay.win.sh

글등록일: 2004-07-06 12:49
조회: 2900 / 추천: 18

꽁수 2004-07-06 13:03:28

님의 글를 읽으면서도 머리속은 영상처럼 그림이 흘러 갑니다.
어린시절의 추억은 거의 본능에 가까울만큼 머리속에
자리하는게 아니가 싶습니다.
저역시 고향이 시골이라 제 머리속에 많은 것들이 순간순간
지나가곤 하지요..
지금도 부모님뵈러 갈때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냇가며.버들밭. 학교다니는길등등
많은 것을 얘기 하지만 그아이들은 보지 않은 이상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죠...
좋은 추억 오래오래 간직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