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다녀온 이야기 많이 올려주세요.. 꽝조행기도 좋아요.

허치리

(2004-11-09 10:37:23, Hit : 740, Vote : 35)

불필요한 야그

"뭐하노?""바쁘나?"
"띠리링" 나른한 금요일 오후 행님의 반가운 전홥니다.
"뭐 별로"
"쥑이는데 있다""갈래?"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어데요?"
"도둑 낚시다.안계지!"
"저""친구 부친이 돌아가셔서...."
쭈삣쭈삣 부서장에게 사기를 치니
"며칠 전에도 친구 부친이 돌아가셨다며"
"다른 친군데요"
대충 공갈을 치고 여사원에게 찡긋 윙크 한 방 때리니
우리 여사원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뒤로 하고 냅다 도망을 칩니다.

"밥 도"
"낚시 가나"
마누라의 싸한 얼굴에 "쪽" 뽀뽀 한 방 때리니
"밤에 안 오나?"
식은 밥 한 덩이 퍼 주면서 마누라 의미심장한 한 말씀 하십니다.

"떡밥 사라.김밥은?.담배는 2갑씩 이다." 지가 줄 돈도 아니면서
이것 저것 행님의 주문도 많습니다.
행님이나 저나 20여 년 흡연으로 담배는 생활의 일 부분 이지요.
까만 밤 파르라니 빛나는 캐미를 보면서 땡기는 한 모금의 담배는
흡연자만의 축복이라고 자찬하는 우리들 입니다.

1시간 30분 여 달려 안계지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네요.
"간단하게 챙기라"
단속반의 눈을 피하려니 차는 멀찌감치 박아 두고 짐을 챙겨 돌부리 채이는 길을 약 2키로를
낑낑 대고 걸으니 한 눈에도 대물터로 보이는 쥑이는 장소가 나옵니다.

군데 군데 고사목이 허접하게 널부러져 있고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은 없습니다.
"여기서 4짜가 나왔다.걸리면 한 마듸로 죽음이다."
마치 자신의 경험인양, 낚시대를 펴면서 행님이 주절 거리지 않아도
척하니 오늘 밤은 무월조사의 10년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나에게 옵니다.

"라이타 좀 도"
캐미를 꺽으면서 행님이 라이타를 찾습니다.
"어! 행님 라이타 없능교?""나도 없는데"
"차에 가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갔다 오라는 소립니다.
행님이나 저나 금연으로 한 밤을 지샐 용기가 없으니 한 살이라도 어린 제가
갔다 옵니다.

오~마이 갓
아무리 찾아도 라이타는 커녕 성냥개비 한 알도 안보이고, 주변에 인가 및 상점이 있을리
없습니다.
급한대로 시가 라이타로 담배 한 모금 땡기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달리 방안이 없습니다.
"그래. 이 불씨를 꺼주지 말고 돌아 가면서 피우지 뭐."

저 한 대 피우고 그 꽁초에 행님 한 대
희끄럼하게 동이 털 때가지 두 명이 담배 4갑을 다 태우는데
목구멍은 화근내를 토해 내고 입 안은 까칠한 게 거의 죽음입니다.
언제 부터인가 물을 빼는지 자리는 물에서 점점 멀어지고,
휘영청 보름달은 교교하니 몰황의 3박자를 두루 갖춘 새벽입니다.

"안된다.가자"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한 마듸를 행님이 툭 하니 던지는데
여기서 항복을 하자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복음이 이보다 더 할소냐.
"넵""신이 나서 한 마듸 하고
2.9대를 접으려는데
고사목 근처에 박아놓은 3.2대 찌가 쭈우우우욱 올라 옵니다.

휙! 휙!
사정없이 옆으로 째는 그 넘은 도대체 얼굴을 보이지 않고
덩달아 흥분한 행님은 뜰채를 들고 정신이 없습니다.
피잉! 피잉!
아! 처음으로 들어 보는 피아노 소리여!
나도 월조사 아니 4짜 조사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구나.
단 한 번의 입질이 대물이라니....
5분여 동안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이 넘이 항복을 하면서 뜰채에 안착을 합니다.
와중에 물고 있던 꽁초는 온데 간데 없이....

"뭐 고 이기?"
처음 보는 희안하게 생긴 5짭니다.
붕어는 물론 아니고,잉어? 아닙니다.
가물치?메기 택도 없습니다.
아는 상식을 총 동원 해 보지만
처음 보는 낯선 고깁니다.
"가자" "조짔다"

"따르릉"
다음 날
마눌 품에서 정신없이 꿈 속을 해메는데..
그 넘을 가져 간 행님의 전합니다.
"그 고기 뭔 줄 아나?"
"황어란다"
안계지를 축조 하기 전에 형산강의 황어가 유입되어 토착화가 된 넘이랍니다.

이 때 부터 저는 황어 5짜 조사 반열에 오르고,
오늘 까지 붕어 무월척 조사의 꼬리를 달고 지냅니다.
몇 년 전 그 날은 정말 불이 필요한 날이었고, 도둑 낚시의 응징을 받은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저의 바지 주머니에는 라이타가 두 갭니다.
하나는 스페어 ㅎㅎㅎ

※ 참고로 안계지는 안강 양동 민속마을 뒤 편에 있는 댐형 저수지로 포철 공업용수를 목적으로
   조성이 되었기 때문에 낚시 금지 구역입니다.

승률100 (2004-11-09 10:44:01)

공업용수 뭐 그러면 밤에는 낚시해도 되겠네요. 잘 보앗읍니다.

붕어가시 (2004-11-09 11:41:06)

공업용수면 수질이 안좋지 않은가요?
암튼 저수지에선 보기 힘든 고기를 낚으셨네요 ^^
추카추카~~

해파리등뼈 (2004-11-09 12:06:14)

참고로 낚시금지구역이란것을 떡하니 올려놓으신건 무슨뜻인지요...
경붕사에서는 도둑낚시 하시는분은 없는걸로 압니다만..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굳이 도둑낚시를 안하더라도 좋은곳이 수두룩하잖아요

허치리 (2004-11-09 13:05:28)

해파리님 그냥 애피소드 라고 이해 하세요
여름에 수박서리 처럼 애교면 애교,도둑질이면 도둑질 같은

박카스 (2004-11-09 15:59:53)

하!하!하!
허치리님, 이젠 어둠속 낚시는 안하시죠?
재미있게 봤습니다.
요즘은 어둠속 낚시 하시면 클 남니데이~.
허치리님, 저하고 같은 동네에(저는 남목), 회사도 같은 회사(저는 전전시스템 근무)
이시네요.
즐낚하시고 건강하세요.
참, 시간이 허락하면 언제 출조라도 같이...

허치리 (2004-11-09 16:38:09)

박카스님
같은 사우네요. 반갑습니다.저는 엔진기계사업부에 근무합니다.
저희 사무실로 방문하시면 제가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할께요.
요즘은 시간이 안나서 유료터에서 잠깐 손 맛 만 봅니다.

손안에붕어 (2004-11-09 19:16:50)

공업용수 하니 고교 생각이 납니다.
제 고등학교 물 좋기로 말에서 소문이 나~ 새벽이면 주민들이 물을 받아갑니다.
학생들도 목이 마르면 그냥 화장실에서도 틀어 먹곤 했습니다.
3학년 2학기 새로 오신 샘이 물맛이 이상한데...수질 체크합니다.
"3급수네...이거 공업용수다 물 그냥 마시지 마라~!!!" ㅡ,ㅡ;

덜렁군 (2004-11-10 09:51:17)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기억에 남는 출조가 되었네요.
황어5짜 축하드립니다

먼스엄마 (2004-11-10 18:38:09)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곳의 글이날로 제밌어 집니다.
정말 재미납니다.
어쩜 그렇게 글재주가 좋으신지..
남편과 한바탕웃고 갑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즐거운낚시 (2004-11-11 08:55:11)

"쥐기는데 있다" 카모 안넘어 오는 낚시꾼 못봤습니다...ㅎㅎㅎ

(2004-11-15 11:51:32)

낚시금지구역 조행기는 경붕사에 올리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경붕사 규정상 낚시금지 구역 조행기는 무조건 삭제되지만 허치리님의 해명 답글이 있어서 그대로 두겠습니다.
오해하시는 회원님들 있으시면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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