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나서고 싶다."
황 인숙 詩 비.
저처럼 나도 누군가를 찾아나서고 싶어서인지, 기대 아닌 기대를 빗속에서 꿈꾸고 싶어서인지 이른 새벽 그 언제보다도 나는 분주했다. 이렇게 새벽은 설레임으로 충만해 온다.
분명 어젯밤의 오늘은 햇살이 비치는 맑음을 꿈꾸었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오늘은 "가랑비가 실바람에 실처럼 흩어져 땅을 촉촉히 적시는 아침.." 그런 아침이었다.
이런 우중출조의 즐거움을 무엇에다 비유할수 있으랴 ?.
물가로 향하는 나의 길은 비를 가르는 윈도우브러쉬의 움직임마져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첫눈에 들어오는 하늘바람지의 풍경..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류 시화 詩 물안개.
하늘 아래 자욱히 내려 앉아 바람에 휘날리며 이내 부서지는 물안개..
물안개 자욱한 하늘바람지에서의 나의 하루는 이렇게 햇살 없는 아침을 맞이하였다.
이틀동안 내린 비탓인지 물색은 적당히 흐렸으나 손을 적시는 물의 차가움과 밤새 불어난 수위는 힘겨이 겨울을 난 붕어들을 깊은 물속으로 향하게 하였다.
연신 물안개 가르는 헛챔질로 딸기향 가득한 떡밥을 던져 보았지만 고요한 수면에 내려 앉은 찌는 언제나처럼 미동도 않다가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파르르 떨뿐이었다.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며 가랑비에 젖고 행복에 젖어 들었다.
어느새 시계바늘이 12시를 향하자 비가 그치고 바람도 멎어 허기를 라면으로 채우고 대를 걷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연못으로 이동하였다.
도착하여 인사도 건네기 전 버려진 양심으로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제방 모퉁이에 다시 대를 드리우니 찌가 서기도 전에 달려드는 피래미, 피래미를 극복해야 붕어가 온다는 말에 던지고 또 던지기를 계속.. 오랫만에 가졌던 피래미와의 邂逅도 반가움이 아닌 지겨움으로 느껴질 때쯤 또다시 대를 접고 아니온듯 다녀가기 위해 버려진 양심들을 한주먹 쥐고서 일어서야만 했다.
오는 길에 중리에서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다시 찾은 예곡지.
얼마나 붕어가 그리웠던지 옷이 물에 젖는 것도 아랑곳 않고 상류 냇가를 첨벙첨벙 건너니 누군가 반가이 나를 맞이하였다.
예곡지에서 만난 낙향선배님.. 뜻밖에 만남이라 미처 반가움도 전하지 못하고 짧은 안부를 뒤로한채 먼저 일어서셨다.
잠시 후 하늘을 치솟는 찌오름에 멍하니 바라만 보다 정신을 차려 다시 떡밥을 달아 던졌다.
서서히 찌가 안착하는가 싶더니 다시 오는 찌오름.. 여유로운 챔질에 여유로이 끌려오는 붕어가 얼마나 반갑던지 한참을 바라보다 놓아주었다.
연이어 6치 두마리를 더하고 무심코 바라본 무덤옆 산자락의 제비꽃, 그 사이로 자라난 다래를 뽑아 가득 머금었다. 입안 가득 고향의 香이 느껴지더니 落鄕의 그리움이 노을처럼 성큼 밀려온다.
父子의 탯줄 끊은 땅 내 고향 어은골, 그 곳에 홀로 잠들어 계신 나의 아버지.
눈시울이 젖어들기전 급히 자리를 일어나 집으로 향하였지만 마음은 落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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