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나를 찿아 떠나는 이 길.
또 나를 버리고 오는 이 길을 오늘도 떠난다.
새벽 별 그림자 헤치고 도착한 저 여명의 물안개 감싼 갈대빛 물결,
골자리에서 붕어와 즐거운 해후.
응달에 바람이 부니 춥다... 손도 곱아지고 해서 햇살이있는 제방쪽으로 이동.
곧 청소시작한다.
나는 주위만 대충, 조우는 물 속 쓰레기며 담배 꽁초에 두봉다리 채웠다.
좀 전과 찌맟춤이 또 다르다. 무겁게 무겁게... 좀처럼 맞질 않는데
옆의 조우는 연신 낚아내고 있다. 청소 열심히 하면 붕어도 반기는구나~~
"바늘 뺀다고 손에 물집생겻다."
조우의 미운 말을 들으면서도 찌는 나를 멍청히 바라보고 있다.
물결이 또 일렁인다.
전에 좋아했던 하이네의 글이 생각난다.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이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 . . . . .
고기를 낚는 사람
돌을 던지는 사람...?
내 마음에 돌무더기 '퐁당'하는 저 사람은 내 친구인가..
돌덩이 처럼 무거운 찌가 반 마디 움찔거린다.
'앗싸, 조금 더 올려...' 더 이상 오를 기미가없다
"더 이상 못참겠다." 토끼 근성 발휘, 강하게 챔질...
어잉? 바늘에 걸려 올라온건 삭은 쓰레기...
아, 청소를 건성건성 했더니 좀 도 하라는구만...열심히 해야 합니다(ㅋㅋ)
다시 찌맟춤하여 시간은 흐르는데...
"낚싯대 치워주라" 조우넘이 대를 세우며 소리친다. 얼른 대를 들고 옆으로 비켜나니
이게뭐야... 30미리미터 되는 놈을 일부러 내 옆으로 밀어낸다.
"골고루, 여러가지 잡고있구먼..."
찌불 꺽어 놓아도 옆집은 잔치, 여기는 절간이다.
한 마디도 못 올리는 찌를 보고 챔질. 드디어 몇 시간만의 한 수가?
반갑게 딸려 나오던 놈이 <메롱>하고 돌아가버린다.(실력을 감추려 역시 청소 탓...?)
점점 더 추워지고 입질없는 나는 덜~덜~덜~ 떨면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바늘 뺀다고, 물집 생긴다고, 팔운동 열심이던 조우가
"아! 생골이 아프다" 하며 머리를 짚는다.
"그만하는게 어떠냐"는 조우의 말에 "좀 더하지"하며 손이 먼저 대를 챙긴다.
('나는 쌩~골이 아프다, 요놈아')
새벽 미명의 물가에 또 하루가 덮히고,
내일의 같지만 다른 모습을 준비하는 저수지 어둠을 뒤로하며
귀가하는 따뜻한 차안, 전에 좋아하던 하이네의 또 다른 오월이 생각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병상에 계시는 님들 속히 쾌차하시고,
모든님들 풍성한 5월 되십시오. 어복도, 행복도, 청소도...(할게 없으면 더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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