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합천호에서의 충격은 오랬동안 가시질 않았다.
종횡 투척하는 릴꾼과 주위의 수더분한 분위기도 그렇다지만
낮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쉬지않고 쑤셔대는 피래미에게 먹이를 다 뺏기고
심지어 비상전투 식량인 감자까지도 그 놈들이 싹쓸이했다.
그렇게 밤 새도록 한 마리 붕어 얼굴을 보지 못 한 여파는
다음, 그 다음 조행에서도 계속되어, 여전히 빈 공간만을 붙잡게 된 나는
차츰 내 자신을 부여안고 끙끙 않게 되었다.
옥천지,달창지,범곡지,어병지,국계지...답곡지,소태지,이천지,대산수로.하동호는 구경만...
그러면서 꼭 차에 실려오는 건 쓰레기 봉지와 순간 이동을 하여 고향을 잃어버린 개미들.
국지성 호우에 물에 불은 대와 함께 엉금엉금 기면서 귀가하던 날은
"밥이라도 먹고 난 후라 다행(?)이다"며 눈 흘기는 전속부관의 가시에 존심이 무너지더니
조급해진 마음 탓에 쓸데없는 상념만을 널어놓고 몸만 빠져나온 날 이후에도
여전히 그 붕어는 행방이 묘연하고 나는 그 넘을 잊지 못해 이리저리 부르며
수소문 하다가,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에 덜컥 소식을 주워 들었는데,
찬찬히 들어보니 그것은 바로 나의 행적이었다.
바람에 물결이 휘청이던 그 날은 채비준비도 안되고 하더니.
한대에는 새로운 바늘채비를 시도하다가 수심 깊은 곳 피라미가
합천호의 하루를 연상시켜주어 허허 웃게 만들고, 다른 1대는 찌고무에 끼우기 전 날나리가
빠져 날나리 없는 새우찌가 원줄에 매달리게 되고, 또 한대는 먼저 편 대와 '원줄 꼬이기 놀이'
로 시간을 보냈다.
천천히, 차근 차근 나를 다스려 나가는 방법만이 남아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다시 체험하면서...
모기향을 피우고 나서도 찌불들은 열번 중에 두 번 정도가 정열될 뿐이고
그 중 한 번만이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를 내는데,
그것은 헛 챔질...
바람 한 번에 깊숙이 피어오르는 녹색 향의 강열한 색채는
지금이 어둠속에, 나만의 공간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있다.
잠간씩 잠잠해지는 수면은 바람 후라서 그런지 거울 같은 모습이고 거기에 나타나는 글자는
"명령 또는 파일 이름이 잘못되었습니다." 이거나
수정 후에도
"로그인 후 사용하십시오."만 연속된다.
바람 한 번 불 때마다
말갛게 지피지는 노을빛이여
그대는 생명일지라
일생에 몆 번없는 정열일지라
새벽 미명에 맞춰
한 드릅 향을 다하는 원이여
그것은 잉태일지라
아무런 이유없는 시작의 흔적일지라
밤새도록 가슴을 떨며 지새는
작은 샛별의 속 눈섶 같이
내 마음 깊은 속을 헤비는
그것은 어둔 물 속 산(山) 그림자
마침내
풍경소리에 흩어진
더 태울 것 없이 지나간 시간처럼
또 다시 지워지는 새벽 그림자.
이런 글도 만들어보고, 진례의 독모(독한 모기)한테서는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모기떼가 나갑니다 찌르르르릉
저기 앉은 저 태공 조심하셔요
북박북박 끊다가는 괴롭습니다.
이렇게 공습을 받았다.
나에겐 소금보다 짠 소태지에서는 밤새도록 배수중에 새우물고 올라온
참으로 입크고 기특한 4치와 입술 두께도 재보고, 캔 옥수수에 환장을 하는 9센티의
이천지 붕애도 만났다.
무지막지한 베스가 배지를 내 보이는 수로의 밤이슬을 맞을땐 “이슬이”가 옆에 있었고
고향 맑은 물가에서는 오늘을 갈망하던 무덤속 주인공들과 머리털세우기도 하면서
점차 복구 되어가는 나를 발견할 수있엇다.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내 조근만 집에, 그 동안 할머니댁에 있다 개학날 부랴부랴 숙제를 하는
이제 나 만큼 큰, 6년 후 월척(20세 성인)이 되는 머시마가 인사를 한다.
얼마 전에 만난 “6년 후 워리”와 빵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귀뚜라미 우는... 그래, 가을 초입에
내 눈 앞에 나타나는 글자.
“로그인 되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