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할아버지' 최기철 박사
민물고기 연구를 위해 40여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물고기 할아버지' 최기철(92ㆍ서울대 명예 교수) 박사가 지난 22일 노환(老患)으로 별세했다. 최 박사는 국내 생태학의 개척자로, '한국의 자연 - 담수어 편'ㆍ'민물고기 이야기' 등 30여 권의 저서를 펴내는 한편, 어린이들을 위해 수많은 강연회 및 체험 학습 기회를 마련해 주는 등 생태계 연구ㆍ보전 활동에 앞장 섰던 '자연 지킴이'였다. 소년한국일보는 지난주 서울 관악구 신림본동의 최기철 박사 자택에서 '명사와의 만남'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박사는 인터뷰 내내 건강한 목소리로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고강조하며, 온 국민이 함께 생태계 보호에 앞장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물고기를 따뜻한 가슴 속에 품고 한평생을 살았던 최 박사의 생애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싣는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생태계에서는 인간(人間)도 살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 숨쉬는 데 기초가 되는 물ㆍ공기ㆍ흙 등이 날로 오염되고 있어요.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는 모두 150여 종이지만, 최근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20여 종에 이르는 물고기들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최기철 박사는 '인간과 자연은 공동 운명체'라고 말하며,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멱을 감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강조했다.
최 박사는 1910년 10월 16일 대전시 외남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전보통학교 시절에 만난 가미타라는 일본인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난 다음부터생물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경성사범에 진학한 최 박사는, 이 학교에서 다시 가미타 선생님을만나 생물학을 배웠다.
최 박사가 민물고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63년 무렵이었다.
최기철박사는 누구?
1910년 충청남도 대전에서 출생 1931년 경성사범대학 연습과 졸업 1931년~1937년 순천공립보통학교 교사 1946년~1947년 충주사범학교 교장 1948년~1975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1963년~1965년 동물학회 회장 1963년~1972년 문화재 위원 1976년~현재 한국담수생물학연구소 소장 1979년~현재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 1989년~1994년 진도견혈통보존협회 회장 1993년~현재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 "비행기로 대관령을 넘다가 문득 '물고기들은 어떻게 산맥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설악산 계곡을 3 년 동안이나 누볐습니다."
최 박사는 이후 1 년 중 6 개월은 야외에서 생활하며, 물고기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참종개ㆍ동사리 등 10여 종의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하고, 서호납줄갱이ㆍ종어 등 2 종의 특산 물고기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 박사는 특히 30여 년 동안 채집한 열목어ㆍ황쏘가리ㆍ어름치 등의 천연 기념물과 각시붕어를 비롯한 한국 특산 물고기 41 종 등 총 147 종 20여만 점의 물고기 표본을 제작, 한국 담수어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남겼다.
또 최 박사는 민물고기를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민물고기 한 잔치'와각종 강연회 등을 잇달아 열어, 어린이들에게 물고기의 생태와 수질 오염및 환경 보전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데 힘썼다.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나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등의 용어는 어렵지 않습니까? '버들치가 살면 1급수, 피라미가 사는 물은 2급수, 붕어나메기가 살고 있으면 3급수' 하는 식의 생물 지표로 나타내면 이해가 빠를것입니다." 최 박사는 "환경 오염 정도를 판단할 때는, 물고기를 보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밝힌다.
"많은 어린이들이 '파브르 곤충기'나 '시튼의 동물 이야기' 등은 알면서, 정작 우리 나라 동ㆍ식물의 생태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지요. 이 같은 사실이 저는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민물고기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 30여 권을 펴냈지요."
최 박사는 "이 가운데 전국 각 시ㆍ도에 분포된 민물고기의 생태를 담은총 8 권의 '담수어 생태 시리즈'는 정말 소중한 자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강연이나 생태 체험 활동도 많이 펼쳤지요. 이 다음에커서 송사리를 연구하겠다는 어린이를 보며 나는 '한국 과학의 미래가 매우 밝다'라는 생각을 했지요." 최 박사는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보면 절로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 박사는 한국 과학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올해 노벨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로 일본 학자들이 선정되었지요.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낸 일본은,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매년늘려 가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 박사는 "우리 나라의 경우, 기초 과학을 지망하는 학생 수가 갈수록줄어들고 있다."고 밝히며, "이제는 국가가 기초 과학 분야의 지원에 적극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통스러울수록 용기를 내자'라는 좌우명을 한평생 마음 속에 담고 살아 온 최 박사는 "이제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합니다. 그러나 환경과 민물고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민물고기에 대한 끝없는 참사랑을 표현했다.
생물 지료란?
기준 되는 동식물 통해 환경 생태 측정하는지표
생물 지표란, 일정한 환경에서 기준이 되는 생물을 통해 환경 상태 또는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의상황을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생물이란 한정된 환경에서 이동이 없고, 비교적 분포 지역이 넓으며, 오염피해에 민감하게 반응해 환경에 변화가 생길 경우 빠르게 영향을받는 생물을 뜻한다.
따라서 생물 지표는 환경 오염에 대한 생태계의영향을 평가하는 지표로 이용된다.
물리ㆍ화학적 오염 측정 방법이 특정 오염 요소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복합적인 오염에 대한 종합 평가가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생물 지표 가운데 측정 생물이 동물인 경우지표 동물이라고 하며, 주로 수질 오염을 측정하는데 이용된다. 예를 들어 열목어ㆍ버들치ㆍ금강모치 등이 살고, 바닥의 돌 밑에 하루살이류 애벌레가 많으면 1급수이다.
2급수는 비교적 맑고 냄새가 없는 물로, 갈겨니ㆍ피라미 등이 서식한다.
뱀장어ㆍ붕어ㆍ미꾸리지ㆍ메기 등이 살고 물이황갈색을 띠면 3급수, 실지렁이만 겨우 살 수 있는 썩은물은 4급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표 동물뿐 아니라 지표 식물도 환경 오염, 특히 대기 오염을 측정하는 데 이용된다.
대표적인 지표 식물로는 들깨가 있는데, 이산화황과 접하게 되면 잎 가장자리부터 연한 흑색 반점이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잎 전체로 번져 나가 흑갈색으로 바뀌게 된다.
또 오존과 접할 경우에도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들깨 이외에도 깨꽃ㆍ곰솔ㆍ배나무 등이 생물 지표로이용된다.
/정석만 기자 smjung@hk.co.kr 소년한국일보 200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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