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외 지역 낚시다녀 온 이야기 적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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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바라기 (2003-12-05 13:58:55, Hit : 2663, Vote : 164)

해창으로 가는 길(1부)

어젯밤 밤새 소풍전날 증후군에 시달려 뒤척인 잠자리로 그리 개운치는 않다
오늘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창만 기행일이다
며칠 전 동행 제의를 받고  “여행 삼아 가봅시다”라고 흔쾌히 동의 하였으나
올 가을 우리 경붕사의 뜨거운 감자를 직접 만져 보는 것이 그리 가벼이 여겨짐은 아니다
엄청난 스케일과 박진감 넘치는 스릴로 해창병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그 곳에
대한 기대가 청룡열차를 줄서서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그 설레임과 두려움이 아쉬움과 따스함으로 변하는 기행을 매끄럽지 못하고 둔한
글로 옮겨봅니다

12월 3일
오전 11:00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동행할 분들이 두 분 벌써 와 계신다
미안타님 그리고 오뚜기님
잠시 준비한 각자의 채비를 얘기하고 서로 가진 정보를 나누며 담소 나눌 때 목탁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우리 주지님도 바삐 도착 하신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경붕사 전용버스(?)에 올랐다

오후 12:30
나를 빼고는 일행들이 해창과는 일면식이 있는 분들이라 솔깃하고 갸웃한 정보와 무용담을 재밌게 주워듣고 또 다같이 주지님의 프린터도 돌려 보며 소담 나누다 보니 금새 순천이다
일반 정식식당 아니 기사식당 같다는 느낌이 드는 유명하다는 진달래 식당
1인당 5,000원
일반 정식처럼 양은 오봉에 기본 찬을 올려서 한 상을 주고 나머지는 뷔페식으로 먹을 만큼 가져다 먹는 시스템이다
여린 배춧잎과 곰삭은 젓갈
비계까지 달려 침이 도는 돼지고기 수육
잘 익은 김치로 발그랗게 끊여 놓은 김치볶음
갖은 양념으로 구미 돌게 볶아 놓은 양념불고기
호박죽 탕수육 김밥
여섯 가지 정도가 무제한 제공 된다
하나씩만 맛을 봐도 금방 배가 두둑해질 정도로 푸짐하나 주가 되는 음식이 없고 그렇게 맛이 뛰어나다는 생각도 없으나 뱃골 큰 사람은 무지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오후 03:30
순천에서 상점 들러 먹거리 사고 새 국도가 개통되지 않아 꼬불꼬불 요리조리 아래로 위로 한참을 달렸다
“찌바라기님 여기가 해창만입니다”
“헉”
“주촌 보다 확실히 다섯 배는 넘지예!”
“ㅋㅋ”
큰 규모도 놀랍지만 낚시꾼이라 먼저 보이는게 낚시할 상황이다
숫제 이건 파도에 가깝게 보이는 물살이 내 둔한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30cm 파고다
제방 포인터로 내려서니 릴 치는 사람 두 분이 한 발 앞서 주요 포인터에
도합 30대 가량을 포진 시킨다
자리가 없다!
일행 세 분은 초행길이 아니라 쉽게 자리를 잡았으나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한 모양이다
나는 원래 낚시가 잘 안되어도 편하고 쉬운 자리를 잡는 스타일이라 쉽게 자리를 정하지 못했다

오후 04:00
실례를 무릅쓰고 조금은 뒤로 물러난 움푹한 곳에 긴대를 편성하리라 맘먹고 전을 폈다
2.4 2.8 3.2 삼총사다
경붕사에서 얻은 많은 정보(떡밥배합, 채비, 포인트)를 토대로 낚시를 해보려 하였으나
먼저 포인트는 물 건너갔다
떡밥은 내가 평시에도 즐겨 쓰는 데로 밑밥은 신장 그리고 미끼는 딸기로 단촐한 상을 준비했다
“고기 맘이지 뭐!”
채비는 새우낚시에 쓰던 2.5호 원줄로 바꾸고 바늘(붕어 다이찌 6호)과 목줄(금강합사 0.6호)은 원래 쓰던 대로 해 보기로 했다
찌 맞춤은 영점이나 마이너스를 염두에 두었으나 현장 여건이 높은 물살과 빠른 물 흐름으로 가벼운 표준맞춤 그대로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평상시와 별반 다른 게 없다

오후 05:00
높고 빠른 물살로 낚시가 불가능하여 일행과 어두워지기 전에 요기부터 서둘렀다
식사 당번은 또 미안타님이 미안케 적극 준비하셨다
집에서는 숟가락도 되지 않을 성 싶은 해물탕(조금 맛이 갔음)과 번데기로 반주까지 곁들여 맛있게 먹으며 물살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여섯시가 조금 넘으니 물살은 10cm 내외로 진정기미를 보이나 흐름은 여전하다
주체 못 할 의욕으로 일행은 진지로 향했다

오후 07:00
꾸준히 집어를 병행하며 물살 속에서 찌바라기를 열중하던 중 오뚜기님이 다급히 부른다
“찌바라기님 뜰채!”
뒤도 안돌아보고 뜰채를 들고 뛰었다
30미터 정도의 가파른 제방을 후레쉬도 없이 후다닥 뛰었다
대를 잡고 있는 오뚜기님의 힘겨운 줄다리기와 상기된 표정이 즉각 대물임을 확신하고 랜턴을 집어 들어 놈의 주둥이를 노리고 뜰채를 갖다 댔다
쉽게 보여 줄 리 없다
두 번의 헛 뜰채질 후에 놈의 머리가 뜰채 속으로 빨려듬을 확인 후 뜰채를 살포시 들며 끌어 당겼다
제방 석축의 날카로움과 반밖에 들어가지 못한 대물 때문에 물밖에 나오는 순간 싸구려 민물뜰채는 부러지고 겨우 뜰채 망을  끌어 잡고 들어냈다
주지님의 디카 후레시는 연신 터지고 오뚜기님의 기념 촬영까지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끝났다
나와 주지님은 자리로 돌아와 전의를 불태우며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미안타님은 오뚜기님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 7:30
대물잉어를 보고나서 원줄을 바꾸지 않은 2.8대를 은근히 걱정할 즈음 찌들이 물살 때문에
두 마디 넘게 들락날락 반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4대 찌가 세 마디가량 솟은 채로 가만히 있다
물살에 찌가 떠올랐나? 아님 혹시?
반신반의하며 챔질을 강하게 했다
덜컥!
피웅 핑
얼마나 듣기 좋는가!
30cm가량 묵직히 올라오다 힘차게 피아노 소리를 내며 옆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대를 두 손으로 모아 쥐고 가까이 있는 주지님을 불렀다
30초 가까이 실랑이를 벌일 즈음 어느새 달려온 미안타님의 뜰채로 안착 됐다
오뚜기님 것 보다 10cm는 모자라 보인다
아까 올렸던 오뚜기님의 대물과 유사하게 체고가 잉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수염만 없으면 체고는 향어나 붕어에 가깝다
금방 술렁이던 제방은 조용해지고 물살은 조금 더 안정되어 간다
....
입질도 물살처럼 조용....

오후 09:30
낮부터 계속되던 북서풍이 초저녁 잠시 주춤하더니 9시를 넘기자 또 기승을 부리기 시작 한다
라면으로 악조건 속에서의 추위와 무료함을 달랬다
월요일부터 줄곧 계시던 부산 노조사님의 조언은 오늘은 황이란다
그 분은 이미 이 해창만을 잘 아시는 듯 8시쯤 텐트로 철수하셨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집중하려 하였으나 울렁이는 물살과 추위가 살 속을 파고 든다
건너편 멀리 보이는 산세가 바다낚시에서 배를 타고 돌아올 때 쳐다보이는 포구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낯설다
대물을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뭔가 허전하고 꼭 외도를 나온 느낌이다

오후 11:00
아직 나이탓으로 돌리기엔 아직 멀었는데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쉬었다 합시다!”
일행들에게는 이번만은 실패하지 않겠다는 부담감이 찌를 놓지 못하게 하는가 보다
미안타님은 대물잉어 주문에 채우려면 다섯 마리는 해야 체면이 선다고 하고 주지님은 보살님의 “외박까지 하면서 두고 보자!”는 말이 걸리나 보다 *^^*
오뚜기님은 원래 잘도 견딘다
아버님 고아 드릴 놈도 살림망에 들었는데 주지님 집안 평화를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가락 (2003-12-05 14:09:49)

수고와 재미 많으셧네요.
2부 막 올려 주세요~!

민갱물짱 (2003-12-05 14:13:29)

>
> 요즘같이 이어려운 시기에
> 힘이 넘치는 화이팅 장면이 마치 영화를 보는것같이 머리속을 스칩니다.
>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안출 즐낚하세요..
> 중리에서 서정석드림

청마 (2003-12-05 14:27:29)

찌바라기님!
대단한 조행기 입니다.
이렇게 긴 글이 1부 라니...
읽는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 읽었습니다.
마치 같이 동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상세한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붕어 (2003-12-05 14:38:21)

찌바라기님 수고 마니 하셨어요

으라차차 (2003-12-05 14:39:20)

ㅋㅋㅋ
사평님의 외박의 결과는....
집에서 퇴출된건 아니죠?

뽕애 (2003-12-05 15:53:59)

운제 고아묵시미꺼
고울땐 참지럼 반빙 잊지마세요 ㅋㅋㅋㅋ
실감나는 조행기 재밋게 잘읽고 갑니다.

하고재비 (2003-12-05 16:32:19)

부러움 만땅

꾸벅

일소일소 (2003-12-05 17:07:59)

재미있게 쓰신조행기 잘읽었습니다
추운날씨에 고생들 하셨네요
같은 값에 다홍치마였으면...
그리고 제가보기에는 해창만이 주촌지보다 다섯배보다도
좀더 큰것같이 보이든데요... 내가 잘못 봤는지?
건강하십시요.

양희명 (2003-12-05 18:22:20)

바쁜 시간 짬 내어 멀리 가셨는데......
역시 해창은 날씨입니다. 날씨만 좋으면 대물잉어를 팔이 아프도록 잡을 수 있고
아니면 꽝에 가까운 정도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맛은 쬐끔 보셨네요.
다음에는 분명 대물잉어를 보실겁니다.

차이장 (2003-12-06 01:19:36)

같이 동행한듯한 착각에 눈을 땔수 없었습니다.
수고 많이 했구요.
늘 건강 하십시요.

태공 (2003-12-06 07:03:58)

고생이 많으셨네요.
건강 하십시요

송애 (2003-12-06 10:59:56)

2부 볼라다가 1부 부터 봅니다
긴글 쓰신다고 고생 하셨습니다
2부 보로 갈랍니더

임채복 (2003-12-06 11:49:12)

아!
해창만.................

최종철 (2003-12-06 15:20:36)

추운날 고생하시구 전 앉아서 편안히보고 정말 죄송합니다, 아! 그래서 해창만이구나 하는걸 느끼겠습니다 추카 드리구요 2부봐도 되지예?

(2003-12-06 19:38:36)

1부, 2부 도합 합쳐서 4번 읽었습니다. 멋진 조행기 감사드립니다.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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