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다슬기는 어디로 갔을까
“불과 10년전만해도 해질녘이면 냇가에 다슬기를 잡는 아낙네들로 꽉 찼는데 이렇게 오염이 심하다니…”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가 고향이라는 김모(68·진주시 봉래동)씨는 지난 5일 어린이날에 가족들과 고향 냇가에 놀러갔다가 신등천의 오염상태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5일 산청군 신안면 문대교에서 차황면 소재지까지 신등천에 대한 오염실태를 취재했다.
먼저 문대교 주변에는 뿌연 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하천바닥에는 폐가구, 스티로폼 등 생활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마을주민들의 환경의식을 대변하고 있는듯 했다.
하천둑에는 폐비닐, 농기계 기름통 등이 버려져 있고 각종 철골재들도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주민 박모(57)씨에 따르면 “불과 몇년전만해도 이곳에서 고기도 잡고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기는 냇가였는데 요즘은 오염이 심해 고기를 잡기는 커녕 보기도 힘든지경”이라고 말했다.
문대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 문대낚시휴게실이 영업중에 있는데 이곳에 오수처리시설이 있어도 처리안된 오수가 도로주변으로 새어 나오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곳의 비닐하우스단지에는 농수로 옆에 퇴비가 야적돼 있어 악취를 심하게 풍기고 있었고 진물이 그대로 흘러내려 농로를 타고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강둑에는 시커멓게 쓰레기 소각흔적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데 타다남은 폐비닐 등이 달라붙어 있고 누렇게 녹슨 폐농자재가 아무렇게나 야적되고 있어 신등천의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또 이곳에는 물막이 보가 설치돼 있는데 각종 생활쓰레기들이 보에 걸려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물속 자갈에는 퇴적물이 달라붙어 물속에 손을 넣어 돌을 건져올리자 곧바로 흙탕물이 일어났다.
인근에는 톱밥을 이용한 퇴비공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톱밥이 썩어 생기는 진물도 도로옆 수로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어 오수처리 시설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문대에서 2㎞ 정도 상류에 위치한 소이마을 뒷편 냇가에는 골재채취 기계로 보이는 대형 시설물들이 강바닥에 녹슨채 방치되고 있어 이것들에 대한 처리가 요구되고 있다.
마을주민 신모(64)씨는 “냇가에 몇년째 기계들이 방치되고 있다”며 “몇번이나 치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도대체 행정기관에서는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신등면 소재지인 단계리입구에 이충무공 유적지가 소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으나 이곳에는 하수구 악취같은 냄새가 풍겨나오고 있다. 정돈된 하천에는 돌다리도 설치돼있긴 하지만 수질상태는 엉망으로 보였다.
물속에 생활오수 퇴적물이 수십㎝가 쌓여 도구를 이용해 끌어올리자 검은 퇴적물에서 구토를 일으킬만한 악취가 나와 생활오수로 인한 하천오염의 심각성을 알려주는듯 했다.
바로 위쪽에 가로·세로 2m가량의 콘크리트관을 통해 마을에서 배출디는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었는데 이곳에도 심한 냄새를 풍겼다.
단계마을 뒤편 하천에는 여기저기 쓰레기 소각흔적들이 남아있고 일부는 아직도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또 하천바닥에 폐냉장고 등 상당수의 생활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어 마을단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버려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모(71·산청군 신등면 단계리)씨는 “신등천이 오염되기전에는 이곳에 소나 염소 등을 방목하면서 아이들은 물놀이도 하고 고기를 잡으면서 보낸 동네놀이터였다”며 “요즘은 빨래도 못할 정도로 물이 더러워져 겨우 농업용수에 쓰일 정도”라며 안타까워 했다.
신등면 사계리에도 하천주변에 퇴비더미가 야적돼 있어 진물들이 하천으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몇몇 농가에서는 퇴비를 빨리썩게 하기위해 퇴비에 물을 뿌리고 있어 주민들의 환경의식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가름케 했다.
사계마을 뒷산에는 사슴목장과 젓소목장이 자리잡고 있고 산청읍으로 넘어가는 산중턱에는 건설기계주차장이 넓다랗게 개발돼 있는데 이곳에는 건설기계는 한대도 없고 생활쓰레기들만 쌓여있는 실정이다.
신라시대 천년고찰 율곡사가 위치해 있는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 이곳에는 10여년전만해도 농한기에는 마을앞 냇가에서 마을주민들이 물을 막아 메기 등 물고기를 잡아 동네잔치를 열 정도로 깨끗한 수질상태를 보였는데 상류지역 농업용수댐 건설 등으로 뿌연 황톳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고기잡던 시절은 까마득한 옛 추억속의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신등면 고마정마을 앞에는 농업용수댐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 댐을 막아 신등면 일대의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으로 댐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댐이 완공되면 하류지역으로 흐르는 수량 부족으로 오염이 가속화될 우려 마저 안고 있다.
신등면과 차황면의 경계지점의 자연발생유원지, 이곳에는 오염이 되기전까지는 물이 맑고 깊어 다슬기를 잡던 아낙들의 익사사고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오염이 심해 물에 발 담그기 조차 꺼릴 정도다.
이곳에서 차황면까지는 유량이 매우 적고 오염도 심했다. 마을이나 들녘단위로 물막이 보를 설치해 곳곳에 폐비닐이며 생활쓰레기들이 산재해 있어 상류지역으로 올라 갈수록 오염도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을단위의 오수처리시설 설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지역 등은 청정지구로 지정돼 오수처리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반해 진양호 유입하천들의 지천주변에는 대부분 오수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아 생활하수나 축산폐수들이 처리되지 않고 각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어 결국은 진양호의 오염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여 환경정책차원에서 마을단위의 오수처리시설 설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홍구 기자 <rednine@gnnews.co.kr> 경남일보 200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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