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을까?
공중에 나는 새들과 그 밑에 사는 자연세계의 동물들을 보라. 그들은 인간보다도 지능이 현저하게 낮으면서도 수 만년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자연재해의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생존법을 터득했다.
예를 들면 동물들은 홍수가 빈번히 발생되는 범람원 지대에 집을 짓지도 않으며, 지진이나 화산폭발이 예상되면 다른 곳으로 대이동을 한다. 그러나 도시문명을 꿈꾸는 영특한 우리들은 지칠줄 모르게 자연의 몸 (나무, 숲, 물, 토지등)을 발가 벗기고 자연의 몸속 (석유, 가스등 광물자원)을 샅샅이 파헤쳐 도로를 만들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고 생활에 편리한 도구들을 만들어 낸다.
자연은 자신의 몸이 상처나고 파괴 되었어도 우리가 일정한 시간을 주기만 하면 자정작용을 통해 원상태로 자신을 복구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 세계는 자연에게 복구할 시간을 줄 정도로 미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세계의 각종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의 경종에도 아랑곳 없이, 우리 한쪽 편에서는 생태계 파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바로 미 공병대가 루지애나주에 있는 뉴올리언즈시와 베이톤 루지시등의 중심도시들을 자연환경이 일으킬 수 있는 재난으로 보호하기 위해 수개의 댐과 인공 채널을 만들고, 십수미터의 높이와 천킬로 이상의 방대한 길이로 인공제방을 쌓으며 지난 수 십년 동안 벌여온, 미시시피강 (아메리카 인디언어로 ‘위대한 강’) 옆으로 흐르는 애캐팰래야(Atchafalaya: 아메리카 인디언어로 ‘기다란 강 ’)라는 강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에 관한 것이다.
자연과 인간과의 충돌의 결과로 발생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이 실제 드라마는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몇 년전 시화호 개발을 통해 환경을 파괴한 댓가가 얼마나 큰지를 이미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다시금 똑같은 댓가를 치러야만 할 새만금개발을 탁상행정을 바탕으로 내놓은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론자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이 글을 싣고자 한다.
루지애나주는 서쪽으로는 텍사스와 동쪽으로는 알라바마, 그리고 북쪽으로는 아칸소주와 인접해 있으며, 중부 전역을 북에서 남으로 휘감고 내려온, 그 길이가 무려 천육백이십킬로미터인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미시시피강에게 강어귀를 제공하여, 그 강물이 멕시코만을 빠져나와 대서양으로 흐르게 하는 미 중부의 남단에 위치한 인구 4백 5십만의 작은 주이다.
루지애나 남부의 대부분은 늪지대나 슾지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주의 중심도시 뉴올리언즈는 1780년경에 프랑스 정부의 도움을 받아 하층민으로 이루어진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세워진, 미시시피 강어귀에 위치한 도시이다.
또한 뉴올리언즈시는 재즈의 본고향이며, 우리의 음식처럼 메콤한 맛이 나는 케이준 푸드로 유명한 인구 5십만의 주내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다.
그 시의 주변 작은 도시와 더불어 자동차로 2시간 가량 미시시피기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루지애나주의 수도인 베이톤 루지시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 지역이 바로 루지애나주의 경제의 핵심인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원시적 자연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넓은 습지대가 있어 이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드는 관광객들과 그 습지대와 강 그리고 인근 멕시코만에 분포하는,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주말 낚시꾼들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시시피 강어귀(뉴올리언즈)로 부터 수백킬로미터를 올라가면 올드강(Old River)이 나오는데, 이 올드강은 서남쪽으로는 애캐팰래야강과 동남쪽으로 미시시피강을 서로 연결하는 수십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지류이다. 이 올드강을 따라 몇킬로미터 북쪽으로 올라가면 다시 수백킬로미터의 미시시피강 상류가 이어진다.
즉, 지도를 들여다 보면, 미주리주에서 발원한 미시시피강은 수백킬로 미터를 남쪽으로 내려와 올드강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거대한 물줄기의 일부분을 떼어네 서남쪽으로 흐르는 애캐팰래야강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다시 동쪽으로 잠깐 방향을 튼 후 다시 남쪽으로 수백킬로 미터를 내려와 육지의 끝인 멕시코만으로 연결되는 형세이다. 서남쪽으로 흐르는 애캐팰래야강에서 동남쪽으로 흐르는 미시시피강까지 멕시코만 근처에서 거리를 재보면 직선거리로 수십킬로 남짓이다.
지도를 놓고 새처럼 하늘을 날며 아래를 내려다 보면, 수백마일을 달려온 미시시피 강물의 작은 물줄기는 올드강을 지나면서 서쪽 애캐팰래야강으로 들어서고, 다시 남쪽으로 향하여 주위의 한없이 펼쳐진 늪지대를 지나, 어업을 생계로 하는 캐쥰인들이 띄엄 띄엄 모여사는 작은 마을을 거쳐서 그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바다를 만난다.
반면, 올드강을 지난 큰 물줄기는 동쪽 방향으로 잠시 머리를 틀어 남쪽 미시시피강을 따라 남쪽으로 공장지대와 발전소들이 들어선 베이튼루지시를 통과하고, 다시 그 물길이 뉴올리언즈시에 다다르면 재즈소리와 케이준 푸드의 그윽한 냄새를 맡으며 육지와 작별을 고하고 멕시코만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자연법칙에 따르면, 강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 위해서 가장 최단거리와 가장 가파른 경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개 오래된 강 일 수록 산과 같은 장애물이 없는 한, 이 자연법칙에 의거해서 처음엔 창자처럼 구불 구불하게 흐르던 강줄기가 장고한 시간과 함께 흐르면서 일직선의 형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강이었던 지역은 아예 없어지거나, 본류인 강물로 부터 차단되어 일종의 섬처럼 호수 등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법칙에 따라 1860년경부터 미시시피강은 더 많은 강물을 올드강을 통하여 애캐팰래야강으로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이로 인하여 주민의 생사와 관련된 표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즉 미시시피 강물이 올드강을 통과하여, 올드강 하류에 이르러 물줄기가 선택에 기로에 이르렀을 때, 애캐팰래야강은 자신의 오른쪽에 버티고 있는 자기 보다 힘센 미시시피강 보다 더 짧은 거리로, 그리고 더욱 더 가파른 지형을 통해 바다로 흐를 수 있게 하는 배출구를 제공하면서, 올드강 상류의 미시시피강을 수백/수천년 동안 유혹(?)해 왔던 것이다.
미국 정부가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은 만약 미시시피 강물이 올드강을 지나면서 계속해서 더 많은 물을 애캐팰래야 강으로 내보내, 결국 경로를 아캐팰래야로 바꾼다면 미시시피 최남단인 하류 지역은 위에서 내려오는 담수를 받지 못하게 되어 점점 바다에서 역류하는 염수로 채워지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즉, 미시시피강에 의존에서 수백년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베이톤루지시와 뉴올리언즈시 지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건설한 수백개의 석유화학 공장들과 정유소, 화력/원자력 발전소들에 공급해야할 막대한 양의 산업용수와 그 지역에 사는 이백만 이상의 사람들의 급수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수도 베이톤루지시와 뉴올리언즈시는 주변 소도시들과 더불어, 지대가 평균해수면보다 낮아 홍수로 인한 피해와 위험이 항상 존재해왔는데, 만약 이 미시시피 하류가 상류로 부터 물길이 끊긴다면 홍수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을 수 있음에도 자신들이 지금까지 투자한 막대한 재산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 그 생명수를 애캐팰랴야강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자연은 루지애나주의 적이 된 것이었다. 정부기관들은 올드강에서 빠져나온 물줄기를 미시시피강으로 계속 끌어들여, 베이톤루지시와 뉴올리언즈시를 살리기 위한 한가지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1953년 미시시피강 보존을 위한 위원회는 한 보고서를 통해 미시시피강이 애캐팰래야로 물줄기를 바꾸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올드강 주위에 수십개의 인공 댐과 채널 그리고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3년,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미 공병대는 물의 흐름을 통제하는 두개의 댐과 제방을 올드강에 건설하여 강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하류 미시시피강에 거의 모든 강물을 내보냄으로써, 애캐팰래야강은 이제 막힌 물길로 인해 유수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우기시에 미시시피 하류의 대도시들을 홍수위험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올드강에서부터 미시시피 강 어귀까지 만리장성과 같이 십여미터 가량의 높이로 1300킬로미터에 달하는 인공제방을 건설하여 대토목공사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973년, 1974년, 1975년, 1979년에 발생된 홍수들은, 인공제방 구조물의 일부를 파괴하여 재산과 인명손실을 일으켰고, 그 때마다 미 공병대들은 그 파괴된 것을 수리하고 나아가 더 개선된 디자인으로서 제방을 더 높게 쌓고 강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서 자연에 맞섰다.
수십억달러가 투자된 이 대규모 계획은 강물을 미시시피강 하류로 내려 보냄으로써, 두개의 대도시와 주변도시들에 건설한 산업시설과 그 주민들에게 신선한 물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거대한 길이와 높이로 만들어진 인공 제방이 강물을 제방폭의 일정한 넓이 안에 가둠으로서, 우기시 갑자기 불어난 강물은 상부에서 끌어온 토사와 자갈들과 함께 범람원 지대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제방안에 갇히게 되자,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제방안을 미친듯이 달려 내려가면서, 수천톤의 힘을 가지고 배출구를 찾아, 제방의 약한 지점을 집요하게 공격하거나 제방의 키를 훌쩍 뛰어 넘음으로서 일대 도시에 계속적인 홍수를 일으켜 큰 피해를 입혔다.
또한, 범람원 지대는 계속적으로 우기시 강물에 의해 이동되는 토지에게 요구되는 각종 영양분들을 공급해주는 토사(흙과 모래)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못할때, 지반침식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미시시피하구에 집중된 도시의 건축물과 각종 구조물들이 지반침하를 겪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미시시피강 반대편 애캐팰래야 강에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애캐팰래야강은 강물 유입량이 계속 줄어들어 그 강유역에 살고 있는 거대한 식물군과 동물군에 적절한 물공급을 하지 못함으로써 에코시스템이 파괴되는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미리 예상한 일부 환경연구가들은 그 대규모 토목공사계획이 실시 되기 이전에 “자연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부기관에게 뉴올리언즈와 베이톤 루지에 건설한 도시들을 포기하고 다가올 재난을 피하기 위해 집단 이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50-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도시의 전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데 수십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몇몇 보고서들이 예상을 했는데, 그 금액은 지금까지 미 연방정부가 재난을 막기위해 투자한 수십억달러의 토목공사 비용과 맞먹는 액수였다.
이 수십억달러 프로젝트는 처음 십년동안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거대한 물줄기를 애캐팰래야강으로 바꿀려고 하는 자연현상에 대항하여 계속해서 댐을 건설하고 제방을 쌓아 저지대에 사는 주민을 안심시키고 도시를 확장하도록 방조함으로써, 대규모 홍수사태가 발생될 경우 수십만의 인구와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위기속으로 몰아 넣었으며, 이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넘게 하였던 것이다.
사실상, 우리 인간은 산업사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가뭄으로 인한 기근이외에는 거의 자연재해로 부터 인명이나 재산손실을 입지 않았다.
일례로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천막이나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 같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이주 가능한 집을 짓고 살아왔기 때문에 홍수나 지진이 빈번한 지역에 살았을지라도 그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 (지진 같은 경우엔 현재 일년 평균 크고 작은규모의 지진이 약 오천번에서 육천번 발생하고 그 중에서 대재앙을 일으켰던 도쿄나 교토지역에 발생했던 지진의 진도와 버금가는 진도 7.0이상의 지진이 일년에 몇차례씩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1876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수백만달러에 사들이고, 이듬해 부터 페어뱅크지역과 알래스카의 수도인 주노시(Juneau)등 인근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미국의 꿈을 이루려는 백인의 집단 이주가 시작되었고, 학교와 각종 서비스를 비롯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상당수의 원주민들도 차츰 집단 이주생활을 포기하고 한지역에 머물러 자신의 집과 재산을 가지게 되면서 홍수와 지진의 피해가 시작되었다.
1964년 진도 8.6의 알래스카 대지진은 수백마일에 달하는 지역에 피해를 입혀, 특히 알래스카의 중심도시인 앵커리지에 구축한 수많은 도시구조물과 건물들을 붕괴시킴으로서 신도시를 개발해야만 할 정도로 대 참사를 일으켰다.
3년뒤인 1967년에는 그 주에서 두번째 큰 페어뱅크시에 평균 일년 강수량에 맞먹는 정도의 폭우가 단 몇일 만에 일시적으로 쏟아져, 그 도시의 95퍼센트에 달하는 지역이 불어난 물로 침수되어, 원주민을 포함한 만이천명에 달하는 이재민을 만들고, 천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최근의 새만금 개발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들끓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정부에서 결정한 사업인 만큼 친환경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도시에서 흘러 들어온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갯벌. 거기에 사는 백사장의 모래알의 수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또 다른 생명체에 먹이를 제공하는 갯벌. 그곳에 사는 어민들이 조상대대로 삶의 터전으로서 지켜온 갯벌.
과연 수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도 이와 같은 자연환경을 인간이 개발할 수 있을까마는 새만금 개발로 인한 경제적 이익(예를 들면, 갯벌을 논으로 바꿔서 일어나는 수확량)이, 이를 개발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백억원의 비용 (방제조 건설과 주민보상)보다 훨씬 크다고 장담하는, 이른바 터무니 없는 비용편익 분석을 만들어서 지역 주민을 설득하려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정부가 신음하는 자연의 입을 틀어막고 앞에 나섰다.
그 방조제를 건설하기 위한 토석채취를 위해 산허리를 파헤쳐 산사태와 홍수 등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육상의 생태계까지 파괴하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업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자연과 인간을 살리려고 애쓰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끊임 없이 국책사업등을 통해 자연을 유린해온 우리는, 결국 홍수와 환경오염 등과 같은 자연의 재앙이 도적처럼 찾아 올때, 다시금 그 댓가로서 생명과 재산을 토하듯이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억겁의 세월이 걸려 만들어진 새만금 그 넓은 갯벌로 흘러드는 물줄기를 인위적으로 틀어막기 위해 방조제를 쌓는 우리의 어리석음과, 위에 언급한 애캐팰레야강으로 물길을 바꾸기 위해 수백년동안 은밀히 준비해온 자연의 웅대한 계획을 댐으로 막고 제방을 쌓는 어리석음과 무슨 차이가 있으랴.
수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그토록 맑고 아름답던 우리의 강산이 불과 수십년만에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짓밟히고 헝클어지며 상한 몸을 뎅그러니 내놓고도 말이 없는데….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몫이 진정 초라하기만 하다. /황성남
오마이뉴스 2003-03-0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