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寫廊사랑™

(2007-04-19 11:28:07, Hit : 3257, Vote : 147)

http://www.cyworld.com/hapint

선생님과 아버지

"최은수선생님!! 학부형께서 찾아오셨는데요.."
"예? 아침부터 어느 분이?"

출근한 지 겨우 5분정도 지났을 무렵 최은수교사에게 학부형이 찾아왔다.
교사생활 7년 정도 되었지만 이른 아침에 학부형이 찾아오는 일은 극히 드문일이었는지라
그녀는 약간 긴장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초등학교 3학년 담임에게 아침부터 찾아온다는 건 좋은 일이기보다는
궂은일일 확률이 더 높았다.

그녀의 긴장감과는 다르게 교무실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온 사람은 사파리점퍼 차림을 한
말쑥하고 단정한 외모의 중년신사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예...안녕하세요." 긴장감이 그녀의 말끝을 더듬거리게 만들었다.

"아들녀석을 선생님께 맡겨 두고도 인사가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
민재 아버지되는 최수근이라고 합니다."

그의 인사나 말투가 너무 깍듯하여 그녀는 또 한 번 긴장되었다.

"별 말씀을...반갑습니다.아버님!! 헌데 아침 일찍 어쩐 일이신지요?"
"아...예...민재 녀석이 어제 좀 다쳤습니다.그래서 제가 왔습니다."
"예? 다쳐요?? 왜요? 어딜 어떻게요? 많이 다쳤나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자기 학생이 다쳤다는 말에 그동안의 긴장감은 하얗게 잊은 채 자신도 모르게 쏘아부치듯 물었다.

"아...예...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예..예.."

그녀의 다그치는 듯한 물음에 놀란 최수근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놀라 그녀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숨을 골라 내쉰 뒤 듣게 된 이야기에 그녀는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민재는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뿐만 아니라 심성도 정의롭고 고와 친구들끼리 붙여주는 칭찬스티커가 젤 많기도 하였다.

그녀는 학교에서 젤 젊은 선생님인 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녀만의 철학도 있었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학생들 누구 하나 빠짐없이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었으며 젊은 <이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반 아이들에게 가끔 숙제를 내어 주곤 했다.
공책에 열심히 암기나 해 오게 하는 그런 숙제가 아니었다.
어제도 숙제를 내 주었는데....다름 아닌 봄나물 캐어오기였다.

도시에서 봄나물을 캐 오게 하는 건 어찌보면 굉장히 어려운 숙제였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그런 숙제를 내 주었던 것이다.

민재가 어제 봄나물을 캐러 뒷산에 갔다가 실족하여 넘어지면서 돌부리에 엎어져 아랫입술이
심하게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가서 마취를 하고 3센티미터나 꿰맸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찢어진 민재의 입술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요즘세상에 그런일이 생겼으니 학부형의 거친 항의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학교에서 쓸데없이 그런 숙제를 내 줘 가지고 아이를 다치게 했느니 어쩌느니...
교사의 자질이 있느니 없느니.....눈 앞이 캄캄하였으나 그녀는 민재가 너무 걱정되었다.

"죄송합니다.아버님!! 저 때문에..."
"아닙니다.죄송하다니요?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선생님!!"

그녀는 놀란 눈으로 민재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제 자식이긴 하지만 선생님의 제자입니다.
선생님의 제자를 다치게 하고 학교에도 못 오게 하였으니 제 죄가 더 큽니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그 녀석을 낳았지만 키우고 보살펴 주시는 건 선생님이십니다.
이제부터는 선생님께서 그 녀석의 아비이자 군주이신 겁니다.
군사부일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오늘 녀석이 등교하겠다고 하는 걸 제가 말렸습니다.
마취가 풀리면서 아프게 되면 선생님의 수업에 방해도 되고
친구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니까
오늘은 집에서 쉬라고 겨우 말렸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평소에 민재녀석의 행동으로 보아 선생님의 인품을 짐작해 왔습니다.
오늘 뵈니 저도 스승을 만난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교육 시켜 주셔서 감사드리고...편애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젊은 선생님이심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많은 것들 깨우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송구합니다 아버님!! 저는 그런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민재가 그렇게 많이 다쳤는데..."

"오늘은 제가 민재녀석에게 아비노릇이나 좀 해야겠습니다.
늘 엄하게 야단만 쳤었는데....오늘 보니 대견스럽더군요.
군사부일체 중에 저만 역할을 못한 거 같습니다.
제 입술이 찢어져서 벌을 받았어야 했는데...."

"송구합니다.아버님!!"

목이 메어와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으나 그녀는 겨우 겨우 송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민재를 만나 와락 끌어안아주며 눈물을 쏟아내고 싶었다.

"이만 일어서야 겠습니다.선생님!!
귀한 시간 뺏어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 붓을 드시던....매를 드시던 상관없습니다.
지금처럼만 키워 주십시오."

기어코 민재를 보러 가겠다고 나서 보았지만 민재의 아버지는 그녀를 말렸다.
그러면서 그는 하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아버님...이게????"
"예....어제 민재녀석이 캔 봄나물이랍니다. 선생님께 내야 된다고 어찌나 고집을 피우던지..."

결국 그녀는 민재의 봄나물봉투앞에서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달 그림자 (2007-04-19 11:37:21)

좋은글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뽀빠이 (2007-04-19 11:42:36)

과연 저런 선생님과 부모님이 몇분정도 계실까요?
생각 보단 많겠죠??

아직까지는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감동글 잘보고 갑니다.

송애 (2007-04-19 11:44:19)

흘륭한 선생님과 의식을 바로가지신 아버지...
그밑에 잘자란 학생.
많은것을 생각케하는 글 ...
잘 읽어보고 갑니다.

삶의향기 (2007-04-19 11:52:29)

하아.....실제 있는 이야기 인가요....?
현실이길 바래봅니다....

애담 (2007-04-19 12:00:06)

눈물이 날라쿱니다 *^^*

자유인 (2007-04-19 12:18:23)

가슴 뭉클한 이야기 입니다.
감사합니다.

노랑붕어 (2007-04-19 12:26:46)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지민아빠 (2007-04-19 12:37:45)

눈물이 핑돕니다

미미소 (2007-04-19 13:07:47)

寫廊 합니다.

새벽물안개 (2007-04-19 13:20:25)

참교육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가슴뭉클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나무꾼 (2007-04-19 13:24:41)

옛날 저희때는 공부보다도 자연 뛰어 놀면서 배우든게 더 많았든것 같았는데,
요새 어린이들은 참 안타깝습니다.

스타 (2007-04-19 13:24:57)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눈물이 와락 솓아지려합니다
저도 저 두분의 따뜻한 마음을 배우고 갑니다.

참붕어 (2007-04-19 14:10:12)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이런분들이 계십니다~!
우리가 어릴때 엄하면서도 자상하게 가르켜주시던 그런 분들이~!!
갑자기 옛 스승님이 뵙고싶어집니다~!!!
아직도 살아계시기나 하실른지.......??????

자연사랑 (2007-04-19 14:33:35)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 입니다.
우리 나라의 미래가 보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월척의꿈 (2007-04-19 14:47:50)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참사랑이란것....그리 멀리있지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하고재비 (2007-04-19 14:56:49)

저는 선생님들에게서 좋은 기억은 없는것 같은데 ㅎㅎ
참 좋은 아버지 시네요
잘읽고 갑니다

꾸벅

건새우 (2007-04-19 15:05:15)

봄나물을 무칠 때는 참기름은 넣지 않는게 좋습니다만...

강 붕어 (2007-04-19 16:15:41)

찡~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불현듯 옛 스승님이 생각나는군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사랑님.

꼭붕어 (2007-04-19 17:22:35)

아직도 이런 분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습니다...다행히....
좋은글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운그곳 (2007-04-19 18:07:19)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푸른하늘 (2007-04-19 21:34:08)

그냥,,,생뚱맞게도 ^^
그 봉투속의 봄 나물이 무슨 나물일까 생각해 봅니다.

밴다골 (2007-04-19 22:57:50)

잘읽었습니다.
스크랩 좀 해야겠습니다.

만땅 (2007-04-20 07:36:31)

저도 웁니다.
선생님, 그리고 민재 아버지
많은 걸 깨닫게 해 주셔서 고맙습미다.

노을빛 (2007-04-20 09:12:10)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찌한마디 (2007-04-20 09:23:56)

좋은글 감사합니다... 현직에 21년째 근무중이지만....

요즘은 많이 삭막해진 느낌이 듭니다.... 많은것을 생각하게하는 글 입니다....

월향 (2007-04-20 19:00:29)

직업이 의심스런 사랑님... ㅎㅎㅎ

(2007-04-26 20:33:19)

마음에 찐한 감동을 주시는 글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책을 하나 내셔도 될만큼 글 실력이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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