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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풍폭님의 권유로 아침 마다 받아보고 있는 합포만의 아침이라는 메일링에 나왔던 글입니다.

출처: 합포만의 아침 - 대우백화점 메일링 뉴스
너무 좋아 여기에 올립니다. 낭만풍폭님 혹 저작권이 문제가 되면 자진 삭제하겠습니다.

가포 가는 길 머리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국립 마산병원이 있습니다.
애초의 이름은 국립 마산 결핵 요양소인데,
산 좋고 물 좋은 이 마산의 결핵 요양소야말로
전국에서 가장 으뜸이었습니다.
요양소의 연혁을 보면 1946년부터 개설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 결핵치료를 위한 요양 공간의 적지로서 명성을 얻은 것은
그 훨씬 전의 일입니다.
이미 1920년대 초에 "벙어리 삼룡이"를 쓴 작가 나도향이
마산과 결핵을 소재로 삼아 "피묻은 편지 몇쪽"이라는 작품을
내어 놓았습니다. 또 한국 문학사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가로
가장 명성이 높은 시인이자 평론가이며 배우기도 했던
임화는 1930년대 결핵치료를 목적으로 마산에 내려와서는
오늘날의 남성동 대신증권 터에 살림집을 마련해 놓고
산호동 출신의 아리따운 소설가 지하련과
혼인의 연을 맺기도 합니다.

또 우리들이 잘 아는 대중가요인 "산장의 여인"은
바로 가포 결핵 요양소를 무대로 해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작사가 반야월 선생이 한국전쟁 당시 고향인
마산의 한 방송국에서 일할 무렵 위문공연을 다녀온 뒤
만들어진 것인데, 그 고독한 정서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그 외에도 구상 시인, 서정주 시인이며, 함석헌 선생이며 하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문필가들이 결핵을 연으로
우리 도시 마산을 거쳐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직접 결핵에 걸려서 마산을 찾고
또 어떤 이는 그런 결핵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마산을 찾았습니다.

결핵은 참으로 한이 많은 병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하기만 했던 지난 세월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병입니다.
또 결핵은 다른 병들에 비해 참으로 낭만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각혈이라는 붉은 피와의 만남을 통해 슬픈 자아와 마주칠 수 있고,
특히 여성들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홍조 띤 얼굴이
그 증상이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왕성한 성욕의 발현이라는 욕망의 증상까지
덧붙여져 있어, 수잔 손탁이라는 외국의 이론가는 20세기의 병인
암에 대비해서 결핵을 19세기 낭만주의를 상징하는 병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에 놓이는
"백조" 동인들은 그 가입 조건으로 결핵에 걸릴 것을
명시해두고 있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마산은 결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도 그런 역사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결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가난의 역사와는 좀 무관해 보입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결핵을 앓는 비율들이 높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 다이어트를 꼽고 있습니다.
굶주림과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비롯되던 병의 원인이
다이어트로 인한 극도의 영양부족으로 바뀌었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대여, 비록 우리들의 도시 마산이 결핵이라는
나쁜 병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때로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접근되기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마산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이 훌륭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결핵을 인연으로 드나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마산은 깊은 향수로 남아,
그 애환의 이야기들로 풍성하고, 때때로 높은 문화적 향기로
발산되기도 합니다.
국립 마산병원을 단지 치료를 위한 공간이라는
단순한 목적적 의미에서부터 넘어서서 장차 우리 지역의
훌륭한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대여 가포 지나는 길이 있거든 그곳을 한번 방문해 보십시오.
지역 사랑은 그런 관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참 동봉한 시의 주인 강현덕님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우리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시조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