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 일행2명이 먼저 가있는 번개늪으로 향합니다.
녀석들은 tv에도 출연한넘이 있을 정도로 바다낚시광이지만 매년 이맘때 쯤이면 대물이 나온다 하여
꼭 번개지를 찾곤하더군요. 낮에 먼저 가겠다길래 같이 나서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는 입장...
새벽 12시반에 도착하여 가져간 삼겹살과 두꺼비를 곁들이고는 입질이 없어 새벽을 기약하고
일찍 자기로 하였습니다. 전날 새벽 같은 자리에서 4짜 두마리가 나온 이야기로, 잔뜩 새벽을 기약하면서.
그러나 비가 갈수록 흩뿌려 새벽에는 낚시를 못할 지경입니다. 가고싶은 마음만 앞서 비 준비를
전혀 안했던 것입니다. 낚시복은 물론 파라솔 조차도... 더구나 비는 일요일까지 이어진다니.
2박3일 예정은 이렇게 어설픈 1박으로 끝나고 맙니다.
전날 밤낚시를 몇시간 해본 일행은 입질이 없었다 합니다.
그러나 살림망은 수십마리로 푸득푸득... 모두 20급의 어린 배스들입니다.
새벽 몇번의 캐스팅에도 같은 크기의 배스가 금새 걸려듭니다. 전날 약 30마리의 조과도 불과
30분의 성과랍니다. 2번의 캐스팅에 한번의 훅킹.
배스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정도 일줄이야!
이 포인트만은 아닐것인데 그렇다면 십여만평 이상의 이곳에 사는 배스의 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먹이사슬의 법칙상 최하위의 참붕어,피라미(미생물,조류제외하고)가 가장많고 그다음 납자루류,붕어가
역시 많은 수효를 누리고 끄리,동자개 등 소형 어식어류가 그다음, 배스 메기류가 그다음, 가물치가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어야 하는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번개늪의 현상태는 배스의 먹이도 배스가 되는 비정상의 구조인것 같습니다.
물론 당일의 배스 활성도가 좋았다 하더라도,또 그보다는 붕어의 개체수가 더 많을것으로 믿고싶지만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피라미도 있기야 하겠지만 입질은 없었습니다.
루어꾼들의 항변같이 생태계 스스로 조절작용을 하여 먼훗날에는 제자리를 찾을것으로 믿고 싶지만
착잡한 마음 금할길이 없습니다. 생태계 스스로 개체수 조절을 하는 오실레이션 현상이 엄연히 존재
한다는 루어꾼들이 배스는 놓아 주면서 맛있다는 꺽지와 쏘가리는 왜 싹쓸이 하는 사람이 많은지...
오실레이션 현상을 믿고 싶지만 얼마전 읽었던 그 반대 현상도 자꾸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미국의 북부에 서식하는 파이크라는 어종은 우리의 가물치에 비견될만한 대형어식종이라합니다.
이놈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호수에 정착하면서 부터는 배스에 비견될만한, 역시 어식성인 무지개송어류가 크게 격감했다합니다. 처음에는 30급이 안잡히고 그다음 40급 마침내는 50급조차도 안잡히더랍니다.
또한 우리의 산천어 만한 송어가 주종이었던 곳에 무지개송어가 이입된지 약 100년이 지난 지금
w.c.t라는 작은 송어는 초기의 70%점유율에서 15%정도로 격감했다고 합니다.
이정도라면 오실레이션현상만 믿고 있기에는 너무 안일한듯 합니다.
미국인들의 생태계 보호의식은 상상을 초월하여 비단 외국어종 뿐 아니라 위의 타지역 외래어종까지
구제할려고 하나 화성에 무인로켓을 보내는 그들도 그점에 있어서는 별무소득인 모양입니다.
우리도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동해안을 흐르는 하천에는 원래 피라미와 꺽지가 없었다합니다.
꺽지는 여기에서는 매우 사랑받는 어종이지만 그 탁월한 공격성으로 얼만큼 그곳의 특산종을 괴롭힐지
모를일입니다. 피라미는 더 심각합니다. 사실 배스가 붕어치어를 먹는것 보다는 피라미가 붕어알을
먹는것이 숫자상으로는 더 많지 않을까요? 동해안 하천의 그예쁜 냉수성 소형어류는 장차 그자리를
피라미에 내줘야 할것입니다. 배스도 적응력이야 좋지만 우리의 피라미,붕어도 사실은 그 환경 적응성이야 알아줘야 하지않겠습니까?
좀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동해안 하천에는 관주도로 무지개송어를 일부러 방류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서식장소가 동일한 우리의 산천어, 열목어는요?
같은 외래종이라도 향어 방류와는 다르다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민물생태 관련 저서가 몇권 저에게는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 소개정도이고 대부분의 책은
이미 옛날에 그쪽으로 유명하신분들께서 저술한 내용의 재탕에 불과합니다. 어떤 경우는 사진까지
같습니다. 또한 학자들의 물고기 서식개체 비교 논문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더군요.
민물의 중층에 그물을 쳐놓고 또는 투망을 던지는 식의 조사로 배스와 블루길이 40%이상이다,심지어
70%이상이다는등... 어찌 외래어종이 70%이상일수야 있겠습니까?
배스와 블루길은 주지하다시피 중층을 유영하는 놈들이라 그물에 그만치 많이 잡힐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도 투망을 치곤합니다만(자식에게 민물생태 공부시킬려고.^ ^) 조심성 많은 붕어,잉어는 배스와
블루길과는 달리 투망에도 상대적으로 잡히는 것이 영 적습니다. 그런식의 조사로 발표도 하곤 하는게
민물생태 학술 조사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고기 생태에 가장 밝은 부류는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낚시인 들일것입니다.
쓰레기만 버리고 살생을 일삼는 부류로 취급할게 아니라 학술조사에 낚시인을 이용하고 나아가
환경생태 보호에 낚시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싶습니다.
실제 청평 내수면 연구소의 이완옥 박사(T.V에 물고기만 나오면 인터뷰 하는 사람)는 낚시인과의
교류도 갖고 계시더군요. 그분의 각종 생태 이야기에 수긍하는바가 큽니다.
어려서 부터 천렵을 많이 봐왔던 터라 한가지 말씀드릴수 있다면 약 천평정도의 소류지에 큰붕어가
오천마리 있고 며칠동안 자망과 투망을 이용해 붕어를 잡아낸다면 몇마리나 잡혀나갈까요?
위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경우입니다만, 아마 잡힌 붕어는 천마리도 안될겁니다.
단언하건데, 반은 절대 넘지않습니다. 붕어는 낚시에서도 그렇듯 본능적으로 아주 영악한 녀석들입니다.
하지만 오랜기간의 낚시로 씨를 말릴수는 없으되 오히려 더 부정적인 결과가 올수도 있지않나 생각
됩니다. 작은 붕어만을 놓아 줄게 아니라 월척,심지어 4짜급은 오히려 더 방류해 주어야 강건한 유전형질
이 보전됩니다. 15센티만 되면 산란을 하는 녀석들이기에 그런 적은 붕어만 산란을 하게 되면 흡사
13살 소녀가 애를 낳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요?
붕어든 피라미든 99%방류해 주지만 아주때때로는 저도 먹습니다. 제가 녀석들보다는 먹이사슬의 상위
라는 단순한 이유로 별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히 죽게 내버려 두었을 때는 반성을 합니다.
차라리 중치급을 여러마리 드시고 큰놈은 방류함이 어떨는지. 큰놈들은 배스와 가물치에게도 안전해
좀더 많은 수를 산란하고 유전자 또한 강건할것입니다. 참고로 월급은 산란을 약15만개 정도하지만
작은 놈들은 2-3만개에 그친다합니다.
안동호에는 배스 견제를 목적으로 쏘가리를 계속 방류할것을 검토한다 합니다.
붕어에게야 마찬가지 천적이겠지만 차라리 배스보다야 낫겠죠.
내수면 연구소에서는 배스가 많은 곳에는 가물치를 푸는 방안도 논의되었다 하지만 그또한 부정적 영향
이 만만찮다 합니다.
비오는 고속도로를 돌아 오면서 가당치 않은일이지만 , 번개늪에 미터급 가물치를 만마리정도 풀고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상 가업인 여관을 지키느라 밤에 시간이 많은 컴맹이 쓴글입니다.
마음에 안드시는 내용이 있더라도 개인생각이거니 하고 양지하시기를.....
P.S 이글을 읽으시는 분 혹시 자주 가시는 저수지중에서 배스가 아주 오래전에 유입된 곳이 있다면
현재의 조황, 잡히는 씨알,산란기때 확인해본 붕어의 개체수 등 배스의 영향을 느끼신대로 냉철하게
판단하셔서 리플달아 주실수 있겠습니까? 딴뜻은 없고 그저 궁금해서입니다.
리플 부탁드리겠습니다. 생태관찰로서의 의미도 곁들여 낚시를 하고나서 민물고기및 생태에 관한
글을 가끔이나마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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