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새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새비 => 새우의 경상북도 사투리)
나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면 새비 잡으러 냇가로 나가련다. 이 새비는 하도 작아서 얼기미 구멍을 살짝 빠져나가는 놈이니, 꼭 체나 조리 큼직한 것을 들고 담을 그릇 널찍한 것 챙겨서 가야겠다. 톡톡 튀어 나가는 모양이 장대비 쏟아지는 격이니 붕어풀을 한 움큼 뜯어 바닥에 깔아 놓아야 안심이다.
요놈 생김새가 영락없는 새우지만 말린 것 반에 반도 못 미친다. 징거미 새끼도 아닌 것을, 새우새끼도 아닌 것을, 가재 닮은 것을 우리는 민물새우, 새비라 한다. 색깔이야 거무튀튀하여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갈대 숲을 헤치고 물 속으로 들어가서는 고마니와 붕어풀을 뒤진다. 버들강아지 걷어올리고 조리를 휘저으면 자잘한 새비가 열 댓마리 건져 올려졌다. 소금쟁이 보다 작은 게 타닥타닥 튀는 모습! 난 이 풍경에 빠지고 싶다.
벼가 고개를 숙이고 아침저녁 차가운 기운을 느낄 때 해지기 두어 시간 전 냇가로 나가면 새비는 대접으로 한 그릇이 되었다. 미꾸라지, 붕어, 피리, 쉬리는 안중에도 없다. 돌아오는 길에 밭 가상에 들러 중 늙은 호박 하나를 뚝 따서는 무거운 몸으로 집으로 향한다.
일하고 돌아오신 어머니께 갖다 바치면 호박 큼지막하게 썰어, 마늘 넣고 고춧가루 팍팍 풀어 넣어 짤박하게 새비탕(토하탕)을 끓이시는 동안 새마을 구판장에 달려가 소주 한 병을 사와야 한다. "어? 엄마, 새비 색깔이 고추보다 빨개요" 할 틈도 없이 손놀림이 빨라진다. 아버지는 "술 안주에 이보다 좋은 게 없다" 하신다. 그날 찬거리는 이걸로 끝이다.
25년 전에는 새비가 지천이었다. 전기줄이 생겨 제비 잔칫줄이 된 뒤로 가재가 사라지고, 징거미가 자취를 감추더니 새비마저 찾아보기 힘겹다. 그 많던 새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시장에 가면 양식이 불가능한 새비, 토하를 진짜라고 판다. '요즘 것들은 잘 먹어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크기부터 영 맘에 안 든다. 중국산이거나 저수지에서 잡은 징거미의 일종이니 갖다 아무리 요리를 잘 해댄들 그 맛 날리 만무하다. 색깔도 거무튀튀하던 것이 열받으면 붉은 고추보다 더 빨개지는 게 정석인데 이놈은 아무리 열을 가해도 희멀건 해서 구미를 당기지 않는다./김규환 오마이뉴스 20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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