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얼음낚시터, 더럽히지 마라
얼음 낚시터가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유명 얼음낚시터는 대부분 상수원보호구역이다. 당장 보기 흉한것도 그렇지만 얼음이 녹으면 그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낭만과 추억을 낚아내는 얼음위로 수북이 쌓여있는 쓰레기더미는 상상만 해도 부끄럽다. 얼음낚시에는 흔히 어린이들을 동반한다. 어린이들이 무얼 보고 배울것인가. 나 하나쯤 괜찮겠지 하는 어리석음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나와 우리가족, 이웃에게 해가 될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안타깝다.지난 주말과 휴일 본사 취재진이 확인한 얼음낚시터의 모습은 도시의 뒷골목을 방불케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얼음위에서 음식을 해 먹거나 고기를 구워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겨울 낭만이라고 치자. 뒤치다꺼리만 제대로 했으면 말이다. 하지만 쓰레기가 아무데나 널려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치단체가 마련한 축제장 주위도 다를바 없었다. 얼음판 곳곳에 낚시도구와 음식물 쓰레기 등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쓰레기 수거인력을 배치하고 먹거리 장터에는 하수관거와 오수수집통을 설치, 음식물쓰레기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었지만 대부분 눈가림에 그치고 있었다.
그 나라 국민의 문화수준은 얼마나 기초질서를 지키냐에 있다. 선진국일수록 남을 배려한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곧 남으로부터 본인이 배려받는 결과가 된다. 내가 편하면 남이 그만큼 불편해지고, 내가 조금 불편해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남이 그만큼 편해진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나만 편하려고 하다보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된다.
기초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건 사고가 합리적이지 않은데 있다. 작은것부터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기초질서를 습관화하면 우리 생활이 훨씬 윤택해 진다. 우리는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를 치르면서 그런것들을 확인했다. 신화를 창조하며 세계속에 코리아의 힘을 과시한건 국민들의 질서의식이 기초했다. 당시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수십만 인파가 거리를 메웠다. 열렬한 응원을 펼친 뒷자리가 말끔히 치워진건 세계인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줬다. 기초질서는 누가 시키고, 또는 감시하거나 단속한다고 지키는게 아니다.
한겨울 얼음낚시는 매우 낭만적이다. 생활에 찌든 도시민들에게는 응어리진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제다. 그런 얼음 낚시터 주변을 더럽히는 건 스스로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 꼴이다. 올해는 세계 물의 해이다. 물의 존귀함이 어느때보다 새삼스러운 해다. 낚시터를 더럽히면 결국 내가 먹을 물에 재를 뿌리는 셈이다.
(강원일보) 2003년 1월 20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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