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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2010

너무 추상적인 글이지만...
                                    희망사항 2010

2010년 모월 모일
조그만 산자락들 사이에 조그만 소류지가 있고
태반이 스러져가는 집들이지만 집들도 있고
그래도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리 황량하지만은 않고
조그만 소류지 뚝방 입구엔 이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마을 에서 세운
낚시금지 팻말이 낡을 대로 낡아 알아 볼 수도 없다.

해는 뉘엿 뉘엿 어스름으로 향하고
마을 어귀 어느 촌로의 집에선 단촐한 저녁이 준비된다.마루에 반쯤 걸터 앉은 촌로의
얼굴엔 세월감의 무게로 깊은 주름이 골을 이루고 있고
객지로 떠나보낸 자식에 대한 그리움은 그 골을 타고 흘러 자꾸 더 깊어만 간다.
저녁 상을 들고 들어 온 우리들의 어머님 같으신 분이 말을 건넨다

" 영감  아까참에 젋은이 하나가 낚시 가방인가 뭔가 메곤
  뚝방에 올라가드라카이 "

촌로는 아무런 대꾸가 없다.

할머닌 평상시 그리 말 상대도 없는 터라 그것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연신 말을 건넨다.

" 이자는 그래도 쓰레기는  마...마아 안버리는 갑데요
  아까 참에도 뚝방 올라가 보이 깨끗하이 글테요 "

그때서도 촌로는 밥상 위의 수저를 들 생각도 않하고 굳은 살과 건조함으로
가물 때 갈라진 논 바닥 마냥 심하게 갈라진 애꿎은 발바닥만 주물 거리고 비비고있다가
퉁명스레 대꾸한다.

" 이 봐라 대구 박서방하고 부산에 이서방 하고는 낚시도
  안한다 하드나?   요즘 사람들 금요일만 되믄 낚시도 다니고 글쿤다하드마
  더 먼 타지 사람들은 생판 모르는데 찾아와 쉬며 놀다 가는데 무슨 사우들이
  낚시질도 안하노......에잉... "

수저를 집어들고 촌로에게 드밀다 싶이하며 할머닌 두 사위를 변론이나 하듯 말한다.

" 어서 밥이나 자시이소.  박서방하고 김서방하곤 휴일만 되면 더
  바쁘다 하데예...그라고 술묵고 새벽에 기들어온다 안하데요 "

" 할망구 택도 없는 소리 말구  내일 그 젋은이 혹여 물이라도 얻으려 오면
  옥수수 좀 삷아 놨다가 같이 주라메 "

그제서야 그리 말한 촌로는 밥 한 술 꾸우욱 눌러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 아이고마 옝감이 글쿠 안해도 다하요
  아까 젋은 이 뒷모습이 영판 막내 칠성이 드마요 "

그 소리에 촌로는 버럭 화를 낸다.

" 아  그놈 이바구는 뭔디 하노? 일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놈
  그 휴대폰인가 그긴 뭐 아들 장난감이가...에이.... "

뜨겁던 해는 슬그머니 둥그스런 산 등을 베게 삼고 누워버렸다.

2010년 모월 모일

한 오십 줄 쯤 보이는 그래도 그 동리에선 젋은 이로 통하는 이장에게
백발의 노인이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 이봐라 이장 내 조 뚝방에 올라갔다 왔는데 아침 나절에도
낚시꾼 하나가 고개 옆으로 떨구고 있던데 이참까지 그러구 아있나
이장이 빨리 올라 가봐라 "

그  젋은 이장은 낡은 모자를 고쳐 쓰고는 냅다 달린다.
비 오는 듯 한 땀을 흘려가며......
조심스레 낚시꾼의 주위에서 살펴본다
삐둘어진 모자 사이로 하얗게 쉬어버린 머리카락이 보이고
검게 탄 그들의 얼굴이 아닌 회색 도시의 색깔의 의해 창백해진 얼굴엔
역시 또 다른 종류의 주름의 골짜기가 존재 하고 있었다.
이내 이장은 늙은 낚시꾼의 지치고 안스러움의 코고는 소리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측은 한 듯 늙은 낚시꾼을 바라본다.
쓰러져있는 물 통을 바로 세워 놓고 힐끗 힐끗 돌아보며 뚝방을 내려온다.
조금 오래전 유난히 머리가 빨리 쉬던 저 멀리 먼저가신 제일 큰 형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투벅 투벅 맥 없이 뚝방을 내려온다.

                   희망사항이지만 그리 되었으면......
                   안그래도 농촌 인구가 자꾸 줄어 든다는데...
                   그나마 아직 남아계신 분들은...... 다 우리 부모님이고 삼촌 이며 형님이라 봅니다.
                   무슨 일 ...어떠한 경우라도 우린 그분들을 대 할때 미소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부족한 글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 꾸우벅 ^^....큰 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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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목: 희망사항...2010

사진작가:

초어

글등록일: 2004-07-06 22:19
조회: 3232 / 추천: 270

물잠자리 2004-07-06 23:28:08

박서방 김서방들 처갓집에 분발들 하시고...
칠성씨! 제발 집에 전화 좀 하고 삽시다! ^^*

초어님...
읽으면서 잠시지만 행복했답니다.
2탄도 기대합니다... ^^*

오늘도 2004-07-06 23:49:24

짠한 무언가가 울컥하고 가슴을 칩니다.
좋은 글 감사히 보고 짠하이 느끼고 갑니다.

수파매니아 2004-07-06 23:59:42

초어님 작가아닙니까? 글 솜씨가 예사가 아닙니다
작가하시도 되겠습니다 ㅋㅋㅋ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안출하세요 꾸벅

메주콩. 2004-07-07 02:03:07

2010년 모월 모일

행여나 하는 마음에 이장은 여명이밝자
다시 뚝방으로 올라가본다...

일으켜세워준 물통은 역시나 팽게쳐저있고
낚시꾼 주변에는 빈 술병만 너덧개 구르고있다

저눔을 우야꼬 ?
싶지만 메주콩을 안주로 또 꼴깍"한다

저사람 지정신 언제 들랑고...혀를 끌끌차며
뚝방을내려서지만....

어제와같이 먼저가신 큰형님 생각이 나는건 왠 까닭인지....

전 낚시가서 어르신들 보면 unchiri님 아버님과
널또님 모친을 먼저 생각합니더.

찌한마디 2004-07-07 09:52:35

짧은 글 이지만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글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송애 2004-07-07 15:58:06

그집 사위들은 낚수 안하고 무얼하고있을까?

쥰 2004-07-07 18:21:02

'그리움'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하는것 같네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용두산 2004-07-07 23:52:21

초어님의 글을읽고 부모님의 정감있는 주름살이생각나고
한참 흐뭇해하는 저자신을 봅니다.
아름다운글 잘보았습니다.

메주콩님의 유머덧글에 더욱 흐뭇해집니다.^^

안빈낙도 2004-07-08 07:16:13

잘 보았습니다.
출조길에 만나는 현지인들.....먼저 웃는얼굴로 대할수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함을 다시금 확인하게됩니다.

피닉스 2004-07-08 17:12:26

2010년 모월모일

반백이 되어버린 초어님과 제가
이미 반쯤 취해있는 메주콩님을 위해

술과 안주를 들고 찾아갑니다
흘러간 세월을 이야기합니다

경붕사 얘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얘기속에 얼굴은 저무는 태양같이

붉게 익어갑니다 이제또 삶의 터로 돌아가야지요
혀를 끌끌 차면서 내려 갑니다 에구 힘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