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려온 시골버스를 내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1시간여가량을 걸어 악양수로에 도착한 것은 20여 년도 훨씬 더된 시절로 보리가 여물어 가던 어느 날이다.
지금은 수로의 하류와 중류에 두 군데나 커다란 다리가 놓여 수많은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지만, 당시에는 법수면 석무마을 못 미쳐 90도로 꺾어진 길가에서 내려 들길을 지나 남강 변 둑길을 1시간가량을 걸어서 가야만 했다.
이 수로를 찾은 것은 한 번도 낚시를 해보지 못한 친구에게 낚시의 즐거움을 전해 줄 수 있는 적당한 장소였는데, 언제나 일정한 수준의 조황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이 시대에 물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고기를 못 낚았을 것인가!
하여간 수로에 도착하고서도 포인트에 진입하기 위해 다시 조그만 배를 타고 건너야 했는데 배 양쪽에는 튼튼한 밧줄이 묶여 있는 배였다.
이 배의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으나 배 양쪽에 묶여 있는 줄은 각 건너편의 뭍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배를 탄 사람은 원하는 방향의 줄만 당기면 이쪽, 저쪽 마음껏 건너 갈 수 있었다.
이 배를 타고 건너서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아담한 오두막이 있었다.
이 오두막은 달력에나 나올 법한 집으로,
가끔 ‘이런 곳에 살면서 내 좋아하는 낚시도 실컷 하고 세상사 일들을 다 잊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집이었다.
가끔 우리처럼 낚시를 하기 위해 배를 타고 수로를 건널 때면 이 오두막에다 요금을 지불하면 되었고, 잉어회를 먹기 위해 찾는 손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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