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뒤를 돌아 조금만 하류 쪽으로 걸어가노라면 남강과 만나는 절벽위에 악양루가 있다.
이 악양루는 촉석루, 영남루 등과 더불어 유명한 누각으로, 올라 보면 참으로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유유자적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악양루에서 바라보는 벌판과 휘돌아 가는 강줄기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권하는 바이나,
곳곳에 희끗희끗한 머리가 나 반백이 다되어 가는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운 정자에 오르지 못하고 붕어에만 마음을 빼앗긴 나 자신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가 낚시할 장소는 악양수로의 상류 쪽이었다.
짐을 메고 조그만 논길이나 밭길을 따라 수로의 상류로 걸어가면 이마와 등에서 땀방울이 맺혔고, 이내 돌이 굴러 내린 조그만 절벽지대와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이곳에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거대한 양수장이 들어서 있는데,
여기에서 씨알 굵은 붕어와 잉어가 특히 많이 나왔지만 나는 굵은 붕어도, 커다란 잉어도 낚아보지 못했다.
친구와 나는 땀을 닦은 후 낚시대를 펼쳤는데 소위 멍텅구리라고 불리는 바늘과 지금은 골동품이 되어버린 그라스롯드 낚시대에 부력이라고는 말도 못 꺼낼 채비였다.
그냥 값싼 플라스틱 막대찌에 두개의 바늘이 달린 이른바 쌍바늘 채비였던 것이었다.
요즘 낚시를 하는 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카본 소재의 최고급 낚시대에 영점이니 마이너스니 하는 채비를 지나 중층, 내림 온갖 기술이 다 동원되어 붕어를 낚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이 시절의 붕어는 순수하고 또한 개체수도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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