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때까지 내 장비라는 것이 없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구입할 처지도 못되었지만 아버지의 장비가 많이 있었던 탓에 굳이 별도로 구입하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이 날도 아버지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먹어야 살고,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했던가.
수로의 물을 떠서 라면을 끓여 친구와 맛있게 저녁을 해결했다.
이렇게 좋은 수로가 지금은 **읍에서 내 보내는 생활오수로 인하여 물이 맑지 못하고 천박한 낚시꾼으로 인하여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라 마음이 저려온다.
어느 듯,
시간이 흘러 서쪽 하늘이 불그스레 물들어 오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에 취한 친구는 시의 구절을 구슬 엮듯 이어갔다.
이윽고 어둠이 밝음을 살포시 가려 간데라를 밝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 간데라가 지금은 기억 속에서 잊혀진 물건이지만 당시에는 밤낚시의 필수품인 동시에 포장마차에서도 장사를 하기 위한 필수품이기도 했다.
낮에 낚시가게에서 구입하여 공기가 들지 못하도록 신문지로 겹겹이 싸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한 봉지의 카바이트를 꺼내 간데라의 통에 넣고 잠궜다.
그리고 아주 가느다란 바늘로 간데라의 반사판 정 중앙에 있는 가스 구멍을 휘저어 구멍이 막히지 않았나? 확인하고 물통에 물을 부으면 몇 번의 꼬로록! 소리와 함께 성냥을 그어 불을 밝힐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밤이었다.
야광 반사 테이프를 바른 막대찌를 응시하며 친구에게 시를 들었고, 미래의 꿈을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이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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