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만땅
내가 자주 다니는 사무실에는 학교동창 친구들이 자주 또 많이 모인다.
개중에는 벼라 별 성격과 직장과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러 사람 있는데 오기만 하면 외국 여행갔다 온 자랑, 은근한 돈 자랑, 자식자랑 며느리 사위자 랑
한술 더 떠 주먹자랑 힘자랑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 중에서도 오기만 하면 입에 침을 튀기며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을 죽인다 살린다 욕하며 잘난 척 하는 친구도 있다.
일테면 “그 새끼 내가 눈 팅이를 발라서, 아가리를 돌려서 손을 좀 봐 주겠다”는 식의 얼라 같은 얘기다.
자주 듣다보니 하도 재미가 있길래 낚시하면서 하는 비유어 등 우리가 자주 씀직한 말들을 모아봤다.
우리나라 언어 중에는 신체의 각 부위를 인용, 사람 됨됨이나 세상일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낚시인들은 대화 중 “손맛 좀 봤다 ”, “손 풀이 싫 컨 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낚시 가서 충분한 성과와 묵직한 수확을 얻었다는 표현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한글사전에는 “한 풀이”라는 낱말은 있어도 손맛이나 손 풀이 라는 낱말은 없다.
맛은 음식 등을 혀에 댈 때 느끼는 감각이다.
손이 맛을 볼 수 없고 또 손은 맛을 보일 수도 없다.
또한 손은 풀어지거나 뭉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손맛이니 손 풀이니 하는 낚시인들의 용어는 재미있다.
함축된 의미가 흠뻑 배어 있고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언어 이상의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덩치 큰놈을 낚았을 때는 사람의 모습이나 됨됨이를 표현 할 때처럼 “고놈 참 인물 좋다” 한다.
또 낚시를 다녀 도 다녀도 허탕만 친 끝에 낚시를 때려치운다는 뜻으로 “손을 씻었다” 한다.
발굴하기에 따라서는 “낚시하러간다”는 말은 “골 청소하러간다”,
자주 재미 볼 수 있는 특급 포인트는 “사타구니 포인트”등 갖가지 신조어들을 만들 수 있을 법도 하다.
‘손이 크다’ 하면 씀씀이가 헤픈 것이고, ‘큰손’은 정의든 불의든 상상하기 힘든 일을 해내는 업계의 대부다.
어려운 일을 뒷바라지로 성사시키는 것을 ‘손을 쓴 다’ 하고 일을 대신 하도록 하는 것을 ‘손을 빌린 다’ 한다.
‘검은 손’은 악한 짓, 나쁜 짓을 하는 경우이고 ‘손을 본 다’는 폭행이나 고문을 가한다는 뜻이다.
‘눈이 맞았다’는 남녀가 서로 정을 주고받는다는 뜻이고 ‘눈 밖에 난다’ 하면 상대방의 관심이나 보호가 끝났다는 의미다.
‘콧대가 높다’는 거만하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경우고 ‘코가 납작해졌다’는 망신을 당하고 대항하지 못하는 경우다.
‘콧방귀’는 묵살해 버린다는 뜻이고 ‘코 먹은 소리’는 아양을 떨거나 아부를 뜻한다.
말을 가려서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경우 ‘입이 무겁다’ 하고 ‘입에 풀 칠 한 다’ 면
맛이나 배부름에 상관없이 근근이 연명할 만큼 밖에 먹을 수 없다는 뜻이다.
‘뱃심이 좋다’는 부끄러운 일도 마다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경우고 ‘뱃속이 검다’ 함은
남에게 해되는 짓을 할 수 있는 음흉한 자를 일컫는다.
‘배가 맞았다’ 하면 남녀가 부정한 정사를 한 경우이고 ‘배알이 꼴린다’는 상대의 행동이나 성공을 못 마땅해 하는 의미다.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함은 성취하기 어려운 일에 매달려 시간을 허송하는 모습이고
‘간덩이가 부었다’는 무모한 일에 도전함이요 ‘염통에 털이 났다’는 수치를 모르거나 범법을 예사로 하는 자들의 모습이다.
오래 기다렸다 보고 싶었다는 표현을 ‘목이 빠졌다’, ‘눈이 빠졌다’ 하고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을 ‘가슴이 찢어진다’ 로 대신한다.
‘배 째라’면 당신 맘대로 하라며 배짱부리는 모습이요, ‘목에 힘준 다’는 거드름을 피우는 꼴이다.
‘배꼽이 웃는 다’ 하면 한심한 짓을 하는 상대를 주눅 들게 하기 위한 말이요,
‘엉덩이 뿔났다’면 주제넘게 하지도 못 할일을 시도하려는 상대를 비웃음이다.
‘발길로 찬 다’면 버린다는 뜻이요, 생일을 ‘귀 빠진 날‘이라고도 한다.
‘돌대가리’는 가르쳐도 깨닫지 못하는 저능아를 이름이요, ‘골이 비었다’ 함은
지능이 모자라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함부로 하면서도 부끄럼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얼굴값을 못한 다’ 함은 용모는 반듯한데도 온당치 못한 행동이나 처신을 할 때이고,
‘얼굴에 먹칠을 한 다’는 몇몇 사람의 어긋난 행위나 행동이 여러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경우다.
쓰레기 천지로 변한 낚시터.
붕어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죽어버린 호수와 강, 그리고 바다와 산과 들-.
삼천리금수강산, 조상 대대로 이어온 위대한 자연 유산, 또 자손만대에 까지 고스란히 물려야 할 자연 환경,
이를 파괴하는 골빈 낚시꾼은 없는지-.
낚시 대며 릴, 낚시 가방이며 모자에서 신발까지 온통 외제용품으로 치장하고 양담배 꽁초를 아무 곳에나 던져 버리는,
그래서 수많은 낚시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그런 낚시꾼은 나 자신이 아닌지도 되돌아보고 또 고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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