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붕사 칼럼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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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골 (2006-11-19 11:45:00, Hit : 2800, Vote : 222)

http://악동중 최고 악동임

버스 동승기

11월 18일 청소모임 있는 날이었다.
누구 만날 일 있어 초겨울 햇살 비스듬한 시간 진주 가는 버스를 탔다.
요즘 마음이 좀 어지러워 차도 버리고 그저 만행처럼 버스를 탄 것이다.
손님 대 여섯 명 태운 시골 버스는 초겨울 빈 들판사이로 꼬불길 사이로 잘도 달린다.
버스를 타면 나는 촌로들의 잡다한 이야기 듣는것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나는 이런 정서를 가슴에 잘 담아둔다.

차창 밖을 응시하며 경붕사 회원들을 생각한다.
지금쯤 청소 모임장소에 삼삼오오 모여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겠구나 생각하면서
참석치 못한 자신이 미안할 따름이다.
사평님을 비롯, 회원님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산야는 막바지 단풍들이 낙엽 준비를 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날씨가 많이 춥다.

버스는 의령군 칠곡 삼거리를 지나 항수(項水)마을과 화정 유수마을을 잇는 고갯길을
오르는데 고개 중간좌측으로 항수마을이 보인다
그 동네안에 조그만 소류지가 하나 있는데 몇 년 전 혼자서 붕어 손맛 톡톡히 본적있다.
나는 이 고개를 넘을 때 마다 그 소류지와 이 마을의 얄궂은 전설을 잘 생각한다.

========================================================================================
>아주옛날 이 마을에 부녀 두 사람이 살았는데 하루는 아버지가 소 몰아
>모판 생갈이를 하고 딸은 아버지의 점심을 이고 들판으로 간다.
>마침 소나기를 맞은 딸의 옷은 온통 젖어 몸이 비칠 정도였다.
>한창나이인 딸의 몸매는 부풀러 있었고 비에 젖은 적삼 옷 속으로 딸의 몸매가 노출되었다.
>홀아비인 아버지는 밥상을 받으면서 딸의 모습이 아니라 여자로 보였던가 보다.

>그래서 눈이 뒤집힌 애비가 딸을 범하려하자 딸이
>"아버지! 하늘을 보고 황소울음소리를 세 번 내면 응할 테니 그렇게 하세요"하자
>그래도 정신을 못라린 애비는 끝네 황소 울음소리를 세 번 내고는 달려든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딸은 그 자리를 피하여 아직 피어보지 못한 인생
>목메어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끝">
=========================================================================================

그래서 마을이름이 황소마을로 불리다가 마을 이미지가 안 좋다는 여론에 얼마 전부터 항수(項水)마을로 개칭, 지금까지 불러지고 있다.

현대로 돌아온 나의 의식은 버스가 화정면 유수지가 내려다보이는
꼬불 고개 아래로 달리고 있음을 느낀다.
버스가 고개 맨 아랫동네에 이르니 마을 어귀로 뉘 세상 등졌는지 弔燈하나 걸려있다.
“모르는 망자지만 이제사 세상의 끈 놓았구나”...
弔燈보고 합장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준다.
무엇보다도 눈감고 마음속으로 문상하기 참 좋다....돈도 안들고...흐흐흐.

버스가 평지에 이르자 내 뒤 바로 뒷 자석에 7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내 어깨를 건드리며 "이차 진주 가지 예?" 묻길래 "예 진주 가는 버스 맞습니다" 하는데
같은 말을 몇 분 간격으로 자꾸 물어온다 할머니의 마음이 불안함이 역력해 보인다.

할머니의 행색이 고생 속에서 살아오신 모습이 역력했으며 세상풍파 다 겪은 듯
얼굴주름이 인생역정을 말해주었고 얼굴도 많이 검으시다.

"할머니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하고 물으니
"진주에 살고 있는 아들이 보고 싶어 대구에서 무작정 버스를 타셨단다.
아들이 통 연락도 없고 전화번호도 몰라 몸소 찾아가시는 길이라는데
할머님의 정신이 그리 맑아 보이지 않아 보인다.

"아들한테는 연락하고 오십니까" 하고 물으니 그렇지 않고 무작정 나섰단다.
"그러면 전화번호 하고 집을 아십니까" 하니 전화번호도 모르고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만 내리면 아들집 찾아 갈 줄은 아신단다.
속으로 다행이다 하면서 전화번호만 알면 내가 아들집으로 연락을 취해 놓으려 했는데...

화정삼거리를 지나 대곡 고개를 이르자 "이차 진주 주차장까지 가지예?"하고 또 물어온다.
옆 자석에 앉아있는 30대여성은 우리 이야기 다 들릴텐데 아량 곳 하지 않고
부처처럼 앉자있다.
그 젊은 여자보고 "아주머니 혹시 어디서 내립니까" 하고 물으니 주차장까지 간단다.

"아주머니 이 할머니가 길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나는 진주시내 입구에서 내려야하기 때문에 젊은 아주머니가 할머니 좀 잘 안내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묻는데 그 젊은 여자의 대답이 시원찮다 우리이야기 다 들었을 텐데 참 무심타고 생각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배타성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창으로 농촌의 모습들이 지나오고 지나간다. 짙은 숲이 있는 마을 안으로 제법 근사한
집들이 보인다. 빨간 지붕 파란지붕이 단풍 숲 사이로 뻬촘이 색채를 띄운다.
아마 이 마을에서 제법 사는 집인가 보다.
빨간 지붕 파란지붕을 보며 빛의 굴절을 발견한 인도의 물리학자 “라만”이 생각난다.
빨간빛을 굴절시키면 그 빨간 빛이 파란빛으로 변하되는 것을 발견하여 세계에 알림으로서 노벨 물리학상을 탓지 않았는가.
그 빨간 지붕과 파란지붕이 노벨상까지 연상되어지는 것이 얄궂다.
잘못하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떠 올릴 판인데
내 마음이 온갖 번민 속에 그늘 드리워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순간이다.

마을 가까이 텃밭으로 아직 거두어지지 않은 옥수수 대가 보인다.
한때는 힘 좋은 싱거러움을 자랑했을 저들도 이제 제몸 감추기 바쁘다.
남자가  여름날 옥수수 대처럼 원기 왕성하고 우렁차야 여자들한테 풍모를 발하는 것인데
내년에는 그렇게 될려나 모르겠네...
치료 끝나면 .좋은 거 좀 많이 먹어 봐야지!...ㅎㅎㅎ

그,러나 <盛年不重來>성년불중래 〓<원기 왕성한 젊음은 두 번 오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고개는 숙여진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 좀 감으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불안한지 또 물어온다.
"이차 진주 주차장까지 가지예?" 그래서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저 아주머니가 잘 안내 해줄겁니다" 하고 안심 시키면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지갑에서 꺼내 할머니에게 드리니 사양하다 받는다.
안받으면 무안해서 어쩔까 걱정하다 마음 놓았다.

차는 두 번 째 고개인 대곡고개를 내리 달리는데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숲속의 雪梅池와
못가로 아스팔트길이 참 조화롭다.
제방 쪽으로 중층낚시꾼으로 보이는 꾼들 몇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걸 사진으로 담아 내 컴퓨터에 바탕화면으로 띄어두면 걸작 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살아오고 살아가는 길에 요즘처럼 내 인생에서의 볼륨이 이다지도 약한 느낌을
받은적 있을까 의문해 보는 하루라 생각하는데
버스는 이내 남강이 펼쳐지는 도회지로 들어섰고 무수한 도시 숲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진주시 초전동이다.

초전동에서 조금 가다 오른쪽으로 보면 빈소쿠리 아우가 근무하는 동사무소가 있는데
지금쯤 청소모임에 가 있을 그 아우를 생각한다.
사무실에 들릴 때 마다 둘은 차 한잔으로 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참 따뜻한 후배라는 생각이든다.

생각은 다시 할머니에게로 가지만 마음이 안 놓인다. 그 아들은 사는 모습이 어떨까?
가진 것이 없어 자기 식구들 데리고 사는 것만도 버거워 할머니를 못 모시나?.
아님 효심이 모자라는 사람일까 전자이면 좀 나으련만....
나는 내가 살았던 하대동 간이 주차장에서 내리면서 "할머니 잘 가세요" 인사를 하고 하차를 했다.

차에서 내리니 늦은 오후의 햇빛에 눈이시다.
보도 불렄위로 발걸음이 약간 흔들리고 갓 데려다놓은 강아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한다.
기운이 없는 걸까?...

    - 2006. 11. 19 진주(jinju)올림

메주콩 (2006-11-19 11:59:20)

글을읽으면서 제가 버스에 동승한 기분이 드네요
틈나면 한번 찿아뵙겠습니다
선배님 늘~건강하세요^^*

미미소 (2006-11-19 12:38:48)

선배님~~~
단체로 관광갔다 오는데 한자리 빠진 ~~~ 빈의자를 보고 오는 길입니다.
하루빨리 건강 회복하시어~~~ 청소모임 참석하시고

"흐~흐~흐" 하는 느낌한 웃음들어 보고싶습니다.

힘찬도약 (2006-11-19 13:46:26)

왠지 모를 따뜻한 감동이 느껴지는 글입니다..(__)

약발붕어 (2006-11-19 16:36:51)

선배님의 서정적인 글 솜씨는
언제나 훈훈한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것 같아서 그저
마냥 마음이 푸근해지고는 합니다..
하루속히 쾌차하시이소...

부쉬맨 (2006-11-19 19:50:56)

젊을땐 생각을 많이 하는것도 발전의 전기가 되겠지만
나이들면 생각을 줄이는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하루속히 건강 회복되길 빕니다.

밴다골 (2006-11-19 21:15:44)

좋은 느낌의 글을 선물하신 선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민물새우 (2006-11-19 21:49:29)

선배님!!
빨리 회복하시어 예전의 힘 찬 모습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푸르지오 (2006-11-19 22:59:09)

마음의 정이 많으신 선배님
제생각에는 몸만 괜찮았다면 선배님 성격에
아마 아들을 찾아 주었을것 같습니다.
넉넉한 마음속에 훈훈한 정이 감동을 주네요.
저도 선배님 같이 좋은 사람이 될려고 노력중입니다.
건강하십시요.
건강이 돈보다 더 좋습니다.

오늘도 (2006-11-20 01:12:44)

하루빨리 건강하신 모습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신 글에 감사드립니다.

양산별곡 (2006-11-20 03:10:32)

잔잔한 일상속에 묻어나는 따뜻한 글 잘보고 갑니다..

송애 (2006-11-20 08:21:17)

가슴이 따뜻함을 느껴지는 글 입니다.
하루빨리 건강 찾아셔서 예전처럼 한꼽부하는 그날을 생각해 봅니다.

빈소쿠리 (2006-11-20 09:33:03)

그 할매가 걱정됩니다.
그 할매 때문에 잠도 주무시지 못한건 아니겠지요.

비새 (2006-11-20 09:42:01)

그 할머니 별일 없을테지요..
버스이야기 너무 재미있습니다.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찌한마디 (2006-11-20 09:42:50)

오랫만에 읽어보는 감동의 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뱃님 (2006-11-20 09:55:56)

잘 읽었읍니다....
건강하십시요....

참붕어 (2006-11-20 10:23:00)

따뜻한 님의 마음이 묻어나는 가슴 울리는 글이네요~!
하루빨리 건강을 찾으시고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할수 있으시기를~~~~~!!!

나무꾼 (2006-11-20 11:13:59)

처음에는 이쁜 딸 부터 시작하시더니,
마감으로 할머니로 끝내시는군요.ㅎㅎ

빨리 청소모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슬픈산적 (2006-11-20 11:28:52)

한편의 수필같은 글과
글속에 담긴 선배님의 마음이
이사랑방을 훈훈하게 합니다
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월척의꿈 (2006-11-20 16:52:43)

제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 집니다....
제 부모에게 효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시금 제 자신을 뉘우치고 또 뉘우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소중히...잘 보고갑니다 선배님....

새벽물안개 (2006-11-20 18:01:27)

항상 좋은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읽을때마다 많은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게 하네요....

(2006-11-21 10:09:51)

선배님 타신 버스에 함께타고 이동한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글 감사드립니다.
기운차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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