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붕사 칼럼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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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6:58:06, Hit : 3201, Vote :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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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와 술

글쓴이 : 만땅

출조 준비물 중에는 술이 필수 1순위인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음 맞는 친구 여럿이 어울려 출조할 땐 더욱 그렇다.
이럴 땐 술이 많다 적다로 편이 갈려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웬만큼 많이 준비했다 싶던 술도 낚시터에선 모자라기 일쑤다.
“술 한 방울이 피 한 방울”이라며 빈 병 꼭지를 서로 핥으려 옥신각신 했던 경험들도 더러는 지녔으리라.

“거울은 겉모습만을 비춰 주지만 술은 사람의 속마음까지를 나타내게 하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이처럼 술에 대한 선인들의 정의는 가지가지다.
조선조 실학 대가인 茶山 정약용 선생은 '술을 많이 마시는 인간이나 나라는 필시 망한다'고 했다.
또 “알맞게 마시면 약이 되고 과하게 마시면 독이 된다” 고도했다.
술은 친구나 이웃, 친지들과 함께 인정과 즐거움, 슬픔과 괴로움을 서로 나눌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반면 술을 많이 마시면 감성이 이성을 앗아가 버려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기상 이변 등 돌발 사태에 항상 대처해야 하는 갯바위 등 낚시터에서 술에 만취된다면
이는 자살행위 와도 같아 질 때가 많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신다.
낚시터에서 또한 그렇다.
확 트인 바다와 호수, 쪽빛 하늘과 물결이 있고 산새 들새 물새가 우짖고 호랑나비 갈매기가 너울너울 춤을 추는 곳.
나는 꼭 술이 필요한 분위기를 낚시터에서 느낀다.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고 희망과 꿈이 출렁이는 물결. 거기엔 고요와 낭만이 함께 흐른다.
두견새 풀벌레 우는 내력도 음미해 보고 고추잠자리, 배짱이 날개 짓은 뭘 말하는 지를 깨닫고 싶어지는 것이다.
옴쌀 한 친구끼리의 진솔한 얘기.
펄쩍 펄쩍 뛰는 생선회 안주와 구수하고 담백한 붕어 매운탕은 허파 속 버캐까지 말끔히 씻어 줄 것 같고
맑고 시원한 공기는 취기를 못 느끼게 한다.
내가 지금껏 마신 소주는 줄잡아 10만병.
옥이네, 이모네, 황해도 집, 경상도 집에서도 마셨고 값비싼 요정, 허름한 포장마차에서도 열심히 마셔 댔다.
그러나 그중 술맛의 백미는 낚시터에서의 소주 맛이다.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 돈 잃고 건강 잃고, 정신 잃는 가장 바보 같은 짓임도 분명타.
나는 왜 바보 같은 이 짓을 자랑처럼 까발리고 있는 것일까. 이는 내가 반편이 같은 위인이기 때문임도 안다.
그러나 그처럼 술을 많이 마시고 다녔으면서도
새벽 6시전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직장 생활 30년 동안 결근이나 지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화마저 어려운 술친구들과 어 우려도 호방하게 웃고 즐길 줄 알았고 남을 욕하거나 시기하지도 않았다.
술에 취하면 기억이 없어진다는데 그래서 일까. 나는 한 번도 정신없이 취해본 기억이 아직은 없다.
한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밤낚시.
한잔 얼큰해 지면 찌는 더 선명하게 보였고 잠도 달아나 버린다.

내 주변 수많은 술친구들은 자기들은 소주잔 나에게는 맥주 컵에 그득히 소주를 부어 주며
“니는 술하고 원수진 특수체질” 이라며 추킴도 칭찬도 아닌 묘한 말들을 자주 한다.
한자리서 소주를 다섯 병 열병씩 비워대니 “니 는 곰 새끼, 소 새끼 돼지 같이 미련한 놈 이다”라고 속으로 비웃는 것 일게다.
누군가가 “술 많이 마시는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낚시를 하라”고 권하면서도
“나도 언젠가는 술 때문에 일찍 죽겠지…”한다.
이치에 맞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곰곰 생각해보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같아진다.
첫째는 생선회나 생선 매운탕 안주를 즐겼기 때문이리라.
둘째는 신토불이 향토소주를 고집한 탓이요, 세 번째라면 일찍 일어나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이 필수요,
기쁜 마음으로 마시며 정신력으로 순간순간을 조심조심 하는 것이다.
이젠 이순 을 지난 나이 술 한 잔 취하면 돼먹지 않은 시 한편 끌쩍이고 밤새우는 낚시 욕심보다는
시간 맞춰 물 때 맞춰 충분히 잠이나 자두는 지혜도 터득하고 있다.
흔한 갯바위 낚시 사고는 대부분 과음 탓이라는 걸 술 많이 마시는 내가
술 적게 마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주는 ‘아이러니’도 저질 고 있다.
‘음주낚시는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일깨워 주시던 낚시 선배님들의 충고를 마음속 깊이깊이 새겨둘 일이다.

고암 (2007-09-27 17:28:49)

만땅선생님의 주옥 같은 말씀 .. 깊이 새기고 있겠습니다.
저도 간치수가 조금 높아서 약으로 다스려 이제 정상 입니다.
어제 낚시갔다와서 큰아들 데리고 소주 2병 먹었더니.. 오늘 조금 불편 입니다.
근 1달 만에 먹었습니다.

진영맨 (2007-09-27 18:30:37)

명심하겠읍니다...
근데 주낚의 휴혹을 우찌합니까~~

밴다골 (2007-09-27 21:52:07)

음주상태에서 운전해서 낚시가시면 안됩니다.
선배님은 지금 운전을 하시지 않으시니 한 가지 걱정은 아니 하셔도 되겠네요.^^

늘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수변정담 (2007-09-27 22:35:09)

우리인생에서 술은 중요한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맛있는 술을 먹을수있는자리는 어느시점의 산과, 밤물가와, 마음이 통하는 자리,
이렇게 3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님,이제는 옛날처럼 술많이 드시지마시고
꾸준히 운동하시고 적당히 낚시하시면서
좋은이야기 오랫도록 들려 주십시요.

그해가을 (2007-09-28 00:16:05)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여기오면 항상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나무꾼 (2007-09-28 15:12:27)

적당한 술은 보약이라 카든데..
요새는 보약도 못먹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민아찌 (2007-09-28 17:54:59)

저도 평상시엔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만...낚시터에서는 술을 입에도 안댑니다. 선배님의 말씀처럼..취중 낚시는 곧 안전사고로 연결될 수 잇습니다. 겨울낚시중에 추위를 이기기 위한 한두잔 정도는 좋을듯 싶은데...^^* 댐이나 갯바위에서는 한두잔도 위험할 수 잇습니다.

선배님 늘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월척의꿈 (2007-09-28 17:55:03)

선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낚시터....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자연속에서 새와 물과 붕어와 마시는 소주한병이
회사일에 찌들고 스트레스로 힘든 일상속에서는 저에겐 보약입니다~ㅎㅎㅎ
선배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적당~~히~~~^^*

붕어눈망울 (2007-09-28 19:22:20)

옛직장동료들에게는 자연산회를 자주 얻어먹었습니다
물가에서 회한점과 소주한잔, 정말 운치있고 부러울게 없었는데요
요즘 일년에 몇번도 못되는 물가 나들이도 집사람이 등산으로 바꾸자고 압력을 넣네요
갑자기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선배님, 맞지예 ^^*

새벽물안개 (2007-09-29 10:27:23)

선배님의 글에서 많은걸 느끼고 또 배웁니다...
감사드립니다...

송애 (2007-10-07 12:11:02)

술과 낚시는 떼어놓을레야 떼어놓을수가없는겁니다.?
정도가 문제지요.
술 없는 낚시 재미없지예.^^*

에피타프 (2014-12-17 23:51:01)

술은 술이고 붕어는 붕어입니다
그래도 술 참 좋아합니다
붕어보러 가서 술 한잔 하고 앉아 찌를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게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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