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만땅
나는 오랜 세월 낚시를 하면서 살았다.
내 하찮은 인생궤적에서 낚시가 그려낸 흔적이 절반은 더 됨직도 하다.
왜 낚시를 다녀야 하나.
흔히들 질문도 받고 스스로 따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답도 궁색하고 딱히 꼬집어 낼 수 있는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반편스런 내 낚시인생,
굳이 합리화 시켜야 할 이유도 방편도 찾을 수 없지만 나는 내 스스로 이런 변명을 한다.
꿈과 환희가 출렁이는 바다와 호수, 그리고 강.
어느 시인은 "꿈꾸러 바다로 간다"고 노래했다.
나는 생각하러, 용서하러, 나를 찾으러 바다로 호수로 낚시를 떠난다.
그래서 나는 혼자 하는 낚시를 즐긴다.
살다보면 쉬임없이 부딪치는 갖가지 사연들-.
수십 겹의 나이테를 자꾸 자꾸 겹치는 동안 나름으론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도 있었고,
의롭고 자랑스러웠던 사연들도 더러는 지녔다.
한편으론 못나고 욕되고 수치스러웠던 세월들을 함께 살아 온 것도 사실이다.
뒤늦은 후회, 이제부터라도 보다 바르고 정의롭게 살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들이 내 생각 속에 깔려있다.
별 것 아닌 지위를 과시하며 눈앞의 이익을 탐하고 못나고 비뚤어진 자기의 능력과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전횡을 일삼던 직장 상사들-.
그들의 사슬에서 옥죄인 인생을 살아 왔으면서도, 그들을 비하하고 욕했으면서도
막상 자신은 능력 있는 부하들을 윽박질렀던 회한이 내 가슴 밑바닥에 흠뻑 묻어 있다.
노력보다는 기회를 엿 봤고 칭찬보다는 시기를 앞 세웠던 내 못난 인생.
용서도 기회를 잃으면 한으로 남는 것.
더 늦기 전에 내가 남을 용서해야 하고 또 나도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훌쩍 혼자 낚시를 떠나는 것도 이 같은 연유들에 말미암고 있다.
낚시터에 가면 시꺼멓게 멍든 가슴으로 노랗게 물든 하늘을 본다.
누렇게 바랜 산과 들도 고속도로를 날카롭게 질주하는 차들의 긴 행렬도 볼 수 있다.
여울물 소리, 바람과 파도소리, 산새 들새, 풀벌레, 갈매기가 우짖는 소리도 듣는다.
마음의 눈과 귀를 열면 하늘이 구름이 꽃들이 미소짓는 모습도 꾸짖는 소리도 보고 들을 수 있음직 하다.
혼자 낚시를 하면 지껄이지 않아서 좋다.
그럴라치면 자기만의 언어를 지닐 수 있어 더더욱 좋다.
자기만의 언어는 침묵하면서 대화하는 내면의 자락에서 싹 트고 꽃 피우는 것.
작게는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크게는 나라와 세계, 국민과 인류와도 대화 할 수 있다.
모두가 맞서서 대화를 잃은 채 째려보고 있는 사회-.
정의와 불의가, 선과 악이, 사랑과 증오가 범벅이 돼 소용돌이치는 그런 곳들이 싫은 것이다.
이래저래 뒤섞인 곳에서는 나를 잃기 때문이요 자신을 볼 시간적 여유도 방법도 찾을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다.
안으로부터 뒤 엉켜 있는 내 마음의 갈등도 정돈해야 한다.
어언 이순 이 지난 나이인데도 사람이 겁나고 소리가 무섭다.
빛이 너무 뾰족 하고 헛것에도 자주 놀란다.
그래서 웃고 싶을 땐 웃고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한다.
울지는 못 하면서도 울고 싶은 사연들은 너무 많고 우스개가 아닌데도 웃어야 할 때도 있다.
낚시터에 가면 소리 높여 울고 웃고 또 소리 없이도 실컷 울고 웃고 떠든다.
그래서 누군가가 “웃고 보면 꽃이 웃고 울고 보면 꽃도 운 다”고 했던가-.
대자연 속 낚시터에서 티끌처럼 웅크리고 앉아 희.노.애.락을 만져 볼 수 있는 낚시인만의 보람.
낚시터에 가서 싫컷 웃자.
나설 때 섧더라도 웃으며 가방 메고 대문을 여는 그런 억지 여유가 언제부턴가 나중에 보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한 때는 낚시가 아무도 고치지 못하는 일종의 고질병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해 봤다.
결론처럼 터득한 논리는 "낚시 병은 낚시로 고쳐야한다"는 것.
낚시는 나의 운명이라고 말한 「헤밍웨이」는
“낚시는 끊임없는 도전이고 넘어야 할 한계”며 “여기서 승리하면 세상에 못 이룰 것이 없다”고 했다.
「콜롬브스」는 "잠이 꿈을 주듯 바다는 항상 새 희망을 주기에 나는 무작정 바다를 향해간다"고도 했다.
조용히 흐르는 선율 한 가닥 한 가닥을 혼으로 부둥켜안고 눈을 감은 채 전신을 부르르 떠는
음악인들의 신들린 모습을 이해 할 수 있을 때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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