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만땅
낚시를 흔히들 ‘레포츠’라고 말한다.
이는 영어의 휴양, 원기회복, 오락 등 의미의 ‘레크리에이션’과
운동, 경기 등 의미인 ‘스포츠’의 이른바 신종 합성어인 듯하다.
그러면 우리가 말하는 낚시란 무엇인가-.
낚시라는 낱말의 사전 적인 뜻은 미끼를 꿰어 물고기를 유인해 잡는 갈고랑이 즉 낚시 바늘이며 명사다.
그러나 낚시인 들이 말하는 낚시란 물고기를 잡는 행위이며 타동사다.
따라서 낚시인 이 장비와 미끼를 이용, 물고기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물리고 끌어내는 일종의 승부다.
부단한 노력과 인내, 고도의 기술과 지능이 요구되는 정신 ‘스포츠’ 인 것이다.
물고기들의 욕구는 다양하고 요사하다.
어 종에 따라 장비가 다르고 채비 또한 가지가지다.
미끼 종류가 다르고 꿰는 요령 또한 터득하기 어렵다.
물고기들이 노니는 수심 층 파악과 대를 잡은 손놀림, 챔 질과 제어기법 등도 제대로 익히려면
상당한 노력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들 또한 계절과 날씨 물 때 등 여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밤과 낮의 차이 또한 심하다.
그래서 낚시란 하면 할수록 오묘하고 생게망게해 지기 일쑤여서 더욱 재미있다.
우연한 동기, 한두 가지 재미로 시작한 낚시가 이력이 붙으면 붙을수록 열 가지, 스무 가지 재미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흠뻑 빠져든 사람, 속된 표현으로 낚시에 미친 사람을 흔히들 쉽게 “낚시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낚시인과 낚시꾼은 구분돼야 한다.
고기잡이를 업으로 하는 어부와도 엄연히 다르다.
고기를 잘 낚고 또 자주 쏘다닌다는 이유가 “낚시 광”으로 불리는 빌미가 될지는 몰라도
“낚시꾼”으로 불릴 조건이라면 그건 잘못이다.
"꾼"이란 장사꾼, 노름꾼, 사기꾼들처럼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자연이나 낚시환경, 옆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질서도 체면도 도의도 아랑곳없이 위험도 무시한 채
많이만 잡으려 마구 설쳐대는 사람은 분명 낚시꾼이다.
낚시인들은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쉬 임없이 연구하고 노력은 하지만 많이 잡으려는 욕심만을 앞세우진 않는다.
진지한 탐구란 보상을 전제로 하거나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낚시인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이치와 질서를 존중하며 낚시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여유를 지녀야 하고
수확은 전제나 목적이 아닌 부산물이어야 한다.
빈바구니로 되돌아오는 길도 즐거운 것은 그 바구니 속엔 형용키 어려운 보람들이 가득 가득 들어 차 있기 때문이리라.
주말이면 강변이나 호수, 갯바위 틈새를 빽빽하게 메울 정도로 낚시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낚시꾼 아닌 낚시인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 처음엔 꽉 찬 머리나 비우고 빈 마음도 채울 겸 가벼운 동기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하다 보면 시 나 브 로 시나브로 “꾼”이 돼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이 잡는 한 가지 재미에만 집착,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싱싱하고, 맛 좋고, 값비싼 생선이 부추기는 목구멍의 유혹도 뿌리치기 어려운 마성이다.
게다가 턱없이 비싼 장비, 미끼, 출 조 경비 등 낚시에 관한 한 옴니암니를 손꼽다 보면
결국 본전 생각도 외면 할 수 없는 타산 심리로 작용, “꾼” 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낚시 선진국에서는 어 종에 따른 금어기 설정, 체포 금지 체장과 수량에 이르기까지
과학 적이고도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낚시인의 자질 또한 교육이나 면허제 등을 통해 확실한 검증을 하고 있다.
독일, 「캐나다」, 미국 등에서처럼 크기가 일정치 미만인 고기는 아무리 어렵게 낚았더라도 그 자리서 놓아주고
아무리 크고 많은 고기를 잡아도 기념이나 기록을 위해 두세 마리만을 가져가는 선진국 낚시인들의 한발 앞선
마음가짐을 보면서 우리도 뭔가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 낚시인 들은 자연이 파괴되고 자원이 고갈 돼 가는 현장을 두 눈 빤히 뜨고 바라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도 늦지는 않다.
이제부터라도 낚시인이 “꾼”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정신적, 문화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막다른 시점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빈번한 조난과 안전사고는 대부분 “꾼” 들의 속성인 과욕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명심해둘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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